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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2. 대림 제2주간 화요일                                                                            이사40,1-11 마태18,12-14



나는 누구인가?

-착한 목자 예수님-



오늘 짧은 복음의 소주제는 ‘되찾은 양의 비유’이고, 제1독서 이사야서의 소주제는 ‘위로와 구원의 선포’입니다. 이 두 주제에 따른 내용을 묵상하면서 떠오른 강론 제목은 “나는 누구인가?-착한목자 예수님-”이었습니다.


믿는 이들에게 ‘나는 누구인가?’, 신원에 대한 물음보다 더 중요한 물음은 없습니다. ‘수도자는 누구인가?’, 매일 묻는 자가 수도자라 하는데 ‘나는 누구인가?’ 매일 묻는 자가 참 사람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진짜 참사람이 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평생공부이자 평생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전제되는바 ‘착한목자 예수님’이십니다. 착한목자 예수님과의 관계를 떠나서는 참나의 해명은 불가능합니다. 참사람인 내가 될 수도 없습니다. 내가 물음이라면 착한목자 예수님은 답이기 때문입니다. 


착한목자 예수님이 우리의 유일무이唯一無二한 목자라면, 우리는 예외없이 그분의 각자 고유의 유일무이한 양들입니다. 그러니 착한목자 예수님이야 말로 믿는 우리 모두의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 즉 우리 삶의 모두라 할 수 있습니다.


문득 어제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저는 좀 여유가 있다 싶으면 면담고백성사 때 말씀처방전 보속에 하나의 보속을 첨가하여 성가를 부르도록 합니다. 좋아하는 짧은 성가 1절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부르도록 합니다. 어제는 마침 아르헨티나에서14년동안 선교하다 잠시 귀국하여 체류중인 수녀님이 면담성사차 들렸기에 성가 보속을 청했습니다. 단번에 펼쳐 부른 성가 제목은 ‘주 예수 따르기로’(성가29) 였습니다.


“주 예수 따르기로/나 약속했으니/내 친구되신 주여/늘 함께 하소서.

 주 함께 계시오면/나 든든하옵고/주 나를 이끄시면/바른 길 가리라.”


그대로 간절한 소원이 담긴 기도같은 성가에 수녀님도 감동했고 저도 감동했습니다. 오늘 강론 소재에도 잘 어울립니다. 이렇게 자주 신원을 확인해야 잃은 양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짧지만 언제 읽어도 깊은 묵상감에 깊은 울림을 줍니다. 주님은 당시 제자들뿐 아니라 오늘의 우리 모두를 향해 묻습니다.


“너희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떤 사람에게 양 백 마리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길을 잃으면, 아흔 아홉 마리를 산에 남겨 둔 채 길 잃은 양을 찾아 나서지 않느냐?”


아, 바로 이것이 착한목자 하느님, 착한목자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예수님을 통해 그대로 드러나는 자비하신 하느님 마음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실용적 잣대로 당신 양들을 보지 않으십니다. 하나하나가 당신께는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우주보宇宙寶와도 같은 존재들입니다. 


결코 아흔아홉에 하나쯤이야 쉽게 포기할 분이 아닙니다.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한다는 독재주의자같은 발상은 착한목자 예수님은 꿈에도 상상하지 않으십니다. 이어지는 말씀안에 예수님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잃어버린 양 하나를 찾기 전에는 노심초사勞心焦思 밤잠을 이루지 못할 착한목자 예수님이십니다.


“그가 양을 찾게 되면, 내가 진실로 말하는데, 길을 잃지 않은 아흔아홉 마리보다 그 한 마리를 두고 더 기뻐한다. 이와 같이 이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이 저절로 나옵니다. 이런 착한목자 예수님을 닮아갈 때 비로소 나에 대한 답이 나옵니다. 평생 착한목자 주님을 닮아가는 것이 우리의 필생의 평생과제입니다. 그러니 끊임없이 착한목자 예수님을 찾고 따라야 합니다. 착한목자 예수님 역시 끊임없이 우리를 찾아 오십니다. 정말 믿는 이들에게는 언제나 대림待臨시기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현실은 잃은 양 하나가 아니라 부지기수라는 것입니다. 약간 과장하여 냉담자가 70%라면 잃은 양 99명의 7/10면 잃은 양은 무려 70명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70명의 양상도 참 복잡할 것입니다. 완전히 착한목자를 잊고 사는 자들이 있고, 알면서도 묵살하며 사는 자들도 있고, 언젠가는 착한목자에게 가리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뿐만 아닙니다. 착한목자 예수님 품인 교회에 있으나 예수님을 건성 믿는 이들, 예수님을 알지도 사랑하지도 않는, 역설적으로 착한목자 품안의 잃은 양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착한목자 예수님을 따르는 양들은 극소수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착한목자 예수님의 고뇌가 얼마나 깊고 마음은 얼마나 난감하겠는지요! 


심지어 착한목자 예수님을 따른다는 사제들중에도 ‘잃은 양’같은 사제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잃은 양같이 방황하는 사제를 목자로 둔 양들인 신자들의 처지라면 그 폐해는 거의 재앙 수준일 것입니다. 그러니 착한목자 예수님을 찾고 따르는 것이 믿는 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이래야 세상 거짓 목자들이나 세상 우상들의 유혹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예수님같이 바다같은 연민의 자비심으로 세상 잃은 양들을 찾아 나설 것입니다. 멀리 갈 것 없이 내 주변에서부터 찾아 나설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착한목자 예수님을 돕는 첩경입니다. 정말 착한목자 예수님을 사랑한다면 그분의 고뇌에 동참하여 그분과 함께 만나는 잃은 양들을 찾아 주님께 인도할 것입니다.


과연 나는 누구입니까? 혹시 잃은 양은 아닙니까? 늘 우리를 찾아 오시는 착한목자 예수님을 기다리며 또 찾고 있습니까? 날로 우리의 영원한 도반이신 착한목자 예수님과 깊어지는 관계입니까? 착한목자 예수님과 일치될수록 참행복의 참나를 살 수 있습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1독서 이사야서중 한 대목(이사40,6-8)이 문맥에서 벗어납니다. 대림 제2주일 1독서때는 빠져 있는데 오늘은 들어있습니다. 그러나 이 대목이 오늘 복음과 잘 관련되어 은혜롭습니다. 예언자의 “외쳐라”-“무엇을 외칠까요?”에 대한 주님의 응답입니다.


“모든 인간은 풀이요, 그 영화는 들의 꽃과 같다. 주님의 입김이 그 위로 불어오면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든다. 진정 이 백성은 풀에 지나지 않는다.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들지만 우리 하느님의 말씀은 영원히 서있으리라.”


덧없이 사라질 들풀같은, 풀꽃같은 인간존재들에 대한 자각이 깊은 연민을 불러일으킵니다. 여기 있는 우리들 50년 후에는 몇이나 살아 남아있을까요?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긴 듯 하지만 참 짧은 불쌍하고 가련한 덧없는 인생들입니다. 


이런 덧없이 사라질 인간존재들에게서 우리의 시선은 우리의 영원한 위로와 희망이자 구원이신 영원하신 하느님, 영원하신 착한목자 파스카의 예수님을 향하게 됩니다. 저절로 우리 마음은 착한목자 예수성심을, 우리 눈길은 착한목자 예수님의 눈길을 닮을 것이고 이어 잃은 양들을 찾아 주님께 인도할 것입니다. 


바로 이런 착한목자 예수님을 닮아 하나되는 것이 우리 믿는 이들의 궁극의 소망이자 목표입니다. 착한 목자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날로 당신과의 일치를 깊게 해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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