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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연중 제34주간 월요일                                                                     다니엘1,1-6.8-20 루카21,1-4



하느님 앞에서의 삶

-가난하고 투명한 삶-



오늘 복음은 짧지만 메시지는 아주 강렬합니다. 부자와 가난한 과부의 헌금장면이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이들의 모습을 예리하게 관찰한 후 예수님은 가난한 과부를 칭찬하십니다.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을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지고 있던 생활비를 다 넣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가난한 과부임은 2절의 표현을 봐서도 짐작이 갑니다. ‘가난한’이 아닌 ‘곤궁한’, ‘빈곤한’, ‘극빈한’ 과부로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으면 렙톤 두 닢 중 한 닢은 생활비로 남기고 한 닢만 헌금했을 텐데 생활비 렙톤 두 닢을 모두 헌금한 과부입니다. 가난해도 참 초연하고 기품이 있어 보입니다. 반면 인색한 부자들은 가진 돈의 작은 일부만 헌금했을 것입니다.


이런 장면 자체가 하느님 앞에서 우리 삶을 살펴 보게 합니다. 과부의 헌금은 그대로 가난한 과부의 하느님 사랑을, 하느님 믿음을 반영합니다. 참으로 하느님 앞에서 투명한 삶을 살았던 가난한 과부였습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노라.”


어제 미사중 화답송 후렴은 그대로 가난한 과부의 고백이었을 것입니다. 분명 하느님만으로 행복했을 가난한 과부입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산상설교의 참행복선언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해당하는 가난한 과부는 역설적으로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누가 진정한 부자입니까? 진정한 부자는 많은 것을 소유한 자가 아니라 최소한도의 필요를 소유한 자입니다. 욕심이 많으면 여전히 가난한 자일뿐입니다. 최소한도를 소유했지만 욕심이 없었기에 참으로 부유하고 자유로운 가난한 과부였습니다. 부자이면서 진정 자유롭고 행복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가난한 과부는 참 자유로워 보이고 행복해 보입니다. 


이런면에서 가난한 과부는 하느님 앞에 진정한 부자라 할 수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가난한 부자였고, 가난했지만 자유롭고 행복했던 과부였습니다. 참으로 하느님 앞에 가난한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언젠가 맞이할 죽음이, 병고에 취약한 몸이 가난한 인간 존재임을 실감하게 합니다. 


아마 예수님의 인간에 대한 연민의 사랑도 이런 가난한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에서 기인했을 것입니다. 재산은 많이 지녔어도 마음이나 시간의 여유없이 살아가는 가난하게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이런면에서 참으로 가난한 이들이 넘치는 오늘날 사회입니다.


생각해보니 이 모두가 무지無知의 소산입니다. 하느님을 모르고 자기를 모르는 무지의 병이 참으로 심각합니다. 무지에서 기인하는 교만, 탐욕, 위선입니다. 참으로 자신의 한계와 부족의 가난을 깨닫는 자가 참으로 지혜롭고 자유롭고 행복한 부자입니다. 


오늘 복음의 가난한 과부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바빌론 임금 네부카드네자르를 섬기던 유배중의 이스라엘 네 청년입니다. 하느님의 율법에 충실하여 궁중음식과 술을 피하고 채소와 물만 마셨지만 궁중 음식을 먹는 어는 젊은이 보다 용모가 더 좋았다 합니다.


가난한 과부처럼 하느님이 그들의 전부가 됐기에 하느님은 그들을 돌보셨고  가난한 처지였지만 누구보다 부유했고 자유롭고 행복했습니다. 가난한 과부와 늘 함께 했던 주님은 이들 이스라엘 네 청년과도 늘 함께 하셨습니다. 가난한 존재들이지만 하느님으로 인해 참으로 내적부유와 자유를 누렸던 지혜롭고 겸손한 네 청년이었습니다. 


복음의 가난한 과부와 다니엘서의 네 청년의 삶이 우리에게 깊은 깨우침을 줍니다.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하느님과 우리 자신입니다. 가난을 통해 하느님을 알고 나를 깊이 깨달아 알아간다면 가난 역시 은총의 선물입니다. 


미사중 가난한 빈 손으로 주님의 성체를 받아 모실 때 누구나 가난한 존재임을, 동시에 가난이 은총임을 실감할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가난한 우리를 당신 사랑으로 가득 채워 주시어 우리 모두 자유롭고 행복한, 겸손하고 지혜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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