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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3. 연중 제1주간 토요일                                                                        사무상9,1-4.17-19;10,1 마르2,13-17



성소聖召와 식사食事

-밥은 하늘이다-



아주 예전 개신교의 저명한 민중신학자 안병무 박사의 언급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바로 김지하 시인의 ‘밥은 하늘입니다’라는 시가 성체성사의 핵심을 잡은 글이라 극찬한 사실입니다. 


-밥은 하늘입니다/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은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정말 공감이 가는 시입니다. 그대로 성체성사의 본질을 드러내는 시입니다. 성체의 밥을 나눔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가 되고 서로는 형제임을 깨닫게 하는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성소 또한 식사와 긴밀한 관계에 있음을 봅니다. 오늘 복음의 구조도 참 재미있습니다. 레위를 부르시고 세리들과 함께 식사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레위를 부르시기 전에는 호숫가에서 군중들을 가르치셨고 레위를 부르신후 우선 그와 함께 식사함으로 그의 성소를 강화해 주십니다. 


성소와 식사가 직결되고 있고 그 전에는 주님의 가르치심이 있습니다. 흡사 미사의 말씀전례와 성찬전례를 연상케 하는 장면입니다. 사실 우리의 성소를 강화하는데 말씀전례와 성찬전례로 이루어진 미사은총보다 결정적인 것은 없습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우리 수도원 고백신부님에 관한 일화입니다. 김득권 굴리엘모 고백신부님은 예전 제 본당신부로 저를 수도원에 보내 주신 은인과 같은 분이셨고 당시 본당 사무장이었던 형제의 신부님에 대한 증언입니다.


“신부님은 성인신부님이셨습니다. 사람에 대한 차별이 전혀 없으신 분이셨습니다. 신부님은 점심식사 때는 성당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늘 함께 하셨습니다.”


함께 식사하는 것보다 공동체의 일치를 증진시키는 것은 없습니다. 하여 저는 수도원의 중심은 둘이라고 합니다. 하나는 성당, 하나는 식당입니다. 함께 성당에서 하느님을 찬미하고 영적음식을 나누며 스트레스를 풀고, 식당에서 육적음식을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풀으므로 비로소 온전한 ‘한 식구 수도공동체’가 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레위를 부르시고 공동체에 합류시킨 후 우선 하신 일이 함께 식사를 나눈 일입니다. 그대로 성찬전례를 상징합니다. 모두가 평등한 주님의 자녀이자 서로간 형제로서 차별없는 일치의 공동체를 이뤄주는 공동식사 성찬례입니다. 죄인과 세리들과 함께 식사하시는 예수님께 이의를 제기하는 바리사이파 율법학자들에 대한 주님의 말씀이 오늘 복음의 핵심입니다.


“건강한 이들에게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으나 병든 이들에게는 필요하다. 나는 의인이 아니라 죄인을 부르러 왔다.”


우리가 잘 나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주님 보시기에 무엇인가 부족하기에 그러나 꼭 필요하기에 부르신 것입니다. 사실 깊이 들여다 보면 병자와 죄인아닌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성소는 순전히 하느님 은총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이 사실을 깨달아 알아야 비로소 겸손입니다. 은총의 부르심은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는 새롭게 주님을 따라 나섭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사무엘을 통해 사울을 부르시는 장면도 복음과 흡사합니다. 성소의 주도권은 주님께 있고 부르심에 대한 응답이 뒤따릅니다. 사무엘이 사울을 보는 순간, 주님께서 사무엘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사람이, 내가 너에게 말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내 백성을 다스릴 것이다.”


이어 사무엘이 사울과 함께 식사를 하니 복음의 예수님과 레위의 경우와 판박이입니다. 바로 성소와 식사가 직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감동적인 것은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어제 왕정을 주장하는 백성들의 청을 마지못해 들어 주신 주님이지만 일단 결정되니 전폭적으로 백성들을 지지하여 최선의 영도자를 뽑아 주심이 감동적입니다. 


차별없이 함께 밥을 나누는 것은 성소의 기초임을 깨닫습니다. 요즘 회자되는 ‘혼밥’, ‘혼술’이 얼마나 성체성사 영성에 위배되는지 알게 됩니다. 석사와 박사위에 '밥사'라는 학위가 존재한다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바로 밥을 잘 사주는 밥사가 성체성사의 정신을 잘 구현한다 할까요. 


밥이 하늘입니다. 밥을 나누는 것은 하늘이신 하느님을 나누는 일종의 성체성사입니다. 성체성사가 상징하는바 참으로 깊습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성체성사 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자 서로 간은 형제로서 우리의 성소와 신원을 새롭게 확인시켜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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