2022.11.13.연중 제33주일(세계 가난한 이의 날)

말라3,19-20ㄴ 2테살3,7-12 루카21,5-19

 

 

시련과 혼란, 위기의 시대

-이를 타개打開하기 위한 구원의 6대 요소-

 

 

“그리스도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8.9참조)

 

오늘은 연중 제33주일이자 제6차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다음 주일은 ‘온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이요 한해도 막바지에 이른 느낌입니다. 참 절묘한 위치에 있는 세계 가난한 이의 날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여러분을 위하여 가난하게 되셨습니다’(2코린8,9참조) 제하로 시작되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담화문이 감동적입니다. 다음 대목이 깊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지난 5월15일, 저는 샤를 푸코 수사를 시성하였습니다. 푸코 성인은 부유하게 태어났지만 예수님을 따르고자 모든 것을 내려 놓고 예수님처럼 모든 이에게 가난한 형제가 되어 준 사람입니다. 다음 푸코 성인의 말을 묵상해 보면 좋겠습니다.

 

“가난한 이들, 작은 이들, 노동자들을 업신 여기지 맙시다. 그들은 하느님 안의 우리 형제자매일뿐 아니라, 외형적 삶에서 예수님을 가장 완벽하게 닮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나자렛의 노동자 예수님을 완벽하게 보여줍니다. 

 

그들은 뽑힌 이들 가운데 맏배들이며 구세주의 구유로 부름받은 첫 번째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분과 어울리곤 하였던 친구들입니다. 그들을 공경합시다. 그들 안에 계신 예수님과 예수님의 거룩한 양친을 공경합시다. 끊임없이 모든 것에서 가난해져서, 가난한 이들의 형제자매, 가난한 이들의 친구가 됩시다.”-

 

인간의 본질이 가난이요 깊이 들여다 보면 우리 모두가 가난한 이들입니다. 병고病苦나 죽음 앞에 참으로 얼마나 가난하고 가련한 존재의 인간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참으로 시련과 혼란, 위기의 시대입니다. 인류 역사가 언제나 시련과 혼란, 위기의 시대였지만 작금의 시대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노령화, 그리고 증가하는 자살자들, 여전히 생존경쟁 치열한 삶에다가 끊임없는 전쟁, 빈부격차의 심화, 온갖 분열과 갈등으로 시련과 대혼란의 위기 시기같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까요? 타개를 위한 구원의 6대 요소를 제시합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맞이하여 참으로 가난한 마음 안에 다음 처방을 마음 깊이 새기기 바랍니다.

 

첫째, 희망의 삶입니다.

종말은 심판과 더불어 구원의 희망을 보여줍니다. 말라기서에서 제시되는 종말은 우리의 천박한 삶에 회개를 촉구하면서 동시에 구원의 희망에 우리 마음을 열어 줍니다. 심판과 구원이 엇갈리는 묘사가 실감나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보라, 화덕처럼 불붙는 날이 온다. 거만한 자들과 악을 저지르는 자들은 모두 검불이 되리니, 다가오는 그날이 그들을 불살라 버리리라. 그날은 그들에게 뿌리도 가지도 남기지 않으리라.”

 

새삼 우리를 회개와 더불어 한없이 가난한 존재, 겸손한 존재가 되어 살게 하는 말씀입니다. 이런 심판과 더불어 주님은 우리를 구원의 희망에로 눈길을 향하게 합니다. 바로 우리가 향해야 할 궁극의 희망입니다. 

 

“그러나 나의 이름을 경외하는 너희에게는,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떠오르리라.”

 

주님의 이름을 경외하며 주님께 궁극의 희망을 두고, 의로움의 태양이 날개에 치유를 싣고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구원의 삶을, 지상천국의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둘째, 질서의 삶입니다.

무질서가 아니라 질서의 삶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에 자연스럽게 따라 오는 기도와 노동의 질서 있는 삶입니다. 영성생활의 원흉이 무질서의 게으른 태만한 삶입니다. 무질서의 삶중에 점차 내적으로 무너지고 망가지는 사람들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충고가 참 적절합니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있을 때, 무질서하게 살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양식을 거져 얻어 먹지 않았으며, 오히려 여러분 가운데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수고와 고생을 하며 밤낮으로 일하였습니다. 사실 우리는 여러분 곁에 있을 때, 일하기 싫어하는 자들은 먹지도 말라고 거듭 지시하였습니다. 

 

그런데 듣자 하니 여러분 가운데 무질서하게 살아가면서, 일은 하지 않고 남의 일에 참견만 하는 자들이 있다 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사람들에게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시하고 권고합니다. 묵묵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벌어 먹도록 하십시오.”

