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 동안 남양주 성 요셉 수도원에 개인 피정 왔다가 사순판공 하려고 고백성사실을 찾았습니다.
45년간 늘 고백성사 때에 하던 것 처럼 준비해온 고백 몇 마디를 아뢰었습니다. 주의깊게 들으시는 이수철 수사신부님께서 이모 저모 물어 보시는데에 깜짝 놀라 신부님과 눈을 마주치며 말씀드리면서, 속으로 ' 아하, 이런 것이 면담 고백이로구나' 했습니다. 다정한 아버지, 연민 가득한 선생님 같았습니다.
핸드폰 앞뒤로 수도원 스티커 붙여 주시고, 자작시 '하루에 평생을 사네' 를 한 장 출력하셔서 투명 서류철에 넣어주시고, ''약을 드려야지" 하시면서 성서 말씀을 적은 작은 색종이도 주시고.... 무엇보다 '참 잘 살아오셨습니다' 하셨을 때에는 두번째로 진짜 깜짝 놀랐습니다. 고백성사에서는 조언이나 충고, 보속 받는데에만 익숙해 있었고, 그 이상은 기대한 적이 없었었기 때문이었나 봅니다. 저로선 엄청 당황했는데다가 노크하신 뒷분에게 빨리 자리 내주려 황급히 나와서는 고백성사 전에 바치다가 못 끝마친 십자가의 길을 나름 보속한다고 정신없이 바친 후, 소지품을 챙겨보니 수사님이 주신 색종이가 없었습니다. 가슴이 철렁하여 고백실로 달려가서 '빨간 종이'를 찾았습니다. 있을리가 없었죠. 십자가의 길을 샅샅이 훝다가 '노란 색종이' 를 찾았습니다. 수사님을 안심시켜야 하겠기에 다시 고백실로 달려가 찾았다고 보고드리고.. 그렇게 황망히 판공성사 임무를 마쳤습니다.
문석준 도미니코 수사님 종신서원식이 있던 3/19 성 요셉 대축일에 다시 수도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누군지 금새 못 알아 보시는 수사님 앞에 가서 계속 얼어가지고 " ' 그 그 기뻐하라.....' 그 그 처방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았던 사람입니다" 하고 용기내어 인사드렸었습니다. 고백성사에서 생전 처음 연민과 격려어린 칭찬을 받고 완전히 멘붕되었었다가 성요셉 대축일 미사 중 영성체 때에 또 대박 강타의 은혜를 입고는 아! 아직까지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해 하고 있습니다.
성 요셉 수도원은 참으로 은혜가 넘치는 곳입니다 !
2016년 3월의 마지막 날에 감사드리면서 전혜선 세실리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