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9. 연중 제4주간 월요일                                                                 2사무15,13-14.30;16,5-13ㄱ 마르5,1-20



삶의 중심中心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



평범해 보이나 가장 중요한 말마디가 중심입니다. ‘중심이 없다’, ‘중심이 약하다’, ‘중심을 잃다’, ‘중심을 잡다’ 등 자주 듣는 말마디입니다. 사제생활 초기부터 강론에 자주 등장한 주제 역시 중심입니다. 삶의 어려움이나 비극은 대부분 삶의 중심을 잃음에서 기인합니다.


국어사전에서 중심의 뜻을 찾아 봤습니다. ‘1.사물의 한가운데가 되는 곳, 2.매우 중요한 기본이 되는 부분, 3.주관이나 줏대’ 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삶의 중심은 ‘그리스도’ 또는 ‘하느님’이라 고백합니다. 요즘 많이 보급된 향심기도(centering prayer) 역시 하느님 중심을 향하는 기도라는 뜻입니다.


“나에게는 그리스도가 생의 전부입니다.”라는 바오로의 고백은 제 사제서품 25주년 은경축 상본의 성구이자 제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바로 그리스도가 제 삶의 중심이라는 고백입니다. 이 성구를 잊지 못함은 제 동창 사제의 고백 때문입니다. 


“성소가 흔들릴 때마다 이 성구를 생각하고 짐을 풀었습니다. ‘그리스도’대신 다른 말마디, ‘여자’ ‘돈’ ‘지위’ ‘명예’ 등 무슨 말을 넣어도 마음이 허전했습니다. ‘그리스도’를 넣어야 마음이 꽉 차는 느낌에 편안했습니다. 하여 서품 제의도 이 성구를 디자인한 무늬를 넣었습니다.”


수십년이 지났어도 생생히 기억하는 강론에도 수차례 인용했던 예화입니다. 오늘 복음의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과 제1독서 사무엘 하권의 ‘다윗’이 좋은 대조를 이룹니다. 전자는 중심을 잃은 사람이고 후자 다윗은 중심이 확고한 사람입니다.


중심을 잃었을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님’이 있어야 할 중심에 더러운 영이 자리 잡았을 때 비참한 내적분열의 인간으로의 전락轉落입니다. ‘미쳤다’는 것은 완전히 중심을 잃었다는 뜻입니다. 중심이신 그리스도를 잃는 것은 동시에 참나를 잃는 것을 뜻합니다. 급기야 사람에서 괴물怪物이나 폐인廢人으로의 전락입니다.


중심을 잃었을 때 더러운 영이 들려 고립단절의 삶이요, 또 고립단절의 삶이 중심을 잃게 합니다. 더러운 영이 상징하는 바 소외로 인한 우울증, 치매등 온갖 정신질환입니다. 마을이, 가족이 사라지는 세태에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추세일수록 삶의 중심을 잡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그는 무덤에서 살았는데, 어느 누구도 더 이상 그를 묶어 둘 수가 없었다. 이미 여러 번 족쇄와 쇠사슬로 묶어 두었으나, 그는 쇠사슬도 끊고 족쇄도 부수어 버려 아무도 그를 휘어잡을 수 없었다. 그는 밤낮으로 무덤과 산에서 소리를 지르고 돌로 제 몸을 치곤 하였다.”


바로 이게 지옥입니다. 고립단절되었을 때 인간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중심을 잃어 미쳤을 때 괴물怪力의 괴물怪物로 전락한 인간의 모습입니다. 참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지난한 수행을 필요로 하는지요! 마침내 삶의 중심이신 주님을 만나 중심을 회복함으로 제정신으로 돌아가 복음선포자가 된 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입니다. 


“집으로 가족들에게 돌아가, 주님께서 너에게 해주신 일과 자비를 베풀어 주신 일을 모두 알려라.”


더러운 영의 중심 자리에 주님이 자리잡음으로, ‘괴물’에서 ‘사람’으로 돌아 와 회복된 관계속에서 복음 선포자의 정상인으로 살게 된 더러운 영이 들렸던 사람입니다. 


치유보다는 예방이 백배 낫습니다. 평소 삶의 중심이신 주님을 늘 확인하고 날로 신망애信望愛 관계를 깊이하는 것이 유비무환의 지혜입니다. 이래야 더러운 영의 유혹에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 누구 그 무엇도, 아무리 사랑스런 반려견, 반려식물도 삶의 중심이신 주님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제1독서에서 반란자 아들 압살롬을 피해 달아나는 다윗의 처지는 얼마나 비참한지요!


‘다윗은 올리브 고개를 오르며 울었다. 그는 머리를 가리고 맨발로 걸었다.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제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계속 올라갔다.’


