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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4.27. 부활 제2주간 목요일                                                                                   사도5,27-33 요한3,31-36



주님과의 우정友情



어제 암말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친구 부인을 문병차 서산에 다녀 왔습니다. 전번은 엠마오 산보로 제자의 우동집을 방문했고, 이번 두 번째 엠마오 산보는 환자 방문이 된 셈입니다. 참 의미깊은 날이었습니다. 힘든 처지에도 불구하고 친구 부인은 밝고 평화로웠고 고요했습니다. 중국에 시집간 효성스런 큰 딸이 임시로 9개월째 손녀들을 데리고 와서 살면서 집중적으로 어머니를 간병하고 있었습니다. 친구 딸에 관련된 일화가 재미있어 나눕니다.


친구의 아버지가 손자를 기대하여 미리 호적에 올려 놓은 이름이 만인의 터전이 되라는 ‘만기萬基’ 남자 이름이 결국 딸의 이름이 되었고, 중국의 유력층에 있는 사위를 보게 되어 말그대로 아들 못지 않은 만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손녀는 셋인데 첫째는 한국에서 낳았고 한국의 지혜를 닮으라 ‘한지韓智’, 둘째는 중국에서 낳았고 중국의 지혜를 닮으라 ‘중지中智’, 셋째는 미국에서 낳았고 미국의 지혜를 닮으라 ‘미지美智’로 정했다 합니다.


친구는 감리교회의 열심한 신자로 무려 큰 교회에서 15년간 수석장로로 봉사했고 지금은 원로장로로서 충실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모범적 신자요 훌륭한 가장입니다. 친구는 부인의 한결같은 내조와 지혜로움과 검소함을 칭찬했습니다. 결혼 45년 동안 평생 사치를 모르고 살았고 함께 가게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는데 최선을 다해 도왔다는 것입니다. 친구 부부의 신앙과 사랑이 얼마나 충실하고 두터운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이 주님과의 우정입니다. 주님은 믿는 우리를 종이라 부르지 않고 친구라 부르셨습니다. 아브라함도 하느님의 친구라 불려졌습니다.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자 친구인 주님과의 우정이 내적 힘의 근원임을 깨닫습니다. 주님과 우정이 깊어지면서 우리의 믿음, 희망, 사랑도 날로 깊어지기 때문입니다. 


세월 흐르면서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의 우정이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 주님께 갖고 갈 것도 주님과 우정의 관계뿐이요, 노년의 풍요로운 영적복지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역시 주님과의 우정입니다. 이런 우정의 모범은 바로 복음의 예수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이 바로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과의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는 아드님을 사랑하시고 모든 것을 그분 손에 내주셨다.”(요한3,34-35).


바로 위에서, 하늘에서 오시는 분이 예수님의 정체입니다. 이런 예수님과 깊어지는 우정의 믿음과 더불어 저절로 깊어지는 하느님 아버지와 우리와의 관계입니다. 우리 역시 땅에서 살지만 주님과의 우정의 믿음이 깊어지면서 점차 하늘에 속한 사람으로 변모되어 초연한 자유인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다음 말씀이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아드님을 믿는 이는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 그러나 아드님께 순종하지 않는 자는 생명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진노가 그 사람 위에 머문다.”(요한3,36).


믿음이 답입니다. 순종이 답입니다. 믿음과 순종은 함께 갑니다. 아드님 예수님을 믿을 때 영원한 생명을 얻고, 아드님 예수님께 순종할 때 영원한 생명을 봅니다. 하느님의 자비가 늘 그 위에 머무릅니다. 바로 사도행전의 사도들이  그 모범입니다. 얼마나 아드님 예수님과 깊은 우정의 믿음관계에 있는지 깨닫습니다.


“사람에게 순종하는 것보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더욱 마땅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이 나무에 매달아 죽인 예수님을 다시 일으키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영도자와 구원자로 삼아 당신의 오른쪽에 들어 올리시어, 이스라엘이 회개하고 죄를 용서받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이 일의 증인입니다.”(사도3,29ㄴ-32ㄱ).


부활의 증인인 사도들의 주님과 깊은 우정관계에서 터져 나오는 용기있는 믿음의 고백입니다. 참으로 담대한 믿음의 사도들입니다. 예수님과 우정의 믿음이 깊어지면서 저절로 하느님께 순종하는 삶이 됨을 깨닫습니다. 


문득 영국 헨리 8세 시절 순교성인 토마스 모어가 생각납니다. 그는 헨리 8세를 영국교회의 수장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며 말했습니다. “나는 왕의 충실한 종이다. 그러나 하느님이 우선이다(The king’s good servant but God’s first)’. 성인은 그의 신앙과 정체성과 타협하기를 거부했고, 결국 생명을 잃었습니다. 주님과 깊은 우정의 믿음의 본보기가 바로 이런 순교자입니다. 하느님께 순종의 절정의 본보기가 바로 이런 순교의 죽음입니다.


산다는 것은 순종하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크고 작은 순종의 삶과 더불어 깊어가는 주님과의 우정이요 마지막 거룩한 순종의 죽음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영도자이시며 구원자이신 주님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 주십니다. 


"가련한 이 부르짖자 주님이 들어 주셨네."(시편34,7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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