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2. 성 요사팟 주교 순교자(1580-1623) 기념일 

                                                                                                                                         3요한5-8 루카18,1-8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

                                                                           -기도와 환대歡待-


루카복음은 기도의 복음입니다. 공관복음 중에서 기도하는 예수님의 모습이 가장 많이 부각됩니다. 오늘 역시 복음의 비유에 앞서 주님은 우리 모두를 향해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고 권고하십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기도입니다. 오늘 비유에서 과부는 말그대로 가난한 이의 상징입니다. 할 것은 기도뿐이 없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남편도 자녀도 의지할 가정도 친지도 없이 혼자입니다. 깊이 들여다 보면 사람 하나하가 다 외롭고 가난한 이들입니다. 마침내 불의한 재판관도 과부의 항구한 기도에 그 청을 들어줍니다.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저 과부가 나를 이토록 귀찮게 하니 그에게는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어야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끝까지 나를 찾아와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과부의 불퇴전不退轉의 항구한 기도 자세를 본받으라는 것입니다. 기도만이 답입니다. 주님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기도에 항구하면서 내가 누구인지, 정말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알아 가면서 마침내 하느님의 뜻에 일치된 기도를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이 불의한 재판관이 하는 말을 새겨 들어라. 하느님께서 당신께 선택된 이들이 밤낮으로 부르짖는데 그들에게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지 않으신 채, 그들을 두고 미적 거리겠느냐?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불의한 재판관까지 청을 들어 주는데 하물며 하느님께서야 얼마나 잘 들어주시겠느냐는 예수님의 대비 논법입니다. 낙심하지 말고 끊임없이 기도하라는 것입니다. 이런 기도의 자세에는 하느님께 대한 깊은 신뢰가 전제되어 있습니다. 어찌보면 기도는 하느님과는 물론 나와의 평생 줄다리기 싸움 같기도 합니다. 하여 우리는 평생, 매일,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한마음, 한목소리로 미사와 시편 성무일도를 함께 바칩니다. 


기도하지 않고는 내적성장도 성숙도 없습니다. 진정한 변화도 없습니다. 기도를 통한 내적 혁명입니다. 기도해야 변화變化의 발효醱酵 인생이지 기도하지 않으면 변질變質의 부패腐敗 인생이 됩니다. 제가 자주 강조하는 바, 발효인생인가 부패인생인가 하는 것입니다. 발효할 때는 ‘삶의 향기香氣’이지만 부패할 때는 ‘삶의 악취惡臭’입니다. 세월 흘러가면서 인생은 이 둘로 나눠집니다. 


진보進步는 분열로 망하고 보수保守는 부패로 망한다는데, 분열과 부패의 예방과 치유에 기도보다 더 좋은 효소酵素의 약도 없습니다. 효소를 넣으면 부패가 아니라 발효시켜 향기로운 술로 변하듯 바로 기도의 효소가 그러합니다. 예수님이 우려하는 것은 바로 부패인생입니다.


“그러나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


오늘의 우리 현실에 화두같이 주어지는 주님의 물음입니다. 과연 변절變節, 변신變身,변질變質된 부패인생이 아닌 향기로운 믿음의 발효인생은 얼마나 되겠는가 묻습니다. 요즘 만추晩秋의 단풍이 절정인데 과연 이런 아름다운 믿음의 가을 노년 인생일 수 있겠는가 묻는 것입니다.


기도와 믿음은 함께 갑니다. 기도와 더불어 깊어지는 믿음이요 내외적 변화에 성장입니다. 믿음을 통한 하느님의 은총으로 우리의 운명도 바뀝니다. 어제 읽은 글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악순환의 반복되는 듯한 우리나라 역사에 통찰을 주는 글입니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된다. 설령 과거가 똑같이 거듭되지는 않더라도 그 운율은 반복된다고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운율은 반복되는 소리의 길고 짧음이나 높고 낮음이 보이는 질서 있는 흐름이다.”


개인이나 나라의 역사를 봐도 비약이냐 도약은 없고 계속되는 반복같습니다.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조선시대 왕정제도 속에 사는 사람들의 의식같고 정치권의 현실을 보면 반복되는 조선시대 당쟁의 재현같습니다. 


예전 조선실록 20권을 대략 보면서도 이씨 조선 500년 동안 반복되는 악순환의 현실이 한권만 읽어도 족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습니다. 바로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내적성장과 성숙에 이르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것이 낙심하지 않고 끊임없이 바치는 기도입니다. 


기도와 환대는 함께 갑니다. 오늘 요한 3서 독서의 주제는 환대입니다. 환대의 모범이 가이오스입니다. 요한 사도는 가이오스의 환대에 감사하면서, 앞으로도 순회설교가들을 환대해 줄 것을 청합니다. 그리스도교가 잘 전파될 수 있었던 것도 지역 교회의 환대가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하여 길을 나선 사람들로 이교인들에게서는 아무것도 받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러한 이들을 돌보아 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우리는 진리의 협력자가 됩니다.”


참 아름다운 구절입니다. 순회 설교가들뿐 아니라 수도원을 찾는 형제자매들 역시 ‘그리스도를 위하여 길을 나선 사람들’입니다. 이들을 환대로 잘 돌보아 줄 때 우리 역시 ‘진리의 협력자’가 되는 것입니다. 


환대의 사랑, 환대의 개방, 환대의 연대입니다. 바로 이런 환대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기도 역시 사랑이자 개방이고 연대이기 때문입니다. 하여 수도원은 기도의 집이자 환대의 집이고 수도자는 기도의 사람이자 환대의 사람임을 깨닫게 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전례기도를 통해 우리를 환대하시고, 우리 역시 주님과 이웃형제들을 환대하는 복된 미사시간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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