 

참으로 묵묵히 제 소임에 충실하며 건강하고 질서있는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중국 당나라의 선승 백장 선사의 “일일부작 일일불식(一日不作 一日不食;하루 일하지 않으면 하루 먹지 않는다”라는 말씀도 바오로 사도의 말씀과 일맥상통합니다.

 

셋째, 영원의 삶입니다.

피상적 삶이 아니라 본질 직시의 본질적 깊이의 영원한 삶입니다. 보이는 외관의 것들에 마음 뺏겨 허영과 교만의 헛된 삶을 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 서두, 몇몇 사람이 성전을 두고 그 아름다움에 감탄할 때 주님은 이들의 환상을 깨며 지나는 것들에 마음을 두지 않도록 경각심을 줍니다.

 

“너희가 보고 있는 저것들이, 돌 하나도 다른 돌 위에 남아 있지 않고 다 허물어질 것이다.”

 

안이 깨끗하고 진실하면 겉은 저절로 깨끗하고 빛나기 마련입니다. 참으로 영원을, 영원한 하느님을 향할 때 저절로 거짓과 위선이 없는 가난과 겸손, 순수와 단순, 진실과 투명의 삶입니다. 보이는 것들의 외관 넘어 영원하신 하느님께 눈길을 두며 본질 직시의 영원의 삶, 부단한 자아초월自我超越의 삶을 살라는 말씀입니다. 

 

건강도 그렇습니다. 한결같은 건강이 아니라 세월과 더불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참으로 영원하신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튼튼한 영혼으로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의연하고 품위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정주의 삶입니다.

언제나 거기 그 자리 하느님 중심 안에 뿌리 내린 안정과 평화의 삶, 정주의 삶입니다. 웅덩이에 고인 썩은 물 같은 안주가 아니라, 밖으로는 산같은 정주의 삶이지만 안으로는 끊임없이 하느님 향해 맑게 흐르는 강같은 삶입니다. 바로 다음 주님 말씀대로 주변의 이런저런 말들에 경거망동, 부화뇌동하지 말고 제자리에 깊이 뿌리 내리는 정주의 삶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너희는 속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라. 많은 이들이 와서, ‘내가 그리스도다.’, 또 ‘때가 가까웠다.’ 하고 말할 것이다. 그들 뒤를 따라가지 마라. 전쟁과 반란이 일어났다는 소문을 듣더라도 무서워하지 마라.”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하루하루가 좋은 날입니다. 그러니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오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 나무를 심겠다는 정신으로, 하루하루의 일상에 충실하고 결과는 하느님께 맡기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다섯째, 증언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은 박해의 상황입니다. 이런 박해받는 일이 제자들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니, 미리부터 겁먹지 말고 주님께 맡기라 하십니다. 물론 오늘의 우리에게 이런 노골적인 박해는 없을 것입니다만 주님께 대한 한결같은 신망애信望愛의 정신으로 매사 단단히 영적 무장할 일입니다.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한 말을 미리부터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내가 너희에게 주겠다.”

 

시공을 초월하여 언제 어디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파스카의 예수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언변과 지혜를, 필요로 하는 모두를 주실 것이니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고 주님을 증언하는 삶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여섯째, 인내의 삶입니다.

인내하는 자가 마지막 영적승리를 거둡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참으로 하느님께 궁극의 믿음을, 희망을, 사랑을 둘 때 한결같이 기다릴 수 있고 인내할 수가 있습니다. 인내의 믿음, 인내의 정주, 인내의 겸손, 인내의 사랑, 인내의 희망, 참으로 인내의 덕이 모두입니다. 오늘 복음의 마지막 말마디가 절정의 결론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인내로써 생명을 얻습니다. 이 말씀 마음 깊이 새기시기 바랍니다. 그 무엇도 우리 영혼을 다치지 못하리라는 주님의 확산에 넘치는 말씀입니다. ‘아무 것도 너를 어지럽게 하지 마라’는 모든 수도자들이 좋아하는 아빌라의 대 데레사의 영시가 생각납니다. 

 

“아무것도 너를 어지럽히지 않게 하라.

 아무것도 너를 놀라게 하지 마라.

 모든 것이 다 지나가지만

 하느님은 변치 않으시는 분.

 인내가

 모든 것을 얻게 하리니

 하느님을 소유한 사람은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오직 하느님으로 넉넉하도다.”

 

오늘날이야말로 시련과 혼란, 위기의 시대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시간, 강론을 통해 이를 타개하기 위한 구원의 6대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참으로 가난한 우리의 빈 마음에 가득 채워 지는 미사은총의 선물입니다.

 

“행복하여라, 가난한 사람들!

 하느님의 나라가 너희의 것이다.”(루카6,2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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