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29.연중 제34주간 수요일 

다니5,1-6.13-14.16-17.23-28 루카21,12-19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

 

 

“All time is in God’s hand”

(모든 시간이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

 

어제 읽은 영어 글귀가 내내 생각납니다. 이런 하느님을 믿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습니다. 연중 마지막 주간은 해마다 갖는 요셉 수도원 연피정 기간입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집중하고 쉴 수 있어 좋습니다. 피정강의로 수고중인 강사 신부님과 주고 받은 대화입니다.

 

“강의하시노라 수고 많습니다!”

“수사님들 다 아시는 내용인데요.”

힘없이 말하는 강사 신부님께 즉시 드린 답입니다.

“늘 들어도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순간 환해지는 느낌의 신부님 얼굴이었습니다. “늘 들어도 새롭다”, 정말 잘 대답한 것 같으니 그대로 성령님 덕분입니다. 깨어 있는 이들에게는 늘 새로운 나날이 있을 뿐입니다. 똑같은 날은 하나도 없고 늘 새롭고 좋고 거룩한, 날로 깊어지는 반복이 날이 있을 뿐입니다. 구원의 진리는 멀리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지금 여기가 구원의 진리가 계시되는 꽃자리입니다. 어제 요한 카시아누스의 담화집을 읽는중 마음에 와닿은 대목입니다. 

 

-사도의 말씀에 따라 사람은 “영과 정신이 새로워져”(에페4,23) 날마다 “앞에 있는 것을 향하여 내달리고”(필리3,13) 전진해야 한다. 그것을 소홀히 한다면 사람이 곧 뒷걸음치고 나빠지게 된다. 우리가 올라가지 못했던 날에는 우리가 뒤로 돌아갔다는 것을 의심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얻지 못하면 무엇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덕행을 닦는 노력과 열성을 중단해서는 안되며 꾸준히 그 훈련을 계속해야 한다. 진전이 중단되면 아래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영적 삶의 지혜입니다. 이래서 한결같은, 끊임없는 노력과 인내입니다. 오늘 복음의 소주제는 “재난의 시작”입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의 삶은 늘 재난의 시작처럼 생각됩니다. 물론 복음은 구체적 박해의 재난을 뜻하지만 우리의 작금의 사회현실을 봐도 삶은 언제나 늘 재난의 시작처럼 위기입니다. 그러나 궁극의 승리는 하느님께 있고 이런 하느님을 믿는 자들은 의연하게 대처합니다. 예수님 역시 적절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사람들이 너희에게 손을 대어 박해할 것이다....이런 일이 너희에게는 증언할 기회가 될 것이다. 너희는 명심하여 미리부터 변론한 말을 준비하지 마라.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겠다.”

 

추호도 박해나 재난의 상황에 당황하거나 걱정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언변과 지혜를 주실 것이니 온갖 적대적인 상황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말고 평온한 마음을 지니며 주님을 증언하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결정적 구원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내 이름 때문에 모든 사람에게 미움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

 

주님 이름 때문에 비록 우리가 어떤 역경에 처하더라도 하느님의 보호하에 있기에 어느 누구도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궁극의 승리에 믿음과 희망을 둘 때 항구한 인내요, 인내로서 생명을 얻는 구원의 삶, 영적 승리의 삶입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 주님 말씀이 이런 우리를 격려합니다.

 

“너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리라.”(묵시2,10)

 

죽을 때까지 인내하며 순교적 삶에 충실할 때 주님께 생명의 화관을 받는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이미 복음 이전에 이미 제1독서의 주인공 다니엘을 통해 이런 순교적 삶의 모범을 봅니다. 하느님의 지혜로 무장한 다니엘은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고 지혜롭게 왕궁 벽의 글자를 풀이해 줍니다. 벨사차르 임금의 온갖 선물과 상도 겸손히 사양하고 임금의 잘못된 처신을 충고합니다. 목숨을 건 용기요 이런 대담함은 그대로 하느님을 배경했기에 가능합니다. 참으로 멋지고 매력적인, 기품이 넘치는 욕심이 전무한 하느님의 사람, 다니엘입니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나 내리십시오. 임금님께서는 주님을 거슬러 자신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보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며 알지도 못하는 신들을 찬양하셨습니다. 임금님의 목숨을 손에 잡고 계시며 임금님의 모든 길을 쥐고 계신 하느님을 찬송하지 않으셨습니다.”

 

벨사차르 임금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는 질책 말씀입니다. 모든 시간이, 우리의 목숨과 길 모두가 하느님의 손안에 있다는 진리를 결코 잊어선 안될 것입니다. 이어지는 왕궁벽의 “므네 므네 트켈 파르신” 글자 풀이도 의미심장합니다.

 

-1.‘므네’는 하느님께서 임금님 나라의 날수을 헤아리시어 이 나라를 끝내셨다는 뜻입니다.

 2.‘트켈’은 임금님을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뜻입니다.

 3.‘프레스(파르신의 단수)’는 임금님의 나라가 둘로, 메디아인들과 페르시아인들에게 주어졌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요약하여 벨사차르 임금은 물론 모두가 하느님 손 안에 있다는 진리를 보여 줍니다. 결코 우리 하나하나가 하느님을 떠난 우연적 존재가 아니라 하느님 안에서 고유한 사명을 지닌 섭리적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벨사차르 임금이요 이 임금처럼 저울에 달아보니 무게가 모자랐다는 뜻의 “트겔”에 해당되지는 않는지 우리 존재의 무게를 생각하게 됩니다. 오늘 제1독서에 나오지 않지만 곧 이어지는 말씀이 섬뜻한 느낌입니다.

 

“벨사차르는 분부를 내려, 다니엘에게 자주색 옷을 입히고 금 목걸이를 목에 걸어 주고, 그가 나라에서 셋째가는 통치자가 된다고 선포하게 하였다. 바로 그날 밤에 칼데아 임금 벨사차르는 살해되었다.”(다니5,29-30)

 

곧장 이어진 하느님의 엄중한 심판입니다. 다니엘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벨사차르 임금의 비참한 최후입니다. 하느님이 내린 심판이라기 보다는, 하느님을 무시한, 망각한 삶이었기에 스스로 자초한 심판에 비참한 최후의 죽음입니다. 참으로 하느님께 시종여일 한결같이 충실한 자들은 복음 말씀처럼 하느님의 보호하에 있기에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시간이, 모든 삶이 하느님의 손안에 있으며 궁극의 승리 역시 하느님께 있습니다. 매일의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주는 깨달음입니다. 궁극의 승리자는 인내하는 자요 그에게 선사되는 영원한 생명입니다. 한결같이 충실한 자에게 주시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서 생명을 얻어라.”(루카21,18-19).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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