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7.15.목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8-1274) 기념일 

탈출3,13-20 마태11,28-30

 

 

 

주님의 초대, 주님의 환대

-영원한 안식처-

 

 

 

“주여, 새벽부터 자비를 베푸시어, 우리 한생 즐겁게 하소서.”(시편90.14)

아침 성무일도시 마음에 와닿은 시편 성구입니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기도로 나와 함께 하며 애정을 보여준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병자들과 이들을 도와주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을 잊지 맙시다.”

 

어제 병원에서 퇴원하신 교황님의 트윗 역시 주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오늘 축일을 지내는 ‘세라핌 박사(Seraphic Doctor)’라 칭하는 보나벤투라 성인역시 참 좋으신 주님의 자비를, 환대를 상징합니다. 한평생 노심초사 프란치스코 성인을 이어받아 수도회의 기초를 놓고자 온 힘을 다하다 리용공의회 도중 만57세로 선종합니다. 저는 성인보다 15년을 더 살고 있는 셈입니다. 성인들의 축일을 지낼 때 마다 생몰生沒연대를 보며 제 나이와 꼭 비교해보곤 합니다.

 

당대 파리대학교수로서 쌍벽을 이루었던 도미니코 수도회의 토마스 아퀴나스와의 대조도 참 흥미롭습니다. 천사박사(Doctor Angelicus)라 칭하는 토마스 아퀴나스는 리용공의회 참석중 선종합니다. 보나벤투라에 대한 전설같은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그대로 하느님의 환대를 상징하는 이름 뜻입니다. 

 

프란치스코가 앓고 있는 보나벤투라를 보자 “잘 왔노라(bona ventura)”, 또 그가 병이 나은 것을 듣고 “좋은 소식이로다(bona ventura)”라는 말에서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전설같은 일화인데 두분 사이 얼마나 돈독한 우정관계에 있는지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성인들은 참 좋으신 주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주님은 우리를 부단히 초대하시고 환대하십니다. 주님은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십니다. 주님은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입니다. 수도원을 찾는 자매들의 이구동성의 고백은 수도원이 친정집, 고향집같이 편안하다는 것입니다. 바로 수도원이 영혼의 고향이자 안식처라는 고백입니다. 수도원내 곳곳에서 끊임없이 환한 얼굴로 피어나 오가는 이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꽃들은 그대로 주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환대는 꽃처럼’ 이라는 자작시도 생각납니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

한 번이라도 얼굴 찌프린적 있더냐

하루 이틀 몇 날이든

언제나

활짝 핀 환한 얼굴로

오가는 이들

맞이하고 떠나 보내는

주차장 옆 코스모스 꽃 무리들

피곤한 모습 전혀 없다

볼 때 마다 환해지는 마음이다

환대는 꽃처럼 하는 것이다.”-2000.9.27.

 

어찌 코스모스꽃 뿐이겠습니까? 곳곳에서 끊임없이 피어나는 모든 꽃들이 주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우리를 부단히 초대하시고 환대하시는 오늘 복음의 주님 말씀입니다. 제가 고백성사시 보속 ‘처방전 말씀’으로 참 많이 써드리는 오늘 복음입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얼마다 고마운 구원의 말씀인지요! 우리의 영원한 쉼터이자 안식처인 예수님이십니다. 두렵고 불안한 세상,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충고나 조언보다는 위로와 격려, 경청이 필요한 분들입니다. 수도원 십자로에 있는 가슴 활짝 벌리고 있는 예수성심상과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성구 역시 주님의 환대를 상징합니다.

 

정주영성과 직결된 환대영성입니다. 환대의 사랑, 환대의 기쁨, 환대의 행복입니다. 환대歡待와 우애友愛의 공생공락共生共樂의 공동체는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반면 냉대冷待는 얼마나 마음 아프게 하는지요. 그리하여 정주 수도원은 세고世苦에 지친 이들을 부단히 환대하는 환대의 집이 되고 수도자들은 환대의 사람이 됩니다. 이어지는 말씀 역시 중요합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음 가볍다.”

 

예수성심의 사랑이 온유와 겸손입니다. 613개 율법의 무거운 짐을 사랑의 짐 하나로 가볍게 만드신 주님이십니다. 그러나 값싼 사랑은, 값싼 안식은 없습니다. 수도원은, 우리 믿는 이들의 인생은 ‘사랑의 학교’입니다. 평생 졸업이 없는 죽어야 졸업인, 평생 온유와 겸손의 사랑을 배우기 위해 분투奮鬪 노력해야 하는, 평생 학인의 수행자들인 우리 믿는 이들입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에 비하면 우리의 사랑은 언제나 초보자 수준입니다. 이런 부족한 사랑에 대한 깨달음이 우리를 부단히 겸손케 하고 분발奮發케 합니다. 

 

온유와 겸손의 사랑의 수행이 깊어갈수록 외관상 좁은 문은 내적 감미의 넓은 문이 되고, 우리의 불편한 멍에는 주님의 편한 멍에로, 우리의 무거운 짐은 주님의 가벼운 짐으로 바뀌어 예수님을 닮은 참 자유인이, 참 환대의 사람이 될 것입니다. 이 또한 평생과제입니다.

 

오늘 탈출기 말씀도 참 풍부합니다. 모세를 통해 가슴 활짝 열고 우리 모두를 초대하고 환대하시는 주님이십니다. 모세와 주님과의 다정하고 깊은 대화를 통해 우리 모두를 환대하시며 참 좋은 가르침을 통해 우리를 무지로부터 해방하여 자유롭게 하시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가서 ‘있는 나’께서 너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신 야훼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이것이 영원히 불릴 나의 이름이며, 이것이 대대로 기릴 나의 칭호이다.”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하느님이 아니라 우리를 환대하시며 늘 우리와 함께 계신 인격의 하느님, 관계의 하느님이심을 깨닫습니다. ‘있는 나(I AM)’라는 하느님 이름은 ‘너희와 함께(I AM with you)’, ’너희를 위해(I AM for you)’ 있는 개방과 환대의 하느님이심을 뜻합니다. 이스라엘 자손들의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의 여정 역시 값싼 은총의 여정이 아니라 환대의 주님과 함께 분투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여정임을 깨닫습니다. 

 

우리를 늘 환대하시는 주님의 사랑입니다. 우리 역시 언제나 마음 활짝 열고 사랑을 다해 주님을 환대하는지 묻게 됩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은 우리를 환대해 주시고 우리 또한 주님을 환대하는, 주님의 환대와 우리의 환대가 만나는 사랑의 일치로, 외로움과 그리움이 말끔히 사라진 참으로 기쁨 충만한 복된 시간입니다. 또 주님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의 안식을 선물하시며, 우리의 불편한 멍에를 당신의 편한 멍에로, 우리의 무거운 짐은 당신의 가벼운 짐으로 바꿔주시며 예닮의 여정에 항구할 수 있는 힘도 주십니다.

 

 

“하느님, 우리 주의 어지심이, 우리 위에 내리옵소서.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 

우리 손이 하는 일에 힘을 주소서.”(시편90,17).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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