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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3. 대림 제3주일                                                             스바3,14-18ㄱ 필리4,4-7 루카3,10-18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회개, 기쁨, 겸손, 감사-


얼마전 한 수도형제와 세기하며 대화하던 중 잊혀지지 않는 일화가 있습니다. 피정 강론 중에도 여러 차례 나눴던 일화로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그 공동체는 하나만 빼놓고 돈도, 사람도, 땅도 다 있습니다.”

“그 하나가 무엇입니까?”

“기쁨입니다!”


‘아, 그렇구나!’ 신선한 충격의 깨달음이었습니다. ‘공동체든, 개인이든 모든 걸 다 갖췄는데 기쁨이 없을 수도 있구나! 기쁨이 없다면 그 지닌 것 무슨 소용이 있을까’ 참 공허할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돈 없이도 이웃에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뭔지 아십니까? 

기쁨으로 환히 웃는 꽃같은 얼굴입니다. 못나 보이던 얼굴도 기쁨으로 밝게 웃을 때는 모두가 꽃같이 아름다워 마음 속 어둠을 환히 밝히는 느낌입니다. 특히 면담성사후 기쁨으로 환히 웃으며 떠나는 분들을 대할 때는 꼭 한마디 덧붙이곤 합니다.


“아, 그렇게 웃으시니 너무 예쁩니다. 자주 그렇게 웃는 얼굴로 지내세요.”


정말 똑같은 얼굴도 웃지 않을 때와 웃을 때의 느낌이 천지차이입니다. 어찌 같은 얼굴이 저리도 차이가 있을까, 말그대로 얼굴의 신비입니다. 지난 새벽에 써놓은 ‘이 기쁨에 산다.’라는 시를 나눕니다.


-겨울 밤하늘/무수히 반짝이는 별들

 욕망의 나뭇잎들/떨어내니

 마음의 나뭇가지들 사이마다

 하늘 가득/무수히 빛나는

 은총의 별들/이 기쁨에 산다.-


오늘은 대림 제3주일, ‘기뻐하라(Gaudete)’ 주일입니다. 주님께서 오실 날이 얼마 안남았으니 이제부터 기쁨으로 주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라는 기쁨의 주일, 장미주일입니다. 하여 주례사제의 제의 색깔도 기쁨을 상징하는 장미색입니다.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복음의 핵심적 가치가, 참 영성의 표지가 기쁨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세례자 요한의 ‘회개에 합당한 열매을 맺어라’는 말씀에 충격을 받은 군중들의 이구동성의 질문입니다.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대로 대림시기를 사는 우리 모두 주님을 향한 질문이자, 오늘 강론 제목입니다. 주님은 친절하게도 명쾌한 답변을 주십니다.


첫째, 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기쁨이 너무 중요하기에 이미 강론의 서론도 기쁨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래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뻐하는 것입니다. 짧은 인생, 기쁘게 살라고 주어진 선물 인생입니다. 우울하고 어둡게 지내기엔 삶이 너무 아깝습니다. 하느님을 슬프게 하는 것입니다. 


왜 기뻐하는 것입니까? 하느님이 우리 삶의 중심에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기쁨의 샘입니다. 스바니야 예언자는 전쟁에 시달리고 있는 예루살렘은 물론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미사 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해 기뻐하라 하십니다.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시온아 두려워하지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뜨리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 네 한가운데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 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 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축제의 날인양 그렇게 하시리라.”


바로 딸 시온은, 이스라엘은, 딸 예루살렘은 우리 모두를 상징합니다. 주님은 우리 모두 기쁘게 살라고 기쁨의 미사축제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하느님의 사랑’이자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주님의 기쁨에 참여할 때 저절로 샘솟는 기쁨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도 우리 모두에게 기뻐하라 하십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


주님은 기쁨의 샘입니다. 주님 안에서 샘솟는 기쁨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기쁘게 합니다.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기쁨입니다.


둘째, 회개해야 합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을 만납니다. 기쁨의 대림시기는 회개의 시기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최고의 응답이 끊임없는 회개입니다. 말로만의 회개가 아니라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는 삶이어야 합니다. 바로 이런 회개에 따른 삶의 응답이 회개의 진정성을 보장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회개로 응답한 이들에게 세례자 요한은 각자의 처지에 맞는 삶의 처방을 알려줍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눠 주어라. 먹을 것을 가진 사람도 그렇게 하여라.”

일반 군중들의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회개한 세리들에 대한 대답입니다.


“아무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으로 만족하여라.”

군사들의 물음에 대한 답입니다.


삶의 실천이 따르지 않는 회개는 공허합니다. 비상한 회개의 행위가 아니라 각자 제자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정직하고 정의롭게 사는 것입니다. 나눔과 섬김의 삶에, 삶의 기본과 상식에 충실하는 것입니다. 사회교리를 충실히 준수하는 삶입니다. 이런 회개의 열매와 더불어 함께 가는 기쁨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겸손해야 합니다.

회개의 진정성을 보장하는 겸손입니다. 회개를 통해 하느님께 가까이 갈수록 하느님을 닮아 겸손입니다. 끊임없이 자기를 비우는, 버리는, 내려 놓은 겸손의 삶이 참으로 매력적이고 아름답습니다. 겸자무적입니다. 세상에 겸손한 자를 유혹할자 이길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영성의 진위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성인들의 공통점이 겸손입니다. 세례자 요한 역시 겸손의 대가임이 다음 고백을 통해 입증됩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주님을 만날 때 겸손한 삶입니다. 회개할 때 주님을 만나고 이어 겸손의 선물입니다. 진정 겸손한 자들은 하느님을 만난 사람들입니다.


넷째, 매사 감사해야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 또한 회개의 열매입니다. 감사할 줄 알아 사람입니다. 배은망덕한 자란 말을 들으면 그 인생 끝입니다. 삶은 온통 하느님의 선물이며 이를 깨달아 알 때 저절로 샘솟는 감사입니다. 감사 또한 발견입니다. 회개로 깨끗해진 마음에 눈만 열리면 감사의 발견입니다. 


그러니 모두가 은총이며 감사입니다. 이런 널려 있는 감사를 발견치 못하여 불평불만 중에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바오로의 말씀이 대림시기에 아주 적절합니다. 힘이 되고 위로가 됩니다.


“아무것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떠한 경우에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도하고 간구하며 여러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십시오.”


얼마나 좋습니까?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때 만사형통입니다. 기쁨, 겸손, 감사 모두 회개의 열매입니다. 그러니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라는 우리의 물음에 대한 주님의 명쾌한 대답은 넷으로 요약됩니다.


1.기쁘게 살아야 합니다.

2.회개해야 합니다.

3.겸손해야 합니다.

4.감사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사람의 모든 이해를 뛰어넘는 하느님의 평화가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지켜 줄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회개한 우리 모두에게 아름답게 빛나는 기쁨, 겸손, 감사의 은총의 열매들을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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