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28. 목요일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                                                    1요한1,5-2,2 마태2,13-18



주님 빛 속에서의 삶

-친교를 나누는 삶-



오늘은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 축일입니다. 주님 성탄이후 계속되는 축일입니다. 오늘 제1독서 ‘1요한’의 소주제는 ‘빛 속에서 살아감’, ‘우리의 변호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이고, 마태복음의 소주제는 ‘이집트로 피신하시다’와 ‘헤로데가 아기들을 학살하다.’입니다. 강론 주제를 무엇으로 잡을까 하다가 ‘주님 빛 속에서의 삶-친교를 나누는 삶-’으로 정했습니다.


행복은 선택이듯 빛 속에서의 삶도 선택입니다. 주님 안에서의 삶이 바로 빛속에서의 삶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이 이를 입증합니다. 주님의 천사에 의해 인도되는 요셉 가족의 이집트 피신 모습이 흡사 어둠 속에서 ‘빛의 여정’같습니다. 권력에 눈이 먼 헤로데가 아무리 집요하고 영악해도 주님의 빛의 인도를 받는 요셉 성가정을 다칠 수는 없습니다.


어제 미사강론중 잠시 언급했던 두 말씀을 잊지 못합니다. ‘의인들아, 주님 안에서 기뻐하여라.’는 화답송 후렴입니다. 주님 안에서 기뻐할 때 언제 어디서나 빛 속에서의 삶입니다. 기쁨은 바로 주님의 빛이기 때문입니다. ‘세상 안에서’가 아닌 ‘주님 안에서’의 기쁨이 영원합니다. 


또 하나는 ‘저희에게 슬기를 주시어 생명의 말씀을 깨닫게 하소서.’라는 본기도중 끝기도 부분입니다. 주님께 청할 바 하나는 슬기이며, 이 슬기로 생명의 말씀을 깨달아 살 때 빛 속의 삶이겠습니다. 


어제 처음 창밖 하늘과 불암산 배경으로 책상을 고정시켜 정리하니 빛 가득한 방에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한쪽 서가에는 평생 쓴 강론집들이 충만한 기쁨의 빛을 발산하는 듯했습니다. 사진을 찍어 보면 빛속에서의 모습이 잘 드러나 더욱 마음 끌리게 됩니다. 하여 빛 속에서의 삶을 상징하는 것 같은 사진들을 좋아하나 봅니다. 사진이야말로 ‘빛의 예술’입니다.


하느님은 빛이시며 그분께는 어둠이 전혀 없습니다. 그분께서 빛 속에 계신 것처럼 우리도 빛 속에서 살아가면 서로 친교를 나누게 되고,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님의 피가 우리를 모든 죄에서 깨끗하게 해줍니다. 서로 빛 속에서 친교를 나누는 삶이 죄에 대한 최고의 예방이자 처방임을 깨닫습니다. 우리가 친교중에 서로 마음속으로 죄를 고백하면, 그분은 성실하시고 의로우신 분이시므로 우리의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해주십니다. 바로 친교의 빛 속에서의 삶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이 거룩한 성체성사가 참으로 우리 삶의 중심임을 깨닫습니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는 반복됩니다. 무죄한 어린 순교자들을 통해 모세의 탄생 때 학살된 아이들을 생각하게 되고, 또 앞으로 있을 주님의 죽음도 생각하게 됩니다. 무죄한 아기 순교자들은 주님을 위해 죽었지만 주님은 이 아기들과 우리를 위해 죽으셨습니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있습니다. 이 반복되는 악순환의 사슬을 깨는 방법은 오늘 지금 여기서 우리 모두 주님 빛 속에서 사는 것입니다. 우리의 빛 속에서 친교의 삶은 우리와 연결되어 있는 모든 이에게 파급되기 마련입니다. 어제 읽은 러시아 정교회 신학자의 통찰에 전적으로 공감했습니다. 순간 동방정교회 깊은 영성에 매료되었습니다.


-“저는 아무리 세상이 변하더라도 변하지 않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영원하고 항구적인 가치가 있습니다. 매순간 진화하는 형이하학의 세계 너머로 3차원적 시공간을 초월하는 형이상학적 세계가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분절적으로 사고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앞의 탁자 위에 화분이 하나 있습니다. 뿌리에서 줄기가 나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뿌리에서 줄기가 자랐다고 하여 줄기가 뿌리보다 더 진보한 것입니까? 뿌리는 과거의 것이 아닙니다. 뿌리는 열매와 현재를 공유합니다. 꽃은 시들고 열매는 떨어지지만, 뿌리는 생명이 있는 한 지속됩니다. 


즉 근간이고 근본적인 것이지 선/후가 아닙니다. 과거-미래는 더더욱 아닙니다. 진정한 보수주의란 최종적인 열매만 편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뿌리까지 동시에 숙고하는 전체적全體的이고 유기적有機的이며 항상적恒常的인 태도를 말합니다. 속성 재배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뿌리가 튼실해야 합니다.”-


주님의 빛 속에서 친교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바로 진정한 보수주의자들입니다. 우리 삶의 중심이자 영원한 생명의 뿌리는 파스카의 주님뿐이십니다. 우리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 앞에서 우리를 변호해 주시는 의로우신 파스카의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분은 우리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우리 죄만이 아니라 온 세상의 죄를 위한 속죄 제물이십니다. 


파스카의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존속되는 세상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죄없는 아기 순교자들은 물론 수없이 죽어간 모든 불쌍한 이들의 중심에 ‘영원한 구원이자 위안’이신 파스카의 주님이 계십니다. 답은 언제나 오늘 지금 여기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친교를 나누는 빛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미사를 봉헌하다보면 우리 수도공동체가 얼마나 많은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지 깊이 깨닫게 됩니다.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속신앙을 과소 평가해선 안됩니다. 묵주기도 고통의 신비는 온통 ‘우리를 위한’ 주님의 수난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러시아 정교회 영성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는 대속신앙이요 토스트에프스키의 ‘죄와 벌’에 러시아 정교회 영성이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앞서 이어지는 정교회 신학자의 통찰입니다.


“빛을 주면, 은총을 받으면, 마음을 먹으면, 누구나 그 순간부터 다른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일순이 영원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즉 죽는 순간까지 인간은 무궁한 참회와 무한한 회개의 가능성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죄를 짓는 인간도 사랑할 수 있고, 원수마저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고통을 나눌수도 있고, 기꺼이 대신 벌을 받는 대속도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동방정교의 세계관이 응축된 작품이 <죄와 벌>이라고 하겠습니다.”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낙관과 긍정이 감동입니다. 동방영성의 특징입니다. 어제 어느 도반 수도사제의 성탄축하 메시지도 저를 행복하게 했습니다.


“제가 참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프란치스코 신부님께서도 성탄을 맞이하시여 항상 건강하시고 편안하시길 기도로 연대하며 항상 이수철신부님과 동행합니다.”


연대連帶와 항상恒常동행同行이라는 말마디가 은혜로웠습니다. 우리의 주님 안에서 나누는 ‘친교의 빛’은 우리와 연결된 모든 이들 속속들이 스며들 것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죄를 깨끗이 씻어 주시고 당신 빛 안에서 친교의 삶을 잘 살게 해주십니다. 


“찬미하나이다. 주 하느님! 주님이신 하느님을 찬양하나이다. 눈부신 순교자들의 무리가 주님을 기리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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