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8.12. 연중 제19주간 금요일                                                           에제16,1-15.60.63 마태19,3-12


                                                            공동생활이냐 독신생활이냐?

                                                        -사람이 되는 일이 인생의 목표이다-


아마 창세기의 저자 시절이나 예수님 시절에는 오늘날과 같은 현실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남녀가 결혼하여 한 가정을 이루어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런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젠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된 세상 같습니다. 많은 여자분들도 아이들은 키우고 싶으나 가정이나 남편은 원하지 않는다는 보도도 얼핏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새벽, 함께 1박2일 고향 휴가를 가졌던 사촌 형제들중 한 형님으로부터 공동카톡에 올린 글을 보고, 강론 제목을 ‘공동생활이냐 독신생활이냐?’로 정했습니다.


“여기 대전은 말도 마시게. 일기예보가 노다지 내일은 더덥고 모레는 낼보다 더 더욱 덥다고 하고 있으니 큰 일이네. 모쪼록 건강챙기시게. 그리고 상대형님, 상경아우님, 수철신부님 무더운 여름 잘 견뎌내시고 건강하세요. 특히 보살펴주는 가족이 없는 수철 신부님이 제일 걱정되네요.”


전번 휴가때 약사는데 보태쓰라고 촌지를 전해 준 올해 칠순을 맞이한 인정많은 사촌형님의 카톡내용입니다. 가족이 없는 순전히 독신생활로 알고 있지만  문득 떠오른 것이 ‘수도가족’이란 말마디입니다. 독신생활이 아니라 공동생활을 한다는 차이가 엄청납니다. 사실 저는 저를 사랑하는 자식같은 제자들도 많습니다.


“자식들보다 낫네요.”


집무실에 에어콘을 마련해주려 했다는 제자들의 일화를 들려줬을 때 몇몇 지인들의 반응이 새롭게 생각납니다. 참 결혼하기가 하늘에 별따기처럼 힘든 시절입니다. 어쩌다가 형제자매들중 과년한 자녀들이 결혼하게 되었을 때 그 기뻐하는 모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결혼한 아들의 손자 사진을 카톡으로 보낸 사촌형님에겐 다음 같은 댓글도 보낸 일도 있습니다.


“요즘은 결혼하여 애기 잘 낳고 잘 사는 것이 효도孝道이고 애국愛國입니다.”


사실 요즘은 결혼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일처럼 기쁘고 그 젊은 부부들이 참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지곤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요즘 널리 회자되고 있는 n포세대란 말이 있습니다. 3포세대, 5포세대, 7포세대에 이은 n포세대입니다.


-3포세대; 2011년 처음으로 등장한 말로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5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을 포기한 세대.

 7포세대;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

 n포세대; 이제는 포기할게 정해져 있는 수가 아니라는 뜻에서 n을 표기하여서 n포세대.-


바로 이것이 오늘날  ‘일자리’를 마련하지 못하여 파생된 젊은이들의 비극적 현실입니다. 꿈과 희망을 포기한 7포세대에서 이제 더 이상 포기할 것이 없는 n포세대란 말이 회자되는 슬픈 현실입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독신생활을 꿈꾼 것이 아니라 본의 아니게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인연이 닿지 않아 못한 분들 역시 많음을 봅니다. 결혼을 안 한 분도 못 한 분도 점차 늘어나는 독신자들의 추세입니다. 결혼하여 부부가정공동체를 이루었다하면 복음 말씀대로 한 몸 공동체를 이루기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아니라 한 몸이 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된다.”


이혼불가 조항으로 보기보다는 끝까지 한몸 부부공동체를 이루어 살기를 바라는 하느님의 간절한 마음을 읽어야 할 것입니다. 사실 부부공동생활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답이 없습니다. 하여 제가 자주 격려하여, ‘잘살고 못살고는 차후 문제이고 끝까지 살았다는 자체로 구원’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요즘은 이혼하여 혼자 사는 이들을 ‘돌아온 싱글’을 줄여 ‘돌싱’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힘든 부부공동생활에는 오늘 에제키엘서 16장이 좋은 가르침이 됩니다. 예루살렘의 역사가 부정한 아내의 역사로 지칭하여 적나라하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참 파란만장한 결혼부부생활을 상징한다 싶습니다. 버려진 아기가 왕비가 되기까지 길고 고통스러운 예루살렘의 사랑 역사에서 숭고한 것과 저속한 것이 나란히 등장하고, 세세한 사실적 표현들이 거북하게 느껴지지만, 불충한 당신 백성에 대한 하느님의 자애로운 사랑이 신비를 깊이 깨닫게 됩니다. 오늘 1독서의 핵심구절은 16장 60절입니다.


“그러나 나는 네가 어린 시절에 너와 맺은 내 계약을 기억하고, 너와 영원한 계약을 세우겠다.”


이런 하느님을 닮아 초심의 사랑으로 돌아가 늘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부부(수도)공동체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수도자들은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독신이지만 공동생활을 하는 독신자들입니다. 하여 결혼을 안했든 못했든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를 이루어 연대하여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제 소견입니다. 


문제는 ‘결혼생활이냐 독신생활이냐’가 아니라 ‘사람이 되느냐 안되느냐’에 있고, 공동체와 고립단절 되어선 ‘사람이 되는 일’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혼자 독신으로 살아도 서로 연대하여 살아가는 갖가지 유형의 공동체들이 생겨나는 오늘의 현실이요, 가톨릭 교회가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느님 안에 참 공동체를 이뤄주는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공동체의 영원한 원형原型’인 거룩한 성체성사 미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가 속한 공동체를 끊임없이 사랑의 공동체로 성장, 성숙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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