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25.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673-735) 기념일

사도18,1-8 요한16,16-20



진리의 영

-기쁨과 평화, 그리고 자유-



부활하신 주님의 ‘진리의 영(the Spirit of truth)’에 따라 살 때 언제 어디서나 영원한 기쁨과 평화, 그리고 자유인의 삶입니다. 어제는 지난 번 방문했던, 1977년 6학년때 제자들을 가르쳤던 때의 일기장을 읽어보며 자신의 삶을 성찰했습니다. 올해가 2017년이니 만 40년전 29세때 일입니다. 무려 4권의 일기장들이었습니다.


-시간마다/씨를 뿌립니다

 이상하네요/꽃이 피지 않네요

 아!/싹이 트고 있네요

 슬픔과 기쁨이/사이좋게/오고 갑니다

 떠가는/슬픔에/기쁨에/내 마음/뺏기지 말고

 정성껏/씨를 뿌립니다-1977.10.29.


-하늘이/닫히면/마음은 열린다

 마음의 하늘에서/피어나는/밝은 웃음들

 포근한/엄마품에 들어 온/세상

 그래서/어둔 날에도/우리는 웃는가 보다-1977.11.18.


일기장을 읽던 중 언뜻 눈에 띤 시가 행복하게 했습니다. 과거없는 현재는 없고 현재없는 미래도 없습니다. 과거는 현재요 현재는 미래입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하나의 영원한 기쁨으로 관통되고 있음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간절히 치열히 살았던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교사생활이었습니다. 과거는 현재에 이어지고 계속되는 한결같은 삶에 감동, 감사했습니다. 어렵기로 하면 항상 어렵고 기쁘기로 하면 항상 기쁩니다. 


늘 깨어 지금 여기서 기쁘게 행복하게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과거를 치유하고 미래를 꼴잡아 주는 현재입니다. 현재가 답입니다. 과거에 아파하고 미래에 두려워할 것 없습니다. 지금 여기서 늘 깨어 새롭게 시작하는 회개의 삶이 답입니다. 이래야 세월 흘러도 영혼은 영원한 젊음입니다. 말그대로 종말론적 기쁨과 평화, 자유의 삶입니다. 진리의 영께서 하시는 일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울며 애통하겠지만 세상은 기뻐할 것이다. 너희가 근심하겠지만, 그러나 너희의 근심은 기쁨으로 바뀔 것이다.”(요한16,20).


세상의 기쁨에, 현재의 근심에 개의할 것 없습니다. 세상의 기쁨도, 현재의 근심도 떠가는 구름처럼 지나갑니다. 언제나 남는 것은 '영원한 기쁨'의 푸른 창공이요 바로 부활의 기쁨을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입니다. 바로 이의 좋은 본보기가 사도행전의 ‘기쁨의 사도’ 바오로입니다. 제 집무실 출입문에는 재작년 성탄때 원장수사가 선물한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적힌 사진이 그대로 붙어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기뻐하십시오. 거듭 말합니다. 기뻐하십시오.”(필립4,4).


옥중에서도 기쁘게 살면서 우리 모두 기쁘게 살라는 바오로 사도의 당부입니다. 오늘 사도행전의 바오로 역시 바쁜 일상중에도 참 자유로워 보이고 역동적인 기쁨과 평화의 모습입니다. 바쁜 일상의 중심에 부활하신 주님을 모시고 진리의 영따라 살고 있기에 집착함이 없는 초연한 자유인 바오로입니다.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와 함께 천막을 만드는 생업에 종사하며 자기 먹을 것을 자기가 해결하며 남은 시간은 말씀 전파에만 전념하는 바오로입니다. 당시 유다교의 라삐들은 수공업을 생업으로 삼았고, 바오로 역시 다른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복음을 무상으로 선포하기 위한 방도로 천막을 만드는 일을 생업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언젠가 살아야 할 기쁨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하는 기쁨입니다. 저 세상에서의 영원한 삶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살아야 하는 영원한 삶입니다. 바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할 때 하루하루가 영원이요 영원한 기쁨의 창공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기쁨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제 좌우명 자작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의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55 희망이 최고의 명약이다 -우연은 없다-2019.1.17.목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1.17 144
3454 희망이 최고의 명약名藥이다 -희망과 구원의 하느님-2018.12.5.대림 제1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05 145
3453 희망이 답이다 -우리의 희망이자 기쁨인 그리스도-2017.9.13. 수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4/49-407)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7.09.13 173
3452 희망이 답이다 -끝까지 잡아야 할 희망의 끈, 하느님-2017.10.31.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7.10.31 120
3451 희망의 여정 -희망의 표징, 회개의 표징-2023.9.30.토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347-42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30 228
3450 희망의 여정 -죽음은 새로운 삶의 시작-2023.11.25.연중 제3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5 147
3449 희망의 여정 -우리는 모두 희망의 순례자입니다-2021.12.1.대림 제1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2.01 165
3448 희망의 여정 -영원한 희망의 도반道伴이신 주 예수님-2022.7.16.연중 제15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07.16 183
3447 희망의 선물-하느님의 나라-2015.11.27. 연중 제3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7 358
3446 희망의 사람 -우리는 희망으로 구원을 받았습니다-2015.10.27. 연중 제30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0.27 239
3445 희망의 빛, 부활의 희망, 희망의 천국 -“죽음은 새 새명의 시작입니다”-2021.11.20.연중 제3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1.20 171
3444 희망성월-우리는 모두 성인들입니다-2016.11.1. 화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6.11.01 240
3443 희망과 기쁨의 표지-성모 마리아-2015.8.15. 토요일 성모 승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15.08.15 454
3442 희망과 기쁨-2016.5.23. 연중 제8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6.05.23 223
3441 희망과 기쁨, 위로와 치유, 구원의 복음 -대림시기 주님의 명령-2019.12.10.대림 제2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2.10 222
3440 희망과 기쁨 -늘 새로운 시작-2021.12.17.금요일 12월17일 1 프란치스코 2021.12.17 158
3439 희년禧年의 영성 -하느님이 답이다. 다시 하느님께 희망을-2015.8.1. 토요일 성 알폰소 마리아 데 리구오리 주교 학자(1696-178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8.01 363
3438 희년禧年의 비전과 영성의 실현 -하늘 나라-2017.8.5. 연중 제17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7.08.05 125
3437 희년(禧年)의 영성 -인간의 해방, 경제적 해방, 생태적 해방-2023.8.5.연중 제17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3.08.05 329
3436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 -하느님의 소망所望이자 우리 삶의 궁극 목표目標-2021.6.15.연중 제11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15 11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73 Next
/ 173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