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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6.27.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아모2,6-10.13-16 마태8,18-22


                                                                   귀가 준비(歸家 準備)


오늘 2016.6.27.일부터 7.8일까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 산재한 ‘수도원 수도영성 체험순례’ 여행단의 지도신부로 가게 되었습니다.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밤에는 짐을 싸면서 새삼 귀가준비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죽음 준비를 귀가준비라 하며 여러 차례 귀가준비란 주제로 강론도 나눴을 것입니다.


2000년, 그러니까 지금부터 16년 전에도 난생 처음 성지순례 지도신부로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지금보다 훨씬 짐이 간편했습니다. 돋보기, 상비 복용약, 노트북, 아이패드, 휴대폰, 충전기 등 세월이 흐르니 그때보다 챙겨야 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문득 아버지의 집으로의 귀가인 죽음에 앞서 챙겨야 할 준비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습니다. 완전히 홀가분한 빈손입니다. 가져갈래야 가져갈 것도 없고, 가져갈 수도 없습니다. 참 자유롭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져갈 것은 단 하나 그동안 주님과 쌓아놓았던 믿음, 희망, 사랑의 우정관계뿐입니다. 사실 이보다 더좋은 귀가준비도 없습니다. 


“죽음을 날마다 눈앞에 환히 두라.”(성규4,47).


당신 수도승 제자들에 대한 성 베네딕도의 간곡한 당부입니다. 하느님과 더불어 늘 기억해야 할 죽음입니다. 이 말씀을 명심함이 바로 최상의 귀가준비가 될 것입니다. 모든 환상에서 벗어나 지금 여기를 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우리가 당신 집에 귀가하여 우리를 맞이하실 때 아무것도 보지 않을 것입니다. 단 하나 주님이신 당신의 얼굴을 얼마나 닮았나 우리 내면의 얼굴을 보실 것입니다. 주님을 믿고 사랑하면서 주님과의 관계가 깊어갈수록 주님의 얼굴을 닮아갈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피정지도때 형제자매들에게 자주 들려주는 일화입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와 흡사합니다. 같은 소재를 어제는 루카복음에서 다뤘고 오늘은 마태복음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의 우리의 신원을 새롭게 환기하게 됩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


당신을 따르겠다는 어느 율법 학자에 대한 주님의 답변입니다. 피상적으로 볼 때, 정처(定處)없는 예수님의 삶이었지만 아버지와의 관계는 타인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독보적이었습니다. 예수님의 확고부동의 정주처(定住處)는 하느님이셨고, 어디나 하느님 계신 곳이기에 거기가 예수님께는 정주처의 고향이셨습니다. 


이런 예수님처럼 우리도 이탈과 무욕의 정신으로 주님 안에 정주하며 충실하고 항구히 주님을 따를 수 있는가 묻는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 안에 정주하며 그 믿음과 사랑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두려움도 사라지고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너는 나를 따라라.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어라.”


주님을 따르기전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달라는 어느 제자에 대한 주님의 답변입니다. 과장법의 충격적 표현으로 말 그대로 아버지의 장례를 거부하기 보다는 주님을 따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우선순위의 일인지 강조하는 것입니다. 


아주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주님 따르는 일에 전념, 정진하라는 것입니다.  세상 일에 매여 헤매다 보면 주님을 까맣게 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주님을 기억하고 주님을 따르는 일이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느님을 잊는 자들아, 깨달아라.”(시편50,22ㄱ).


오늘 화답송 후렴도 참 적절합니다. 영성생활에 주님의 은혜를 잊는 망각보다 더 해로운 것은 없습니다. 아모스 예언자를 통한 주님의 호된 심판의 질책을 듣는 이스라엘 사람들은 바로 우리의 모습일 수 있습니다.


“나는 그들 앞에서 아모리인들을 없애 주었다. 나는 너희를 이집트 땅에서 데리고 올라와 사십년 동안 광야에서 이끈 다음, 아모리인들의 땅을 차지하게 하였다.”


문장의 주어는 온통 하느님이십니다. 바로 이런 하느님 은총 속에 살아 온 삶을 까맣게 잊고 죄악을 저지른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가차없는 심판의 예고입니다. 특히 무죄한 이들, 빈곤한 이들, 힘없는 이들, 가난한 이들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의 배려는 얼마나 각별한지요. 사실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정의의 실천과 사랑의 배려가 없는 곳에는 참 종교도, 하느님께 대한 사랑도 있을 수 없습니다.


아모스 예언자의 마음은 그대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얼마나 주님과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에 있는지 깨닫습니다. 주님의 은혜를 잊는 망각보다 영성생활에 치명적 해로움은 없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과 신뢰와 사랑의 관계를 날로 깊게 해주십니다.


“암사슴이 시냇물을 그리워하듯, 하느님, 제 영혼이 당신을 그리나이다. 제 영혼이 하느님을, 생명의 하느님을 목말라하나이다.”(시편42,2-3).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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