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8. 금요일 한국교회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

창세3,9-15.20 에페1,3-6.11-12 루카1,26-38



동정 마리아는 어떤 분이신가?

-정주, 찬미, 순종-



오늘은 한국교회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성모 마리아께서는 잉태되신 순간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으셨다는 믿음은 초대교회때부터 생겨났습니다. 이런 믿음은 여러차례 성모님 발현으로 더욱 깊어졌으며 1854년 비오 9세 교황은 성모마리아의 무죄한 잉태를 믿을 교리로 선포하였습니다.  


아들을 보면 어머니를 알 수 있습니다. 아드님 예수님을 통해 또 어머님 마리아의 삶을 통해 성모님이 얼마나 순수하고 믿음깊고 겸손한 참 사람이었는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참 사람 하나 만나기 힘든 세상에 성모님이야 말로 영원한 참 사람의 모델입니다. 이에 대한 고백이 바로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입니다. 저는 오늘 세 측면에서 마리아 성모님을 조명해 봤습니다.


첫째, 성모님은 ‘정주定住의 사람’이었습니다.

늘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이 주님 안에 정주했던 분이십니다. 늘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한결같은 믿음의 삶을 사셨던 분이십니다. 오늘 1독서 창세기의 아담과 하와를 보면 확연히 비교됩니다. 아담이 나무 열매를 먹은 뒤, 주 하느님께서 “너 어디 있느냐?” 물으셨을 때 아담은 주님이 두려워 숨었습니다.


제자리에 충실하여 주님의 명을 거스리지 않았다면 “예, 여기 있습니다.”하고 응답했을 것입니다. 정주의 제자리를 잃었기에 아담도 하와도 책임을 전가합니다. 바로 자기 상실을 뜻합니다. “너, 어디 있느냐?” 자주 자문하며 늘 정주의 제자리를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바로 하느님 불러 주신 제자리에 항구히 정주함이 믿음입니다. 인내의 정주, 믿음의 정주입니다. 나자렛 고을에 항구히 정주하며 하느님을 믿은 동정마리아였기에 하느님은 당신 천사를 통해 친히 그를 방문해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신다.” 하고 축복의 인사를 하십니다. ‘은총이 가득한 분’ 바로 정주의 열매이자 원죄없음의 빛나는 상징입니다.


둘째, 성모님은 ‘찬미讚美의 사람’이었습니다.

제2독서 에페소서에서 착안했습니다. 얼마나 웅장하고 신명나는 그리스도를 통해 베풀어진 하느님 은총의 찬미인지요. 성모님 역시 우리가 매일 저녁성무일도때 마다 부르는 마리아의 노래, 마니피캇을 통해 보다시피 찬미의 사람이었음을 깨닫습니다. 바로 오늘 복음에 이어 엘리사벳을 방문하신후 곧장 터져나오는 성모님의 마니피캇 찬미가입니다.


초대교회, 아니 이스라엘 역사초부터 면면히 계승되어 온 찬미의 전통입니다. 오늘 제2독서 에페소서 밀씀은 아담의 실패를 완전히 만회한 새 아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한 하느님 축복에 대한 찬미의 고백입니다. 그리스말 본문에서는 3절에서 14절까지 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 말그대로 숨을 멈추지 않고 하느님께서 베푸신 은총을 내리 노래했음을 봅니다. 


이 찬미에서 하느님은 모든 동사의 주어로 등장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베푸신 하느님 구원 업적에 대한 찬미입니다. 하여 우리 수도자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 성무일도때마다 이 찬미가를 노래하며 구원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찬미의 사랑, 찬미의 기쁨, 찬미의 축복입니다. 성모님은 찬미의 사람이었고 믿는 이들 모두가 찬미의 사람들입니다. 이미 찬미의 DNA가 우리 믿는 이들 영혼에 깊이 각인되어 있음을 깨닫습니다. 


셋째, 성모님은 ‘순종順從의 사람’이었습니다.

