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4.23. 부활 제2주일(하느님의 자비주일)

사도2,42-47 1베드1,3-9 요한20,19-31



신록新祿의 평화와 기쁨과 희망, 성령과 공동체

-자비하신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들-



계속되는 ‘알렐루야’ 주님의 파스카 축제 부활시기입니다. 어제는 참 좋은 날이었습니다. 마침 9시경 후 성전을 나오면서 원장수사에게 덕담을 했습니다. 흰구름 두둥실 떠오른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 그리고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불암산을 가리키며 "내일 주일미사때 이런 강론을 해보죠!" 웃으며 권했습니다. 


이어 불암산 배경의 수도원 배밭 전경이 너무 아름다워 여러 지인들에게 ‘신록의 평화’, '신록의 환희' 라는 제하의 사진을 카톡으로 전송했습니다. 아무 데도 갈 수 없는 정주의 몸이지만 하느님의 참 좋은 자연 선물에 감사했습니다. 다음 자작시가 그대로 저의 심중을 대변합니다.


-마음대로/갈수가 없네

가고 싶은 데도 없네

지금 여기가/세상의 중심인데

여길 놔두고 어디를 가겠는가

깊이 멀리 넓게/바라보네

저절로 사랑으로 충만해지는 삶이네

모두가/새롭고 좋네

내 여길 놔두고 어딜 가겠는가-


방금 부른 화답송 후렴과 부활대축일 이후 매일 미사때 마다 부른 주님 부활 부속가는 얼마나 흥겹고 위로와 힘을 주는지요.


-주님께 감사하여라. 그 좋으신 분을, 영원도 하시어라. 그 사랑이여.-


아름다운 화답송 후렴, 일주일 내내 끊임없는 기도로 노래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부속가 가사의 일부입니다.


-내 희망 그리스도 살아계시니 그 제자들 앞에서 갈릴래아로 가시리라. 그리스도 죽은 이들 가운데서 정녕 부활하심을 우리는 아노니, 승리자 임금이시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알렐루야, 알렐루야, 알렐루야.-


내 삶의 자리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갈릴래아입니다.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부활하신 파스카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참 좋은 하느님의 선물들은 무엇입니까?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들이지만 저는 우선적인 선물 셋만 언급하겠습니다.


첫째, 평화와 기쁨의 선물입니다.

요즘 생명의 빛 찬란한 신록이 상징하는바 주님의 평화와 기쁨입니다. 말 그대로 부활하신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이 신록의 평화, 신록의 기쁨, 신록의 사랑입니다. 하느님의 품, 어머니의 품같은 신록의 품이 우리에게 무한한 평화와 기쁨을 줍니다. 오늘 부활하신 주님은 두려움의 벽에 갇힌 제자들 한 복판에 임재하시어 거푸 세 번이나 평화를 선사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


제자들뿐 아니라 똑같은 주님께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에게 선사하시는 평화입니다.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두려움의 벽’은 완전 ‘평화의 문’으로 바뀝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뵙고 기뻐 어쩔 줄 모릅니다. 


평화와 더불어 선사된 기쁨의 선물입니다. 주님 함께 하실 때 저절로 따라오는 평화와 기쁨입니다. 세상 아무도 줄 수 없는,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주님의 참 좋은 선물인 평화와 기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참 행복한 부자로 살게 합니다. 모든 것을다 갖추었어도 이런 평화와 기쁨이 없다면 불행한 가난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성령의 선물입니다.

평화와 더불어 성령을 선물하시는 부활하신 주님이십니다. 제자들뿐 아니라 똑같은 주님께서 미사에 참석한 우리 모두를 향해 숨을 불어넣으시며 말씀하십니다.


“성령을 받아라. 너희가 누구의 죄든지 용서해 주면 그가 용서를 받을 것이고, 그대로 두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흙으로 사람을 빚으신 다음 숨을 불어넣음으로 살아있는 사람이 되었듯이 부활하신 주님은 성령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이 우리를 창조하십니다. 성령이 답입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끊임없는 용서의 사랑도 가능합니다. 


