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7.8.연중 제14주간 금요일                                                           호세14,2-10 마태10,16-23

 

 

 

주님과 우정友情의 여정

-“주님과 우정 관계는 날로 깊어지고 있는가?”-

 

 

 

좋아하는 손님은 빈손으로 와도 반갑습니다. 주님께도 그럴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께 마지막 갖고 갈 것도 주님과 신망애信望愛의 관계 하나뿐일 것입니다. 이런이들이 진정 부자요 자유인이요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우리 삶은 주님과 우정의 여정입니다. 과연 주님과 우정의 관계는 날로 깊어지고 있는지요?

 

수도원 하늘길의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을 생각합니다. 저는 수도원 정문에서 주차장까지 활짝 열린 길을 ‘하늘길’이라 칭하며 사랑합니다. 2009년 마르코 수사님과 피델리스 수사님이 심은 작은 묘목들인데 이제 아름다리 울창한 숲길을 이룬 느낌입니다. 그대로 우리의 내적성장을 상징합니다. 육신은 노쇠해가도 영혼의 성장, 사랑의 성장은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이런 성장이 아니라 하루하루 꾸준히, 묵묵히 성장해온 결과입니다. 주님과의 관계도 그러합니다. 주님과의 내적관계나 내적성장도 어느날 갑작스러운 비약이나 도약은 없다는 것입니다. 역시 강론에 수차례 인용했던, 예전 수도원을 찾았던 분들의 두가지 질문과 답입니다.

 

“수사님, 여기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평생 무슨 재미로, 무슨 맛으로, 무슨 기쁨으로 삽니까?”

“하느님 찾는, 하느님 찬미하는 재미로, 맛으로, 기쁨으로 삽니다. 한마디로 하느님 맛, 기도맛, 말씀맛으로 삽니다.”

 

사실도 그러하고 이렇게 대답하고 봅니다. 일단 이렇게 던져 놓고 보면 주님은 고백대로 이뤄주시기 때문입니다. 영성체송 시편 말씀도 이와 일치합니다.

“주님이 얼마나 좋으신지, 너희는 맛보고 깨달아라. 행복하여라, 주님께 바라는 사람!”

 

또 하나의 질문과 답입니다.

“수사님, 여기가 천국입니다.”

“아닙니다. 환경이 좋아서 천국이 아니라 관계가 좋아야 천국입니다. 주님과, 형제들과 무관한 남남의 불편한 관계라면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지옥입니다. 천국과 지옥은 장소 개념이 아니라 관계 개념입니다. 

 

관계의 신비, 관계의 힘입니다. 반드시 오래 산다고 깊은 관계만도 아니고 역시 하루하루 분투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이건 수도원내의 관계만 아니라 가정의 부부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남으로 사는 무관한 부부관계에 이혼이나 졸혼도 비일비재하지 않습니까?

 

이래서 주님은 물론 수도형제들간의 전우애戰友愛, 학우애學友愛, 형제애兄弟愛의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이며, 끊임없는 기도에, 끊임없는 회개를 강조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님은 물론 형제들과의 우정관계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평생, 매일 끊임없이 바치는 시편성무일도와 미사의 공동전례기도입니다.”

 

요지의 말씀을 드리면 공감하곤 합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는 누구에게나 자명하지 않습니다. 상호관계이지 결코 일방적 관계는 없습니다. 그러니 그 관계도 천양지차입니다. 갈수록 깊어지는 신뢰와 사랑의 관계도 있고 전혀 무관한 남남의 관계도 있으니 인간 관계와 흡사합니다. 

 

사실 세상에 하느님 없이, 기도나 회개가, 겸손이, 찬미가, 봉헌이 뭔지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도 참 많을 것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모토에서 기도가 빠진 삶은 흡사 머리가, 영혼이 없는 삶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수도자들은 하느님으로부터, 기도로부터 시작해서 하느님으로, 기도로 끝내는 매일의 삶입니다. 이런 “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호세아 예언자, 얼마나 주님과 깊은 신뢰와 사랑의 관계에 있는지, 말그대로 관계의 대가, 관계의 달인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과 관계 회복을 위해 회개를 촉구하는 호세아입니다. 진심으로 회개할 때 하느님을 알게 되고 저절로 주님과 깊어지는 관계입니다.

 

“죄악은 모두 없애주시고, 좋은 것은 받아 주십시오. 이제 저희는 황소가 아니라 저희 입술을 바치렵니다. 아시리아가 저희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저희가 다시 군마를 타지 않으렵니다. 저희 손으로 만든 것을 보고, 다시는 우리 하느님이라 말하지 않으렵니다. 고아를 가엾이 여기시는 분은 당신이십니다.”

 

얼마나 실감나는 회개인지요! 이에 대한 주님의 답입니다. 새삼 호세아 예언자가 얼마나 주님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지, 주님의 마음에 얼마나 정통해 있는지  깨닫습니다. 

 

“그들에게 품었던 나의 분노가 풀렸으니, 이제 내가 반역만 꾀하는 그들의 마음을 고쳐주고, 기꺼이 그들을 사랑해 주리라. 내가 이스라엘에게 이슬이 되어 주리니, 이스라엘은 나리꽃처럼 피어나고, 레바논처럼 뿌리를 뻗으리라. 이스라엘의 싹들이 돋아나, 그 아름다움은 올리브 나무 같고, 그 향기는 레바논의 향기 같으리라.”

 

그대로 회개한 영혼에게 주시는 주님의 미사은총같습니다. 호세아 예언자야말로 불세출의 사랑의 영성가, 신비가, 시인입니다. 이런 주님을 체험한다면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관계는 날로 깊어지고 아름답고 행복한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일체의 성형수술이나 화장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감미를 체험하면 저절로 안팎으로 예뻐지기 때문입니다. 호세아 예언자의 결론같은 말씀입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를 깨닫고, 분별 있는 사람은 이를 알아라.”

 

바로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를 통한 주님 은총의 열매가 지혜롭고 분별있는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박해를 각오하라.”입니다. 참으로 다양한 박해를 견뎌내고 버텨내면서 순교적 삶에 항구할 수 있음도 주님과 관계의 힘, 사랑의 힘에 있음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과 신뢰와 사랑이 깊어가면서 뱀처럼 슬기롭고 비둘기처럼 순박한 삶이 선물처럼 주어질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평상시 주님과 우정의 관계를 깊이하는 것이 해결의 첩경입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너희는 내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평소 내공의 깊이를 반영합니다. 평상시 주님과 깊은 신뢰와 사랑의 우정 관계에 있을 때 적용되는 말씀이겠습니다. 주님과 신뢰와 사랑의 일치가 깊어질수록 그때에 적절한 주님의 지혜로운 처방의 답이 선물처럼 주어질 것이고, 끝까지 견뎌낼 수 있는 구원의 힘도 주어질 것입니다.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보다 결정적 도움을 주는 수행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물론 형제들과의 전우애, 학우애, 형제애를 날로 깊이해 주는 주님의 미사은총입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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