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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5.18. 부활 제7주간 금요일                                                                            사도25,13ㄴ-21 요한21,15-19



귀가歸家 준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요즘 수도원 성전 근처 나무 꼭대기에서 밤낮 끊임없이 들려오는 뻐꾸기 청아한 소리가 간절한 찬미소리처럼 들립니다.  어제는 아침부터 참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오늘 새벽에도 계속 내리는 비입니다. 참 오랜 만에 듣는 시냇물 소리입니다. 어제는 참 은혜로운 체험의 날이었습니다. 아침식사하자 폭우속에 병원예약에 맞춰 외출했고 손님과의 잠시 만남후 몸도 마음도 불편하고 피곤하여 즉시 귀가했습니다. 예전같지 않고 요즘은 외출하면 서둘러 귀가합니다. 수도원에 ‘귀원歸院’이라 하지 않고 주님의 집에 ‘귀가歸家’란 단어를 씁니다.


귀가하자마자 개온히 씻고 정리하고 집무실 제자리에 앉으니 참 홀가분하고 편하고 행복했습니다. 마침 휴게실에 들렸을 때 “병원 잘 다녀 왔어요?”란 수사님의 인사말도 들었고 저녁기도후에는 수사님에게 “아침 비 많이 왔는데 어떻게 다녀왔느냐?”라는 말도 들으니 따뜻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순간 깨달은 진리입니다.


“주님의 집, 아버지의 집에 귀가했을 때가 이렇겠구나!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란 시, 마지막 연이 생각나는 구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날/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인생도 어찌보면 휴가같겠다. 


그러니 인생소풍이 아니라 인생휴가 끝내고 아버지의 집에 귀가할 때의 홀가분하고 편한 분위기가 이렇지 않겠는가. 오늘 귀가시 형제들의 위로말처럼 주님의 집에 귀가했을 때 ‘보고 싶었던’, 이미 휴가 끝내고 귀가한 형제들의 위로와 환영도 받겠네”


하는 생각이 깨달음처럼 스치면서 마음도 참 편안해 졌습니다. 이어 아랫집 수녀님과 면담성사에서도 큰 위로와 힘을 받았습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제가 2014년 안식년중 산티아고 순례중 인터넷에 올렸던 강론에 자극을 받아 쓰기 시작한 매일미사 전례문을 무려 지금까지 5년째 매일 쓰고 계시다는 것이었습니다. 치매예방에도 참 좋으리란 확신도 말씀하셨습니다.


처음에는 입당송부터 영성체후기도까지 썼지만 얼마전 부터는 ‘본기도-제1독서-복음-영성체후 기도’까지 매일 필사하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어 수녀님은 정성스럽게 준비해온 성령칠은 뽑기를 고백성사 보는 분들에게 나눠주라며 선물하신후 여주 노수녀님들 소식도 전해 주었습니다.


-“신부님이 주시는 매월 강론집을 받으면 삼육대학내 우체국에 걸어가서 단단히 야무지게 포장해 여주 수녀님들에게 보내드리면 그렇게 좋아하십니다. 얼마전에는 감사전화도 받았습니다. 강론중 ‘귀가준비’란 제목이 마음에 꽂혔다 했습니다.”


얼마나 아름다운 수녀님들의 우정友情이자 우애友愛인지요. 즉각적인 저의 화답입니다.


“아, 수녀님들 귀가준비 참 잘하시네요. 수녀님의 매일미사 전례문 필사도 참 좋은 귀가준비같아요. 귀가하는 죽는 날까지 쓰셔요. 제 소원도 귀가하는 죽는 날 까지 매일강론 쓰면서 귀가준비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착안한 강론제목이 “귀가준비”입니다. 마침 오늘 복음에서도 주님께서는 베드로에게 참 좋은 귀가준비에 맞는 화두같은 말씀을 주십니다. 복음 분위기가 자못 비장합니다. 순교의 죽음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분위기입니다. 다음 말씀은 우리의 귀가준비에도 참 좋은 말씀입니다.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아마 순교 직전까지 시몬 베드로는 이 말씀을 되뇌었을 것입니다. 세 번 배반했던 베드로의 아픈 기억을 염두에 두신 듯 똑같이 세 번을 반복하여 베드로의 사랑을 확인하십니다. 시몬 베드로 대신 내 이름을 넣어서 자주 되뇌이고 싶은 주님의 말씀입니다. 귀가준비에 이보다 좋은 말마디도 없겠습니다.


“예, 주님! 제가 주님을 사랑하는 줄을 주님께서 아십니다.”


똑같이 세 번 물음에 세 번 베드로의 사랑의 확답을 받아내는 주님이십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유언같은 말씀이 가슴을 칩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우리에게 하신다면 주님은 ‘서로 사랑하여라’ 말씀하셨을 것입니다. 귀가준비에 ‘주님을 사랑하는 것’과 ‘서로 사랑하는 것’이 참 좋은 처방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귀가준비를 시키신후 최종적인 말씀을 주십니다. 역시 오늘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입니다.


“나를 따라라.”


역시 오늘 제1독서 사도행전의 바오로의 3차 전도여정에서 감지되는 순교의 죽음 분위기입니다. 아마 바오로도 분명 이런 순교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몸은 수인이지만 마음은 지극히 평화롭고 자유로워 보이는 바오로입니다. 생사生死를 넘어선 초탈한 대자유인의 분위기입니다. 참으로 귀가준비를 잘하는 바오로같습니다. ‘어떻게 잘 죽느냐?’라는 물음은 ‘어떻게 잘 사느냐?’의 물음으로 직결됩니다. 죽음있어 삶은 선물임을 통절히 깨닫습니다. 하루하루 귀가준비에 만전을 다하는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는, 참 좋은 귀가준비가 날마다 바치는 이 은혜 충만한 매일미사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늘 깨어 아름다운 휴가인생을 살게하시며 귀가준비를 시켜 주십니다. 끝으로 자작 좌우명 애송시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마지막 연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라 살았습니다.

하루하루 일일일생(一日一生), 하루를 평생처럼, 처음처럼, 마지막처럼 살았습니다.

저에겐 하루하루가 영원이었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이렇게 살았고 내일도 이렇게 살 것입니다.

하느님은 영원토록 영광과 찬미 받으소서.-


아마 이보다 더 좋은 귀가준비도 없을 것입니다. 성령강림대축일을 앞두고 매일 저녁성무일도때마다 바치는 ‘오소서 성령이여’ 성령청원찬미가와 더불어! 아무쪼록 성령강림대축일을 앞두고 성령을 청하는 ‘오소서 성령이여’ 성가 142장을 자주 부르시기 바랍니다. 


“내 영혼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그분의 온갖 은혜 하나도 잊지 마라.”(시편103,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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