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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2.28. 사순 제2주간 수요일                                                                               예레18,18-20 마태20,17-28




섬김의 사명, 섬김의 직무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지만 대부분 죽음을 잊고 지냅니다. 죽음을 목전에 둔 병자들이 겪는 두려움과 고통은 상상할 수 없이 클 것입니다.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나에게 본능적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예레미야와 복음의 예수님의 처지가 흡사합니다. 두 분다 죽음을 예감한 피할 수 없는 외롭고 고독한 내적 광야의 상황입니다. 


우선 예수님의 경우를 살펴 봅니다. 예수님은 수난과 부활을 예고하시지만 제자들은 동상이몽, 실감하지 못합니다. 참으로 고독하고 외로운 상황에서 제베데오의 두아들의 어머니가 아들을 대신하여 청하려하자 예수님은 묻습니다.


“무엇을 원하느냐?”


과연 여러분에게 이렇게 물으신다면 무엇이라 대답하겠는 지요. 두 제자의 어머니나 당시의 제자들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 대한 주님의 화두같은 물음입니다. 


“스승님의 나라에서 저의 이 두 아들이 하나는 오른쪽에 하나는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두 제자의 심중을 반영하는 그 어머니의 직설적인 솔직한 청입니다. 함께 하지만 혼자의 외로운 상황의 예수님이십니다. 예수님의 처지보다는 각자의 처지를 생각하는 이기적 존재인 제자들입니다. 이어지는 대화에서 예수님의 침착함이 놀랍습니다. 전혀 당황함이나 실망함이 없이 차분히 대답하십니다. 그대로 무한히 인내하며 섬기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두 제자의 어머니의 처사에 불쾌해하는 나머지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옆자리를 탐함에 있어서는 대동소이합니다. 모두가 스승 예수님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참으로 외롭고 고독한 상황의 예수님의 동상이몽 제자들 공동체입니다.


이런 상황에 좌절하지 않는 예수님이십니다. 추호도 제자들의 몰이해를 탓하거나 서운해 하는 기색이 없습니다. 바로 믿음의 힘 때문입니다. 믿음의 힘은 하느님의 힘입니다. 마지막까지 잡고 있을 끈은, 죽음에 앞두고 잡고 있을 끈은 바로 믿음의 끈, 하느님의 끈 하나 뿐입니다. 


바로 이런 믿음의 힘이 예수님의 침착한 대응의 비결임을 깨닫습니다. 예수님은 사랑하는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십니다. 군림하고 세도를 부리는 세상 통치자들의 예를 드신 후 못박듯이 말씀하십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유언같은 말씀입니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


예수님의 최후의 유언입니다. 시종일관 섬김의 삶을 살아오신 예수님의 삶을 요약한 유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삶의 모범입니다. 예수님께서 죽음을 예견한 상황에서도 시종일관 한결같을 수 있었던 믿음의 정체가 환히 드러납니다. 바로 섬김의 사명, 섬김의 직무입니다. 


참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구원의 영성이 있다면 '섬김service과 종servant'의 영성뿐이요, 사명이 있다면 섬김의 사명이 있을 뿐입니다. 직무가 있다면 오직 섬김의 직무 하나뿐입니다. 섬김의 사랑, 섬김의 겸손이요 바로 이것이 진짜 믿음입니다.


공동체의 궁극의 일치도 섬김에 달려 있습니다. 믿음의 공동체 중심에 자리잡고 계신 섬김의 주님이십니다. 주님을 섬기듯 서로 ‘섬기며serve’ 버팀목이 되어 ‘떠받쳐 줄support’ 때 비로소 공동체의 일치입니다. 형제들을 겸손히 섬김으로써 주님을 섬기는 것입니다. 하여 우리 분도 성인은 당신의 수도공동체를 주님의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를 설립해야 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설립하는 데 거칠고 힘든 것은 아무것도 제정하기를 결코 원치 않는 바이다.”(성규, 머리말45-46절).


제가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원래는 ‘학원’인데 ‘배움터’로 바꿨습니다. 비단 수도공동체뿐 아니라 모든 믿음의 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평생 섬김의 배움터에서 평생 섬김을 배우는 평생학인으로 살아가는 우리 믿는 이들의 신원입니다.


영성이 있다면 섬김과 종의 영성 하나뿐입니다. 시편기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직접 주님을 섬기고 형제들을 섬김으로 주님을 섬기는 수도공동체 형제들입니다. 이렇게 예수님처럼 섬김의 사명, 섬김의 직무에 항구할 때 참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에 죽음일 것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입니다.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도 예수님처럼 섬김의 사명, 섬김의 직무에 충실함에 있음을 봅니다. 분도 성인은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 죽음을 눈앞에 환히두고 산다는 것은 바로 죽음을 앞당겨 오늘 지금 여기서 처음이자 마지막처럼 섬김의 사명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산다는 것을 뜻합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 생생한 모범입니다. 


오늘 예레미야의 고립무원, 사면초가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마지막까지 잡고 있는 기도의 끈, 믿음의 끈, 하느님의 끈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 역시 온통 섬김의 삶에 투신한 삶이었음을 봅니다.


“주님, 제 말씀을 귀담아들어 주시고, 제 원수들의 말을 들어 보소서. 선을 악으로 갚아도 됩니까? 그런데 그들은 제 목숨을 노리며 구덩이를 파 놓았습니다. 제가 당신 앞에 서서 그들을 위해 복을 빌어 주고, 당신의 분노를 그들에게서 돌리려 했던 일을 기억하소서.”


예언자의 기도에 예언자의 섬김의 온 삶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배은망덕의 현실에 하느님께 하소연하듯 기도하는 예언자입니다. 


삶은 ‘섬김의 영적 전쟁터’요, 삶은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입니다. 죽어야 제대인 섬김의 전사, 죽어야 졸업인 섬김의 학인인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를 사랑과 겸손으로 섬기시며, 당신 섬김의 전사, 당신 섬김의 학인으로 항구할 수 있는 은총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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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젤로 2018.02.28 09:52
    ‘날마다 죽음을 눈앞에 환히 두고 살라"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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