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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2.15.연중 제6주간 월요일                                                               창세4,1-15.25 마르8,11-13

 

 

 

지혜의 눈

-우리가 카인이다-

 

 

 

요즘 제1독서 창세기의 내용이 참 흥미롭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날에도 여전히 현실감있게 마음에 와닿는 보편성을 띄는 내용들입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듯 아담의 죄로 인해 줄줄이 죄의 세계가 열려가는 모습입니다. 오늘 창세기는 카인이 아벨을 무자비하게 살해함으로 비극의 시작입니다. 살인 사건의 단초가 된 내용을 소개합니다.

 

‘그런데 주님께서는 아벨과 그의 제물은 기꺼이 굽어 보셨으나, 카인과 그의 제물은 굽어보지 않으셨다. 그래서 카인은 몹시 화를 내며 얼굴을 떨어뜨렸다. 주님께서 카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찌하여 화를 내고, 어찌하여 얼굴을 떨어뜨리느냐?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면 얼굴을 들 수 있지 않느냐? 그러나 네가 옳게 행동하지 않으면, 죄악이 문 앞에 도사리고 앉아 너를 노리게 될 터인데 그 죄악을 다스려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상황에서 카인을 비난할자 누구이겠는지요? 카인 역시 질투와 분노의 보편적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하여 ‘카인의 후예’라는 소설도 있습니다. 저도 이런 유사한 추억이 있습니다. 초중등학교 시절 1.2등을 다퉜던  여학생이 있었는데 때로 저 여자 애가 없었으면 내가 늘 1등을 했을 터인데 하는 생각도 언뜻 들 때도 있었습니다. 바로 내 안에 있는 카인이지요.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 이름 석자입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오나라의 장군, 주유가 이른 나이에 병사하면서 평생 숙적인 제갈량을 두고 남긴 말도 생각납니다. “하늘은 이미 주유를 낳았는데, 어찌하여 또 제갈량을 낳았단 말인가(기생유 하생량;旣生瑜, 何生亮)!” 최대의 라이벌 제갈량을 낳은 하늘을 원망하는 주유 장군에게서 카인의 모습을 봅니다.

 

바로 이런 질투와 분노에 눈멀 때 누구나의 가능성이 카인입니다. 카인이 좀 더 냉정했다면 주님의 말씀에 귀기울여 자신을 들어봤어야 했을 것입니다. 정말 자기를 아는 것이 지혜와 겸손입니다. 참으로 카인이 주님의 알 수 없는 편애에 분노할 것이 아니라 이런 결정적 시험과 시련을 지극한 인내로 슬기롭게 견뎌냈어야 했습니다.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마음 깊이 담아두고 곰곰이 되새기며 끝까지 인내하며 자신의 존엄한 품위를 견지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조건반사적 감정적 ‘반응reaction’이 아니라 깊은 생각에서의 인격적 ‘응답respondence’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이랬다면 주님께서도 카인이 한없이 고마웠을 것입니다. 그러나 카인은 질투와 분노에 눈이 멀어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의 범죄로 아우를 죽였습니다. 죽은 목숨은 다시 살릴 수 없으니 아무리 후회한들 소용이 없습니다. 평생을 살아도 그 죄의 아픈 상처는 안고 살아야 하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예전 민주화 운동중 자식들을 잃고 투사로 변한 어머니들의 ‘내 죽은 아들을 살려내라!’는 피맺힌 절규도 생각납니다. 이어지는 주님과 주고 받는 대화도 의미심장합니다.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흡사 주님의 아담에 대한 ‘너 어디 있느냐?’의 물음을 연상케 합니다. 이때라도 카인은 죄를 고백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카인의 주님께 대한 분노와 불만이 가득 담긴 너무 안면몰수의 뻔뻔한 항의성 답변입니다.

“모릅니다.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창세기 저자의 심리 묘사가 인간 본질을 깊이 뚫어 볼 정도로 참 심오합니다. 이어 아담처럼 카인도 삶의 터전에서 쫗겨나 유랑의 처지가 되었지만 주님의 보호는 계속될 거라는 약속을 주십니다. 인간의 죄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자비는 계속됩니다. 비극의 역사지만 계속되는 삶의 역사입니다. 결국 아담-하와 부부는 카인과 아벨 두 아들을 잃고 말았으니 그 아픔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오늘날에도 갖가지 불의로 인한 자녀들의 억울한 죽음으로 이런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어머니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비극의 역사지만 산 사람들은 슬픔을 이기고 살아내야 합니다. 주님은 다른 아들 셋을 선물하셨고 이어지는 하와 어머니의 고백입니다. “카인이 아벨을 죽여 버려, 하느님께서 그 대신 다른 자식 하나를 나에게 세워주셨구나.” 하면서 그의 이름을 셋이라 하였다 합니다. 

 

질투와 분노 역시 무지의 결과입니다. 이처럼 탐욕, 질투, 분노, 어리석음으로 드러나는 무지의 병이 얼마나 인간의 고질병인지 알게 됩니다. 그러니 평생 영적 전쟁이 무지와의 전쟁입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무지에 눈먼 바리사이들을 봅니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이 아니라 고정관념, 선입견, 편견으로 무지의 색안경을 쓰고 보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서 기인하는 착각과 오해는 얼마나 많은지요!  어제 교황님의 “편견을 극복하고 타인의 삶을 품에 안으라.” 삼종기도후의 말씀도 생각납니다. 당대 최고의 강론가 교황님의 강론 특징은 군더더기나 사적인 것이 전혀 없는 그러나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공적이며 보편적이며 본질적이라는 것이며 깊고 쉽고 실제적이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무지에 눈먼 바리사이들은 그동안 예수님이 일으킨 무수한 표징을 보고도 하늘에서 내려 오는 표징을 요구합니다. 참으로 눈밝은 지혜의 눈, 혜안을 지니신 예수님은 이들의 유혹을 떨처 버리고 바람처럼 지체없이 떠나시는 모습이 참 아름답고 통쾌합니다. 정말 지혜로운 사람은 진퇴進退가 뚜렷한, 떠날 때 잘 떠나는 사람입니다.

 

“어찌하여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는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이 세대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들을 버려두신 채, 다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가셨다.“

 

시공을 초월하여 모든 세대에 해당되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지혜의 여정은 떠남의 여정과 직결됩니다. 평생 무지와의 영적전쟁중인 우리들입니다. 영적 전사의 최고의 롤모델은 예수님 한분 뿐이십니다. 예수님과 일치가 깊어질수록 무지에서의 해방이요 지혜로운 삶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무지와의 영적전쟁에 필요한 온갖 지혜와 사랑을 선물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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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02.15 06:04
    "사랑하는 주님, 주님과 매일
    만나는 말씀의 전례를 통해
    세상을 이길 수 있는
    지혜와 사랑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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