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1.30.수요일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                                             로마10,9-18 마태4,18-22

 

 

“나를 따라 오너라”

-하루하루 날마다 주님을 따르는 삶-

 

 

오늘은 성 안드레아 사도 축일입니다. 안드레아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사내다움’ 또는 ‘용기’를 뜻합니다. 형 베드로와는 달리 조용하고 침착한 성격이었습니다.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이 부활해 승천한 뒤에는 그리스 지방으로 전교 여행을 갔고, 콘스탄티노폴리스에 가서 제자인 사도 스타키스를 초대 주교로 임명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톨릭과 정교회에서는 안드레아를 초대 콘스탄티노폴리스 총대주교로 보고 있습니다.

 

성 안드레아는 어부, 생선장수, 밧줄 만드는 사람, 그리스, 스코틀랜드,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수호성인이며 러시아 최고 훈장 이름이 사도 성 안드레아 훈장입니다. 스코틀랜드의 국기도 파란 바탕에 흰색의 X자형 십자가를 사용합니다. 전승에 의하면 그가 순교한 곳은 그리스 아카이아 지역의 파트라라고 하며, X자 십자가에 못박혀 순교했기에 X자 십자가를 ‘성 안드레아 십자가’로 부릅니다. 

 

안드레아가 X자형 십자가를 선택한 까닭은 그리스어로 X는 그리스도라는 단어의 첫글자였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아가 형장에 끌려갔을 때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높이 쳐들면서, “오, 영광의 십자가여! 너를 통하여 우리를 구속하신 주님께서는 지금 나를 부르시는가! 속히 나를 이 세상에서 끌어올려 주님의 곁으로 가게 해다오.”하며 기쁨에 넘치는 기도를 바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인을 묘사한 그림이나 조각상에는 십자가를 든 모습이 많습니다.

 

참 인상적인 성 안드레아 사도입니다. 스승 예수님의 감화가 얼마나 컸으며 또 얼마나 주님을 일편단심 사랑하고 따랐는지 충분히 헤아릴 수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 제자를 부르시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새삼 성소는 순전히 주님 주도하의 은총임을 깨닫습니다. 

 

어부인 베드로라는 시몬과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호수에 어망 던지는 것을 보시자 즉시 이들을 제자로 부르시니 첫눈에 반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아마도 이들의 성실함과 내적 갈망을 한눈에 알아 채신 것 같습니다.

 

“나를 따라 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로 만들겠다.” 

 

그러자 곧바로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이어 다른 두 형제, 곧 제베대오의 아들 야고보와 그의 동생 요한이 배에서 아버지 제베데오와 함께 그물을 던지는 것을 보시고 그들을 부르시자 곧바로 배와 아버지를 버려두고 그분을 따랐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심지어는 아버지까지 버려두고 떠날 정도이니 이들의 내적 갈망이 얼마나 컸던지 짐작이 갑니다.

 

이제 이들 삶에는 획기적 전환점이 된 것입니다. 따를 주님이 이들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것입니다.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인 주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주님을 만나지 못해, 목표없이, 방향없이, 중심없이, 의미없이 방황하는 이들은 얼마나 많겠는지요!

 

이런 성소는 우연일까요? 아닙니다. 이들의 갈망에 응답해 주님께서 이들을 부르신 것이니 섭리의 은총입니다. 우리의 성소도 마찬가지입니다. 결코 우연이 아니라 주님께서 은총으로 불러주신 섭리의 결과입니다. 만약 부름받지 않았다면? 가정법의 질문은 부질없는 질문입니다. 

 

그러니 이제부터의 삶이 중요합니다. 끝까지 부르심에 충실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두 번의 부르심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살아있는 그날까지 한결같이 주님을 따라야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지금까지 잘 살았어도 앞으로 잘 못 산다면 헛일이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보시는 주님이 아니라 현재를 보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러니 내외적으로 불편하고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이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말그대로 순교적 삶입니다. 제 좌우명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고백시도 이런 삶에 대한 다짐을 표현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평생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받으소서.”

 

34년동안 요셉수도원에 정주하다 보니 참 감동적인 사례도 많이 목격합니다. 자기 뜻과는 무관한 질병도 많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병고중에도 믿음으로 분투의 노력을 다하는 모습들이 참 눈물겹습니다. 어느 암투병중인 자매는 날마다 오후 2-4시 사이 수도원 성당에 와서 조배를 드리곤 하며, 또 한 분 자매 역시 암투병에 믿음으로 온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한 때는 건강하게 활동했던 분들인데 참 예측 불가능한 삶같습니다. 또 한 자매역시 한결같은 믿음으로 사셨던 분인데 수술후 어제 보낸 메시지입니다.

 

“수술은 잘 받았습니다. 방사선 치료를 토,일 빼고 30번 받습니다. 이상없이 잘 받을 수 있도록 기도부탁드립니다. 듣고 걷고 말하고 볼 수 있음에 성모님 통하여 예수성심께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보살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유비무환입니다. 평상시 한결같이 믿음생활을 충실히 하였기에 이런 곤궁한 상황에서도 믿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 장하고 아름답습니다. 제1독서 로마서 바오로의 말씀입니다.

 

“유다인과 그리스인 사이에 차별이 없습니다. 같은 주님께서 모든 사람의 주님으로서, 당신을 받들어 부르는 모든 이에게 풍성한 은혜를 베푸십니다. 과연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는 이는 모두 구원을 받을 것입니다.”

 

원망, 절망, 실망은 금물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을 받은 성소자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심기일전 어떤 상황이든 주님을 받들어 부르며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것입니다. 주님은 분명 이에 맞갖는 응답을 주실 것입니다. 치유의 구원도 뒤따를 것입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는 이들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구체적으로 복음을 전하지 못해도 제 삶의 자리에서 삶자체로 복음을 전하는 이들 역시 아름답습니다. 

 

주님은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묵묵히 한결같이 당신을 따르는 이들을 축복하십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십자가의 길'을 시종여일 기쁘게 항구히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십니다. 

 

“성 안드레아 사도여, 우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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