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4.20.부활 제2주간 월요일                                                                사도4,23-31 요한3,1-8

 

 

 

“위에서, 영에서 태어난 삶”

-공동체 기도를 통한 성령충만한 삶-

 

 

 

계속되는 '알렐루야' 부활축제의 날들입니다. 아마 일년중 가장 아름다운 계절일 것입니다. 신록의 기쁨으로 빛나는 계절이요 곳곳에 무수히 만발한 봄꽃들이요 새들도 유난히 많습니다. 어제는 촉촉이 내리는 봄비에 수도원을 찾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봄비’하면 생각나는 자작 애송시愛誦詩가 있습니다.

 

-“메마른 대지/촉촉히 적시는 봄비/하늘 은총

내 딸아이 하나 있다면/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

 

봄비에 촉촉이 젖은, 낮은 자리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난 샛노란 민들레꽃들도 새삼스런 감동이었습니다. 그대로 오늘 복음의 위에서, 영에서 태어난 사람들을 상징하는 듯 했습니다.

 

-“두렵지 않다/부럽지 않다

샛노란 민들레꽃들

지금 여기가 영원이다/하느님 나라다/행복이다

샘솟는 힘이다/다시 시작이다”-

 

민들레꽃들만 아니라 곳곳에 무리지어 피어난 어성초 야생화꽃들도 흡사 하늘의 별들처럼 보였습니다. 문득 두 말마디가 생각났습니다.

 

-“사람은 섬이 아니다(No one is an island)”

“누구도 혼자서는 구원받지 못한다(No one is saved alone)”-

 

공동체를 떠나 살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묵주끈에서 떨어져 나간 묵주알이 그 적절한 예일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니코데모와 예수님과의 대화’이고 사도행전 제1독서의 주제는 ‘공동체의 기도’입니다. 

 

여기서 극명히 대조되는 사람들이 바로 복음의 ‘니코데모’와 사도행전의 ‘베드로와 요한’입니다. 밤에 혼자 예수님을 찾은 구도자 네코데모의 순수와 선의를 인정합니다만 아주 소심하고 조심스런 모습입니다. 결코 담대한 모습이 아닙니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면, 당신께서 일으키시는 그러한 표징을 아무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어지는 예수님의 말씀이 담대한 삶의 비결을 말해줍니다. 어떻게 표징과 이적이 가능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다음 말씀은 니코데모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없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요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바로 니코데모뿐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평생 과제입니다. 참으로 자유롭고 담대한 삶이 되기 위해선 끊임없이 위에서, 영에서 새롭게 태어나야 할 것입니다. 하여 우리 삶의 여정을 끊임없이 위에서, 영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자아초월의 여정’이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다. 위에서 태어난, 영에서 태어난 참으로 자유롭고 담대한 사람들의 빛나는 모범이, 자아초월의 모범이 바로 베드도와 요한 사도입니다. 

 

참으로 주님 부활의 증인들의 전형적인 특징이 담대함입니다. 바로 이 두 사도들의 배경에는 공동체의 기도가 있음을 봅니다. 공동체의 기도를 통한 성령충만한 삶에 담대한 삶입니다. 물과 성령의 세례로 태어난 우리들이지만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부단히 위로부터, 영에서 새롭게 태어날 때 하느님 나라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최고의회에서 담대히 부활하신 주님을 증언한 두 사도는 감옥에서 풀려나자 즉시 동료들의 교회 공동체를 찾습니다. 동료들은 한마음으로 목소리를 높여 하느님께 아룁니다. 후반부의 기도 내용이 바로 담대한 삶의 비결을 보여 줍니다.

 

“이제, 주님! 저들의 위협을 보시고, 주님의 종들이 주님을 말씀을 아주 담대히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저희가 그렇게 기도할 때, 주님께서는 손을 뻗으시어 병자들을 고치시고, 주님의 거룩한 종 예수님의 이름으로 표징과 이적들이 일어나게 해주십시오.”

 

이렇게 공동기도를 마치자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 흔들리면서 모두 성령으로 가득 차, 하느님의 말씀을 담대히 전했다 합니다. 바로 사도들이 담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마음으로 바쳤던 교회 공동체 기도를 통해 성령을 충만히 받았기에 가능했음을 봅니다.

 

혼자 신앙은, 혼자 기도는 너무 허약합니다. 곧 시들거나 변질될 수 있습니다. 공동체의 배경에 감사해야 합니다. 두 세 사람이 기도하는 곳에 주님도 함께 한다 하셨습니다. 최소한 둘입니다. 개인기도는 반드시 공동기도로 보완되어야 합니다. 교회 공동체와 연대하여 함께 기도할 때 성령 충만한 위에서, 영에서 태어난 은총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끊임없이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새롭게, 위로부터, 영에서 태어날 때 비로소 하느님 나라의 삶이요 자유롭고 담대한 삶의 실현입니다. 니코데모에게 부족했던 점도 바로 이점이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사도행전의 사도들처럼 우리 모두 위에서, 영에서 태어나 주님 부활의 증인이 되어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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