성모님은 하느님의 뜻에 전적으로 순종한 분이셨습니다. 순종에 앞서 성모님은 침묵의 사람이었고 겸손히 듣는 관상가의 면모를 지닌 분임을 깨닫습니다. 성모님께서 주님 천사의 인사를 들었을 때 깨어 경청하며 곰곰이 이 말씀을 마음에 담고 생각하였으며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도 끝까지 경청하고 있음을 봅니다. 성모님의 순종의 절정은 다음 마지막 고백에서 드러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이 한 말씀 순종의 응답으로 인류역사의 전환점이 마련되었습니다. 하느님의 구원사도 차질없이 펼쳐지게 되었습니다. 성모님이야 말로 하느님께 전적으로 순종한 “예스맨yes-man”이었음을 봅니다. 창세기에서 하와의 실패를 당신의 순종으로 완전 만회하신 새 하와 성모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순종의 믿음, 순종의 사랑, 순종의 겸손입니다. 당신께 순종하는 이에게 하느님도 순종하신다 합니다. 성모님의 순종의 응답에 하느님은 얼마나 기뻐하고 고마워하셨겠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빛나는 모습이 바로 성모님 삶의 세측면을 통해 환히 드러납니다. 바로 시종여일 정주의 삶, 찬미의 삶, 순종의 삶에 항구하고 충실하셨던 성모님의 삶이 ‘원죄없음’에 대한 생생한 상징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성모님의 세 측면의 삶의 면모를 닮게 하십니다. 이렇게 살 때 우리의 죄는 정화淨化되어 깨끗해지고 우리는 세상 죄에 오염汚染되지도 않을 것입니다.


“정의의 태양, 그리스도 우리 하느님을 낳으셨으니, 마리아님, 저희가 모두 당신께 영광을 드리나이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98 성인聖人이 되라 불림받고 있는 우리들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꽃자리’ 하늘 나라이다--2021.5.26.성 필립보 네리 사제(1515-1595)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5.26 120
1097 “주 예수 그리스도님!” -갈망渴望, 떠남, 만남, 개안開眼, 따름의 여정旅程-2021.5.27.연중 제8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27 107
1096 성전정화의 은총 -전우애, 학우애, 형제애의 성김 공동체-2021.5.28.연중 제8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5.28 106
1095 봉헌의 삶 -날마다 성전 봉헌 축일이다-2021.5.29.토요일 요셉 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5.29 184
1094 우리는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삼위일체 하닮의 여정-2021.5.30.지극히 거룩하신 삼위일체 대축일(청소년 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5.30 136
1093 영적 도반, 영적 우정 -저에게는 매일이 ‘영적도반의 방문 축일’입니다-2021.5.31.월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 방문 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5.31 118
1092 삶(사랑)의 신비, 삶(사랑)의 기적 -삶은 우연이 아니라 섭리의 신비다-2021.6.1.화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100-165)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6.01 153
1091 한결같은 기도와 삶 -부활 희망과 믿음, 기도-2021.6.2.연중 제9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02 112
1090 경천애인敬天愛人의 삶 -하느님 중심의 삶-2021.6.3.목요일 성 가롤로 르왕가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6.03 117
1089 개안開眼의 은총 -경외敬畏와 찬미讚美의 삶- 2021.6.4.연중 제9주간 금요일 ​​​​​​​ 1 프란치스코 2021.06.04 94
1088 참 행복한 삶 -찬미와 봉헌, 자선의 삶- ​2021.6.5.토요일 성 보니파시오 주교 순교자(675-754)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6.05 110
1087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2021.6.6.주일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6.06 170
1086 참행복 -성인聖人이 되는 것-2021.6.7.연중 제10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07 127
1085 세상의 소금이자 빛인 우리들 -주님은 발광체發光體, 우리는 반사체反射體-2021.6.8.연중 제10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08 192
1084 사랑밖엔 길이 없다 -율법의 완성은 사랑, 새 계약의 일꾼인 우리들-2021.6.9.연중 제10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09 109
1083 예닮의 여정 -무지, 성령, 자유, 온유, 겸손-2021.6.10.연중 제10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10 117
1082 예수 성심聖心의 사랑 -하느님 사랑-2021.6.11.금요일 지극히 거룩하신 예수 성심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1.06.11 139
1081 성모 성심 -하느님 중심의 삶-2021.6.12. 토요일 티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06.12 116
1080 하느님의 나라 살기 -바라보라, 기다리라, 최선을 다하라-2021.6.13.연중 제11주일 1 프란치스코 2021.06.13 111
1079 주님의 전사, 주님의 일꾼 -참 자유인-2021.6.14.연중 제11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6.14 105
Board Pagination Prev 1 ... 113 114 115 116 117 118 119 120 121 122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