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0. 연중 제2주간 토요일                                                               사무하1,1-4.11-12.19.23-27 마르3,20-21



미쳐야 미친다

-제대로 미치면 성인聖人, 잘못 미치면 폐인廢人-



오늘 복음이 참 짧습니다. 단 두절입니다. 치열한 삶을 사시는 예수님이 미쳤다 생각하여 그분의 친척들이 붙잡으로 나섰다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 착안한 ‘미쳐야 미친다-제대로 미치면 성인, 잘못 미치면 폐인-’이란 강론 제목입니다. 수차례 사용했던 강론 제목입니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미쳐야 미친다’는 뜻입니다.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의 특징입니다. 참으로 후회없는 100%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를 뜻합니다. 아주 예전 배꽃 만발했던 4월에 써놓았던 글도 생각납니다.


-“아, 이건 하늘 향한 사랑의 고백이다/온 땅을 새하얗게 덮은 배꽃들

 순결한 사랑/평생 한 번만이라도

 하늘 임 향해/이런 사랑/활짝 꽃피어 본 적 없다면

 두 말할 것 없이/그 인생 실패이다.”-


온땅을 하얗게 덮은 배꽃들을 표현해 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습니다. 만발한 배꽃들이 그대로 하늘 향한 순결한 사랑의 표현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이 삶의 성패成敗를 나누는 잣대입니다. 사랑이 삶의 의미입니다. 꽃처럼 피어나는 사랑입니다. 사람을 제대로 미쳐 성인이 되게 하는 사랑입니다. 사랑있어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지만 사랑 없어 잘못 미치면 폐인입니다. 광야같은 세상에 저는 세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단언하곤 합니다. 성인과 폐인, 그리고 괴물입니다. 


삶의 본질은 광야입니다. 영적전투 치열한 광야입니다. 밖에서는 천국처럼 보이는 수도원도 안에서는 영적전투 치열한 최전방입니다. 사랑으로 제대로 미치면 성인이지만 잘못 미치면 폐인입니다. 인내의 노고勞苦는 사막의 덕이자 다른 모든 덕의 출발점이자 기초입니다. 어느 사막교부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수도승은 무엇인가? 수도승은 노고勞苦이다. 수도승은 모든 면에서 애쓰며 일한다. 그것이 수도승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다.”


수도승의 정의는 그대로 인간의 정의입니다. 참으로 애써 싸우며 일하는 노고의 사람이 진짜 인간입니다. 이런 이들이 참으로 감동을 줍니다. 사막의 성자같은 사람들입니다. 바로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제1독서의 다윗이 그 모범입니다. 참으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하느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입니다.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함께 집으로 가셨다. 그러자 군중이 모여들어, 예수님의 일행은 음식을 들 수조차 없었다.’


흡사 광야같은 세상에 사랑의 오아시스같은 예수님을 찾아 온 무수한 목마른 사람들입니다. 참으로 치열한 삶을 사셨던 하느님 ‘사랑의 전사’와도 같은 예수님이셨습니다. 평생 삶이 그러했습니다. 참으로 진짜 삶을 사셨던 분입니다. 그러니 모르는 사람들에겐 미쳤다는 오해를 받을만합니다.


오늘 제1독서의 다윗의 삶은 또 얼마나 치열한 지요. 사울과 요나탄의 죽음을 애도하는 다윗의 애가가 감동입니다.


“어쩌다 용사들이 쓰러졌는가? 사울과 요나탄은 살아 있을 때에도 서로 사랑하며 다정하더니,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았구나. 그들은 독수리보다 날래고, 사자보다 힘이 세었지....요나탄이 네 산 위에서 살해 되다니! 나의 형 요나탄, 형 때문에 내 마음이 아프오. 형은 나에게 그토록 소중하였고, 나에대한 형의 사랑은 여인의 사랑보다 아름다웠소.”


이런 사랑과 슬픔의 체험이 다윗의 삶을 참으로 깊게 했을 것입니다. 하느님 중심의 삶이 확고했기에 이런 슬픔의 충격도 잘 감내하여 내적성장과 성숙의 계기로 삼았을 다윗입니다. 과연 우리는 다윗처럼 진정 슬퍼할 수 있는 죽음의 대상은 있겠는지, 또 우리가 죽었을 때 다윗처럼 슬퍼할 이들은 몇이나 될런지 생각하게 됩니다.


나름대로 치열하게 살다가 전사한 사울의 삶도 감동이지만 그의 아들 요나탄의 전사는 더욱 감동입니다. 사울 임금에겐 효자孝子였고 다윗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친구親舊의 우정을 다한 참 사람, 요나탄입니다. 


문득 싸우다 ‘전사戰死’해야 ‘전사戰士’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할 수 있다면 사고사事故死나 병사病死, 객사客死가 아닌, ‘주님의 전사戰士’로 싸우다 전사戰死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입니다. 한결같은 사랑으로 치열하게 싸우며 살다가 전사해야 비로소 주님의 전사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공부하다가, 기도하다가, 또는 일하다가 죽어도 이 또한 일종의 전사戰死입니다.


미쳐야 미칩니다. 미치지 못하면 미치지 못합니다. 광야세상에 제대로 미치면 성인聖人이지만 잘못미치면 폐인廢人이나 괴물怪物입니다. 잘못 미쳐 세상 것들에 중독되어 폐인이나 괴물이 된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누구나 제대로 사랑에 미치고 싶은 갈망의 사람들입니다. 주님의 전사가 되어 사랑의 싸움을 하고 싶은 열망의 사람들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당신 사랑의 전사가 되어 참으로 치열한 진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당신 얼굴을 비추소서. 저희가 구원되리이다.”(시편80,4ㄴ). 아멘.


  • ?
    안젤로 2018.01.20 09:32
    주님을 향한 간절함이 저희를 주님에 전사가 되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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