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7. 목요일 항가리의 성녀 엘리사벳 수도자(1207-1231) 기념일

묵시록5,1-10 루카19,41-44


찬미의 기쁨

-주님께 노래하라, 새로운 노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까이 이르시어 그 도성을 보고 우시며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울음과 눈물은 언제 읽어도 새로운 충격이며 우리를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예루살렘을 의인화하여 ‘너’라 하며 대화하듯 합니다만 그대로 오늘 우리를 향한 말씀처럼 들립니다. 루카가 자주 사용하는 ‘오늘’입니다.


“오늘 너도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더라면---! 그러나 지금 네 눈에는 그것이 감추어져 있다.” 


이어 계속되는 예루살렘의 멸망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예시해 줍니다. 사실 예루살렘은 서기 70년경 로마 군대에 의해 초토화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울음은 영원한 현재진행형입니다. 예수님뿐 아니라 많은 믿는 이들의 눈물의 기도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너를 찾아오신 때를 네가 알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복음의 마지막 대목이 의미심장합니다. 역시 하느님을 모르고 자기를 모르는 무지無知가 마음의 큰 병임을 깨닫습니다. 평화를 가져다 주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예루살렘이요, 하느님께서 찾아오신 때를 알지 못했던 예루살렘입니다. ‘너’로 의인화된 예루살렘이 가리키는바 바로 우리들입니다.


예수님의 눈물은 하느님의 눈물입니다. 우리의 파멸로 치닫는 무지의 현실에 안타까워하는 하느님의 눈물, 예수님의 눈물입니다. 우리의 회개를 촉구하는 예수님의 눈물입니다. 회개를 통한 무지로부터의 해방입니다. 회개의 열매가 평화입니다. 무지로부터 해방될 때 선사되는 하느님의 평화,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참 좋은 주님의 선물이 평화입니다. 세상을 떠나실 때도, 부활하시어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도 주님께서 우선 선물하신 것이 당신의 평화였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만이 진정 우리를 평화롭게 합니다. 


예루살렘은 하느님께서 찾아오실 때를 몰라서, 또 찾아오신 주님을 무지로 인해 배척하고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멸망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어리석지 않습니다. 예루살렘의 멸망 사건은 우리에겐 회개의 ‘반면교사反面敎師’입니다. 


하여 우리는 늘 깨어 오늘 지금 여기 오시는 평화의 주님을 영접합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 오시는 평화의 주님을 마음 활짝 열고 우리 삶의 중심에 모셔 들이는 거룩한 미사시간입니다. 평화의 주님을 모심으로 우리는 비로소 평화의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두려움과 불안에 포로되어 사는 세상에 주님의 평화보다 좋은 선물은 없습니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가 세상의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주님의 평화입니다. 회개를 통해 주님을 만나 무지로부터 해방될 때 참 좋은 선물의 평화입니다. 평화와 함께 따라오는 기쁨의 선물입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이 기쁨으로 곡식을 거두리이다.”


시편 구절은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요. 십자가의 눈물이 부활의 기쁨의 씨앗임을 봅니다. 슬픔과 절망의 현실중에도 부활의 기쁨과 희망을 앞당겨 사는 우리들입니다. 바로 오늘 묵시록의 ‘봉인된 두루마리와 어린양’에 관한 내용이 슬픔과 기쁨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다음 대목이 요한의 심중을 대변합니다.


‘두루마리를 펴거나 그것을 들여다보기에 합당하다고 인정된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나는 슬피 울었습니다.’(묵시록5,4).


복음의 예수님의 울음과 독서의 요한의 울음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런 울음은 진정 은총입니다. 주님 때문에 겪는 슬픔이 깊을수록 기쁨의 열매도 풍성합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이들은 언젠가 기쁨으로 수확할 것입니다. 


요한의 슬픔은 즉시 천상에 있는 네 생물과 스물네 원로의 새 노래의 찬미의 기쁨으로 변합니다. 바로 묵시록 4장 11절에 이어 오늘 5장 9-10절은 우리가 매주 화요일 저녁성무일도때 바치는 기쁨의 찬미가입니다.


“당신은 두루마리를 받으실 자격이 있사옵고, 

 봉인을 떼실 자격이 있나이다.

 당신은 죽임을 당하셨고, 당신 피로 값을 치루어, 

 모든 민족과 언어와 백성과 나라로부터,

 사람들을 구해내셔서 하느님께 바치셨나이다.

 당신은 우리로 하여금 한 왕국을 이루어,

 우리 하느님을 섬기는 제관이 되게 하셨으니.

 우리는 땅에서 다스리리이다.”


매주 화요일 저녁성무일도때마다 부르는 오늘 묵시록 후반부의 찬미가가 이렇게 심오한 줄을 오늘 묵상하면서 새롭게 깨달았습니다. 말그대로 기쁨으로 바치는 새 노래의 찬미입니다. 슬피 울던 요한도 새 노래를 부르면서 기쁨으로 활짝 피어났을 것입니다.


찬미의 기쁨입니다. 눈물로 시작하여 기쁨의 찬미로 끝난 강론입니다. 하여 강론 제목도 '찬미의 기쁨'으로 바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가 슬픔을 기쁨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죽음을 생명으로 바꿉니다. 우리의 운명을 바꾸는, 악순환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찬미의 은총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찬미의 사람’이 되어, 평화와 기쁨으로 충만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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