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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24. 사순 제3주간 금요일                                                                         호세14,2-10 마르12,28ㄴ-34



시인詩人이 되고 싶습니까?

-사랑하십시오-



시인이 되고 싶습니까? 시같은 인생, 기도같은 인생이 되고 싶습니까? 사랑하십시오. 답은 이것 하나뿐입니다. 사랑할 때 누구나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입니다. 오늘 호세아 예언서를 읽으면서 문득 ‘아, 호세아는 시인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개하여 당신께 돌아온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다음 주님의 말씀은 얼마나 아름다운 시적 언어인지요.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 이스라엘의 싹들이 돋아나, 그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으리라.”(호세14,6-7).


비단 윗 구절만이 아니라 호세아서 전체가 저에겐 참 향기로운 생명의 시처럼 들립니다. 호세아의 입을 통해 말씀하시는 하느님 역시 의인화한다면 말그대로 시인 하느님이십니다. 사랑의 예언자, 사랑의 시인, 사랑이 신비가 모두 사랑의 하느님께 속해 있음을 봅니다.


시가 답입니다. 정말 시가 필요한 시절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의 시인으로 불림 받고 있습니다. 비상한 시인이 아니라 하느님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삶을 사랑하는 평범한 시인입니다. 제대로 나이 들어 가는 데도 시공부보다 더 좋은 것도 없습니다. 어제 읽은 기사가 생각납니다.


-“늙음 자체보다는 제대로 늙을 수 없다는 것이 새로운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평생직장 개념이 붕괴한 무한경쟁사회, 끝없는 자기혁신과 평생학습의 구호속에 한국인들은 더 이상 늙을 수가 없다.


한국인들은 실제로 늙지 못한 채 나이만 먹고 있다. 낡은 것이 초단위로 폐기되는 사회에서 그들은 필사적으로 젊음을 유지하려고 한다.


모든 나이 듦이 ‘꼰대질’과 ‘갑질’이 되는 사회. 더 이상 향기 나게 늙지 못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죽은 시니어의 사회’는 젊은이들에게도 불행한 사회다. 그것은 다른 의미에서 미래가 없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시가 없는 사회, 본능과 욕망만 남은 너무 삭막한 사회입니다. 영혼이 살기위해 시공부는 시의 생활화는 필수입니다. 향기나게, 품위있게 제대로 늙기 위해 제안하는 바 시공부입니다. 사실 옛 선비들에게 시를 짓고 읊는 것은 일상이었습니다. 시를 주고 받으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습니다. 어느 심리상담가의 시에 대한 아름다운 고백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시가 뿜어내는 치유적 공기에 매료되었다. 시를 읽는 이들을 누구든 응원하고 다독여 주는 존재가 시인이다. 상처입은 영혼들에겐 특히나 관대한 존재가 시인이다. 시가 얼마나 위대한 치유의 도구인지 시인이 얼마나 치유적 존재인지 확실하게 실감했다. 시는 그 자체로 부작용 없는 치유제다. 그런 공감과 통찰과 눈물과 아름다움이 있는 치유제가 세상에 또 있을리 없다.”


흡사 시와 시인에 대한 예찬같지만 전적으로 공감되는 내용입니다. 시중의 시가 우리 가톨릭 수도자들은 물론 믿는 많은 이들이 즐겨 기도로 바치는 시편입니다. 생명과 빛과 희망으로 가득한 찬미와 감사의 시편들입니다. 마음을 시편에 가득담아 소리내어 읽거나 노래로 부르며 기도로 바칠 때 이보다 영혼에 더좋은 치유제, 예방제, 영양제도 없습니다. 


생명의 빛 가득한 희망과 사랑의 시편들을 노래하다 보니 세상 시들에 대한 맛을 잃었습니다. 너무 길고 복잡하여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이, 감정의 무절제한 배설로 마음 어둡고 무겁고 혼란하게 하는 시들이 너무 많습니다. 좋은 시의 기준은 '잘 외워지는 시'라 합니다. 시는 사람입니다. 새삼 삶이 좋아야 시들도 좋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 영혼을 위로하고 치유하며 정화하고 성화하는 성서의 시편입니다. 하여 저 역시 고백성사나 상담으로 집무실을 방문하는 분들에겐 집무실 벽에 붙은 좋은 시를 소리내여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시인이 되고 싶습니까? 사랑하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시인이 되는 첩경의 지름길을 알려 주십니다. 율법학자의 첫째 계명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은 그대로 우리에게 해당됩니다.


“첫째는 이것이다.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그러므로 너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이 약입니다. 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됩니다. 온전한 치유로 사람이 되는 길도 사랑뿐입니다. 정체성의 위기도 자존감의 결여도 사랑 결핍에서 기인합니다. 하느님을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번제물과 희생 제물보다 낫습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할 때 비로소 온전한 사람이 됩니다. 평생 공부가 하느님 사랑, 이웃 사랑의 공부입니다. 늘 사랑을 공부해도 사랑에는 여전히 초보자 학생에 불과할 뿐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이웃을 사랑할 때 시를, 성서의 시편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됩니다. 마침내 시같은 인생을 살게 됩니다. 삶이 기도가 되고 시가 될 때 그 인생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답고 향기롭겠는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살아야 합니다. 정말 이 삭막한 세상 '살아남기 위하여' 성서의 시편들은 물론 좋은 시들을 공부해야 하고 생활화해야 합니다. 사실 기도같은 인생, 시같은 인생을 위해 시편성무일도보다 더 좋은 수행도 없습니다. 


하느님의 최고의 시가 우리가 매일 기도로 바치는 시편들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성인들의 삶 자체가 하느님의 꿈이 최고로 실현된 아름답고 향기로운 시입니다. 매일 우리가 바치는 이 거룩한 미사 또한 하느님 최고의 아름다운 시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사랑을 붇돋아 주시어 우리 모두 시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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