성령따라, 성령충만한 삶을 살 때 하느님 꿈의 실현입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눈이 열릴 때 제대로 볼수 있고, 귀가 열릴 때 제대로 들을 수 있고, 입이 열릴 때 제대로 찬미와 감사를 드릴 수 있습니다.


“저의 주님, 저의 하느님!”


토마스의 고백도 순전히 성령의 은총입니다. 토마스의 고백이 이은 주님의 응답 말씀도 참 은혜롭습니다. 우리는 성무일도 저녁기도 마리아의 노래 후렴시 흥겹게 노래했습니다.


“토마야, 너는 나를 보고야 믿느냐? 보지 않고 믿는 자가 복되도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보지 않고 믿을 수 있는 것 이 또한 성령의 은총입니다. 성령의 은총에 활짝 입이 열린 사도 베드로의 ‘희망에 대한 감사’의 고백입니다. 아, 이런 희망 역시 평화와 기쁨에 이은 주님의 선물입니다. 평화, 기쁨, 희망 이 셋의 주님의 선물있으면 누구나 행복한 부자로 살 수 있습니다. 오늘 ‘하느님의 자비 주일’에도 잘 어울리는 다음 성령충만한 베드로의 고백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크신 자비로 우리를 새로 태어나게 하시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나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에게 생생한 희망을 주셨고, 또한 썩지 않고 더러워지지 않고 시들지 않는 상속 재산을 얻게 하셨습니다.”(1베드1,3-5).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 은총을 상징합니다. 모두가 성령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그러니 하느님 주신 선물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여 사도 베드로는 우리 모두 즐거워하라 하십니다. 우리가 겪는 온갖 시련을 통해 우리는 정화되어 순수한 믿음에 도달하게 되고, 마침내 그리스도께서 나타나실 때 찬양과 영광과 영예를 얻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우리는 그리스도를 본 일이 없지만 그분을 사랑하고. 지금 그분을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을 믿기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스러운 기쁨 속에서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성령의 은총으로 베드로의 고백이 그대로 우리의 고백이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셋째, 공동체의 선물입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을 통한 하느님의 선물이 사도행전 제1독서의 교회공동체입니다. 정말 이상적인 유토피아 교회상입니다. 여기 초대교회에 영감받은 우리 가톨릭 교회요 수도공동체입니다. 하느님의 선물인 기적같은 공동체입니다.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나누는 말 그대로 성체성사적 공동체입니다. 신자들은 모두 함께 지내며 모든 것을 공동으로 소유했고 재산과 재물을 팔아 모든 사람에게 저마다 필요한 대로 나누어 주곤 하였다 합니다. 말그대로 자발적 사랑의 공산주의 공동체의 실현입니다. 


교회공동체는 물론 공동체 운동에 끊임없는 영감을 제공한 사도행전의 교회공동체입니다. 바로 여기 사도행전의 공동체에 영감받아 태동한 수도공동체입니다. 우리가 매일 거행하며 참여하는 성체성사 역시 이런 사랑의 유토피아 한몸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이런 교회 공동체 또한 부활하신 주님을 통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입니다. 결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공동체가 아닙니다.


어제 읽은 악성樂聖 베토벤에 대한 한 대목이 생각납니다. ‘베토벤은 당대의 한계를 뚫고 저 너머의 환히歡喜를 응시하는, 굳건한 낭만주의의 자아를 지닌 근대적 예술가의 아이콘이 된다.’라는 구절입니다. 우리 역시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들로 인해 현재의 한계를 뚫고 저 너머의 환희歡喜를 앞당겨 누리는 영원한 삶의 아이콘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들로 가득한, 신록의 생명으로 빛나는 '알렐루야' 부활시기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참 좋은 1.신록의 평화와 기쁨과 희망을, 2.성령과 3.사랑의 공동체를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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