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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7.20.연중 제16주간 수요일                                                            예레1,1.4-10 마태13,1-9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절망은 없다-

 

 

 

마태복음 13장에는 예수님의 하늘 나라 비유 7개가 나오는데 그중 첫째 번에 속하는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입니다. 예수님의 처신은 물론 하늘 나라를 살 수 있는 비결을 가르쳐 주는 참 고맙고 귀한 비유들입니다. 씨뿌리는 사람의 비유의 중심은 바로 사람에 있습니다. 바로 씨뿌리는 사람은 그대로 예수님을 상징합니다. 

 

어제 오늘 복음을 읽고 묵상하는 순간 퍼뜩 떠오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절망은 없다-” 강론 제목이었습니다. 그러다 새벽에 일어나 제목을 바꿔 “하루하루 살았습니다-절망은 없다-”로 바꿨습니다. 

 

“씨뿌리는 사람”의 예수님을 생각할 때 마다 떠오르는 프랑스의 작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소설입니다. 프로방스의 알프스 끝자락에 있던 황량한 계곡에서 양치기 노인이 반백년 동안 꾸준히 나무를 심어 결국에는 풍요로운 숲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단편소설입니다.

 

어제 어느 자매님의 뜻밖의 방문을 잊지 못합니다. 한달 동안 매일 오후2시부터 4시까지 성전에서 기도를 바쳤던 암투병중의 자매입니다. 제가 드린 “희망의 여정” 작은 강의록을 외울 정도로 봤다는 고백에 강의 원고를 보니 얼마나 많이 봤던지 빛도 바랬고 너덜너덜 해져 있었습니다.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읽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 말씀 처방전도 써드렸습니다. 

 

“두려워 말라. 내가 너의 곁에 있다. 걱정하지 말라. 내가 너의 하느님이다. 내가 너의 힘이 되어 준다. 내가 도와 준다. 정의의 오른팔로 너를 붙들어 준다.”(이사41,10)

 

바로 이 말씀은 저의 여섯째 숙부가 임종전 일주일간 꼭 붙잡고 산 말씀입니다. 몇 달전 살 희망이 없다 생각되어 버렸던 동양란 소식을 전해 주었습니다. 저한테 허락을 받고 가져간 동양란인데 향기로운 꽃이 폈다길래 사진을 찍어 달라하여 후에 전송된 사진을 보니 정말 기적처럼 꽃이 피어있었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자매님 역시 씨뿌리는 사람처럼,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절박한 심정으로 난蘭을 살려 냈음이 분명합니다. 문득 오래전 난蘭을 선물한 고마운 분에게 즉시 써드린 시도 생각이 났습니다.

 

“당신

존재의 향기

하나만으로 충분합니다

 

있음자체만으로

향기롭고 평화로운

난같은 당신입니다”-1998.3.31.

 

오늘 씨뿌리는 사람의 하늘 나라 비유의 요지는 분명합니다. 절망은 없다, 하루하루 일희일비一喜一悲함이 없이 주어진 일상에 묵묵히 최선을 다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길바닥이던 돌밭이던 가시덤불밭이든 좋은땅이던 상관없이 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한결같이 씨뿌리는 일상의 삶에 충실하다 보면 언젠가 어디서의 좋은 땅에는 풍요로운 결실이 있을 것임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좋은 땅에 떨어져 열매를 맺었는데, 어떤 것은 백배. 어떤 것은 예순배, 어떤 것은 서른 배가 되었다. 귀있는 사람은 들어라.’

 

“귀있는 사람을 들어라”, 예사로운 말씀이 아닙니다. ‘경청(傾聽, 敬聽)’은 물론 완전히 이해理解하고 수용受容하고 동화同化되어 씨뿌리는 사람처럼, 예수님처럼 살라는 말씀입니다. 씨뿌리는 사람, 예수님의 내공이 한눈에 감지되는 하늘 나라 비유입니다. 

 

저역시 씨뿌리는 사람처럼 사제서품후 33년 동안 거의 빠짐없이 미사를 봉헌하며 강론을 써서 나눴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좋은 땅의 말씀밭에서는 큰 수확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듭니다. 누가 어떻게 사느냐고 묻는 다면 저는 주저없이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좌우명 고백시를, 특히 첫연과 마지막 연을 나누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하늘 향한 나무처럼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덥든 춥든,

봄, 여름, 가을, 겨울

늘 하느님이 불러 주신 이 자리에서

하느님만 찾고 바라보며

정주의 나무가 되어 살았습니다.

작은 나무가 이제는 울창한 아름드리 

하느님의 나무가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2012.9.15

 

이런 삶보다 더 좋은 죽음 준비도 없습니다. 환상이나 거품이 사라진 오늘 지금 여기서 단순투명한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살게 합니다. 오늘이 내일입니다. 오늘 잘 살면 내일은 내일대로 잘 될 것이니 내일은 추호도 걱정할 것 없습니다. 내일은 내일대로 하느님이 잘 해 줄 것입니다.

 

참으로 예수님의 한결같은 말씀의 씨뿌리는 삶에는 하느님 아버지를 향한 믿음, 희망, 사랑이 견고한 토대를 이루고 있음을 봅니다. 정말 하느님 향한 신망애信望愛의 향주삼덕向主三德이 이런 백절불굴百折不屈의 한결같은 삶의 원동력임을 깨닫습니다. 저역시 예수님을 닮고 싶어 수시로 바치는 기도문이 있습니다.

 

“오소서,

주 하느님!

당신이 되게 하소서.

 

당신의 믿음이

당신의 희망이

당신의 사랑이

당신의 신망애信望愛가 되게 하소서.”-2021,12.8.

 

오늘 제1독서 예레미야서의 주인공 예레미야 예언자 역시 씨뿌리는 사람 예수님처럼 그의 소명체험에, 평생 씨뿌리는 삶에 항구했음을 봅니다. 아마 이런 소명체험이 평생 예레미야의 마르지 않는 내적 샘이 되어,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를 가능하게 했을 것입니다.

 

“모태에서 너를 빚기 전에 나는 너를 알았다. 태중에서 나오기 전에 내가 너를 성별聖別하였다. 민족들의 예언자로 내가 너를 세웠다. 너는 내가 보내면 누구에게나 가야 하고, 내가 명령하는 것이면 무엇이나 말해야 한다. 그들 앞에서 두려워하지 마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너를 구하리라. 

 

이제 내가 너의 입에 내 말을 담아 준다. 보라, 내가 오늘 민족들과 왕국들을 너에게 맡기니, 뽑고 허물고 없애고 부수며 세우고 심으려는 것이다.”

 

어찌 예언자 예레미야뿐이겠습니까? 삶의 양상은 달라도 우리 하나하나가 “우연적 존재”가 아닌 하느님께 불림 받은 “섭리적 존재”임을 깨달아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하루하루 절박한 삶에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가 우리 성소聖召를 깨닫게 합니다. 

 

이래야 헛된 유령같은, 좀비같은 무지의 삶에서 벗어나, 참으로 오늘 지금 여기서 참나의 참사람,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하늘 나라를 살 수 있습니다. 바로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렇게 분투의 노력을 다해 살도록 도와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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