죄는 용서받았지만 죄에 대한 보속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다윗의 처지가 불행의 극치입니다. 이런 고난의 수행을 통해 비우고 비워져 겸손을 배우는 다윗입니다. 이런 비참한 극한 상황의 시련 중에서도 다윗이 더러운 영이 들려 미치지 않을 수 있었음은 확고한 하느님 중심 때문이었습니다. 사울 집안의 친척 가운데 한 사람인 시므이의 저주에 대한 다윗의 대응에서 그의 하느님 중심의 확고한 믿음이 잘 드러납니다.


“내 배 속에서 나온 자식도 내 목숨을 노리는 데, 하물며 이 벤야민 사람이야 오죽 하겠소? 주님께서 그에게 명령하신 것이니 저주하게 내버려 두시오. 행여 주님께서 나의 불행을 보시고, 오늘 내리시는 저주를 선으로 갚아 주실지 누가 알겠소.”


이런 극한적 수모의 상황 속에서 다윗의 무한한 인내와 여유와 낙관, 모두가 하느님 중심의 확고한 믿음에서 기인함을 깨닫습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에 다윗은 이런 극한 상황의 고난을 겸손과 믿음의 수련으로 삼아 잘 통과했습니다. 


호랑이 한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했습니다. 어떤 상황속에서도 중심만 잃지 않으면 삽니다. 더러운 영도 침입하지 못합니다. 늘 그리스도가, 하느님이 삶의 중심이 될 때, 공동체는 물론 각자는 내적일치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평생 끊임없이 정성껏 바치는 미사와 시편공동전례기도는 ‘일치의 중심’이신 주님과의 신망애 관계를 깊이하는 참 고마운 수행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안팎의 더러운 모든 영들을 몰아내시고 당신 중심의 내적일치의 참 사람, 하느님의 자녀로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안젤로 2018.01.29 11:30
    항구한 믿음만이 우리 삶에 중시을 주님으로 할 수있습니다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99 주님 안에서 지혜롭고 품위있는 삶 -초연과 이탈의 훈련-2023.2.13.연중 제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3.02.13 273
1198 주님 안에서-2015.6.1. 월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100-165)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6.01 424
1197 주님 앞에서, 주님 중심의 삶 -회개, 겸손, 진실- 2021.8.25.연중 제21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8.25 115
1196 주님 은총의 선물 셋 -천상비전, 평화, 분별력-2016.5.1. 부활 제6주일(생명주일, 이민의 날) 프란치스코 2016.05.01 276
1195 주님 중심中心의 구원救援의 삶 -환대, 경청, 공부, 성찬례-2020.8.2.연중 제18주일 1 프란치스코 2020.08.02 146
1194 주님 중심中心의 삶 -제대로 미치면 성인聖人, 잘못 미치면 폐인廢人-2021.1.23.연중 제2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1.23 117
1193 주님 중심의 공동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2018.5.17. 부활 제7주간 목요일 2 프란치스코 2018.05.17 171
1192 주님 중심의 말씀의 전례 교회 공동체 -친교와 파견-2023.10.5.연중 제26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10.05 224
1191 주님 중심의 본질적 삶 -회개와 감사, 파견과 선포, 환대와 평화-2021.9.22.연중 제2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1.09.22 131
1190 주님 중심의 참가족 교회 공동체 -"주님의 전사답게, 학인답게, 형제답게, 자녀답게 삽시다"-2023.9.26.연중 제25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23.09.26 235
1189 주님 파스카 축제의 삶 -복음, 전례, 삶-2019.4.18.주님 만찬 성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18 224
1188 주님 파스카의 증인들 -경청敬聽과 회개-2019.4.25. 부활 팔일 축제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4.25 143
1187 주님 평화의 전사 -평화사랑, 평화훈련, 평화습관-2023.11.23.연중 제3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3.11.23 147
1186 주님 표징들로 가득한 세상 -삶은 일상日常이자 이벤트Event이다-2018.2.12. 연중 제6주간 1 프란치스코 2018.02.12 114
1185 주님 환대의 기쁨과 평화 -회개, 환대, 찬미-2020.11.19.연중 제3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20.11.19 126
1184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항구합시다 -참 아름다운 선물-2024.1.2.화요일 성 대 바실리오(330-379와 나지안조의 성 그레고리오 주교 학자(330-390)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4.01.02 150
1183 주님과 관계의 깊이 -무지에 대한 답은 끊임없는 회개뿐이다-2019.3.28. 사순 제3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3.28 126
1182 주님과 관계의 깊이 -주님께 신망애信望愛의 고백과 실천-2018.2.22. 목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2.22 172
1181 주님과 내적일치의 삶 -회개와 화해-2021.10.22.연중29주간 금요일 1 프란치스코 2021.10.22 147
1180 주님과 늘 함께 하는 삶 -참 부요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2019.11.25.연중 제3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1.25 258
Board Pagination Prev 1 ... 108 109 110 111 112 113 114 115 116 117 ... 172 Next
/ 172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