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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3. 연중 제28주간 목요일                                                                    에페1,1-10 루카11,47-54


                                                                    주님은 찬미받으소서

                                                                    -하느님 중심의 삶-


올해는 참 유난한 해입니다. 29년째 여기 불암산 자락 울창한 숲속같은 수도원에 살아오면서 올해같은 때는 처음입니다. 예전 5-6월, 아침 눈뜰때는 하느님을 찬미하는 새노래 소리가 요란했는데 올해는 거의 기억이 없습니다. 매미소리도 적었고 나비, 벌, 고추 잠자리도 거의 보지 못했으며 가을의 들꽃들도 그렇게 초라할 수 없습니다. 기후 변화에 따른 불길한 조짐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단풍 색깔은 어떨지 두고 봐야 하겠습니다. 무엇보다 영롱한 풀벌레 노래 하느님 찬미 합창 소리가 없으니 가을 밤이 그렇게 적막할 수 가 없습니다. 흡사 죽음의 밤 같습니다. 모든 피조물이 함께 어울려야 하느님 중심의 풍요로운 삶을 실감하는 데, 또 이들은 시상詩想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는데 많이 안타깝습니다. 


어제 하루 짬을 내어 잠시 외출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많은 사람들을 유심히 봤습니다. 좋은 가을 날씨 탓인 듯 활기차고 좋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까맣게 잊고 지내는 모습 같기도 했습니다. 알든 모르든 마음 중심의 깊이에는 하느님이 자리 잡고 계실 것입니다. 또 세상 곳곳 어디선가 끊임없이 하느님을 찬미하는 이들이 있어 세상이 유지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언뜻 들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제1독서 에페소서의 시작입니다. 매일미사의 배치가 골고루 이루어져 말씀의 편식을 막아주니 고맙습니다. 오늘 제1독서 에페소서의 찬미가가 참 아름답고 장엄합니다. 그리스말 본문에서는 3절에서 14절까지가 한 문장으로 되어있습니다. 그야말로 숨을 멈추지 않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베푸신 하느님의 은총을 내리 노래한 것입니다. 


이 에페소서 초대교회 찬미가를 우리 수도자들은 매주 월요일 저녁성무일도 세 번째 부분에서 노래합니다. 그러니 거의 2000여년을 가톨릭교회가 불러온 찬미가입니다. 어제 바로 이 찬미가를 묵상하는 순간 떠오른 강론 제목이 ‘주님은 찬미받으소서’에 부제는 ‘하느님 중심의 삶’이었습니다. ‘찬미받으소서’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번 째 가르침의 책이기도 합니다.


오늘 에페소서에 한 눈에 들어오는 것이 문장의 주어가 온통 하느님이라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주어가 되어 그리스도를 통해 이루신 업적들의 나열입니다. 이런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위업에 교회공동체가 드린 찬미와 감사의 노래입니다. 말그대로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솟아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고백입니다. 


오늘 에페소서의 구조와 내용은 얼마나 은혜로운지요.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에 이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찬미가의 시작부분은 그대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이어지는 찬미가 내용도 구구절절 장엄하고 아름답습니다. 그대로 미사를 통해 속속들이 깨닫고 체험하는 진리입니다. 이런 하느님 중심의 찬미가가 우리 삶을 하느님 중심의 행복한 삶으로 서서히 전환해 줍니다. 


내 삶의 문장의 주어를 나에게서 하느님으로 바꾸게 되고 하느님의 눈으로 내 삶의 성경책을 렉시오 디비나 하게 합니다. 하여 삶은 단순해 지고 감사와 찬미, 기쁨과 평화, 온유와 겸손의 삶이 펼쳐지게 됩니다. 


내 중심의 삶에서 파생되는 복잡하고 혼란한 삶입니다. 끊임없는 두려움과 불안입니다. 안정과 평화가 없습니다. 참 행복과 기쁨도 하느님 중심의 삶에서 비롯됩니다. 모든 성인성녀들 역시 하느님 중심의 행복한 삶을 살았습니다. 


어제 갈라티아서의 성령의 9가지 성령의 열매인 사랑, 기쁨, 평화, 인내, 호의, 선의, 성실, 온유, 절제도 순전히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 때 주어진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반면 육의 행실 부정적 측면의 15가지는 모두 내 중심의 삶에서 기인된 산물임을 깨닫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상기해 봅니다.


‘음행, 부정, 방탕, 우상숭배, 마술, 원한, 싸움, 시샘, 분노, 모략, 불목, 분열, 질투, 주정, 폭음폭식’ 등 줄줄이 이어집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이런 어둔 부정적 인간 내면의 모습들 내 중심의 삶을 살 때의 누구나의 가능성입니다. 이 모든 부정적 요소들은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면서 성령의 열매들로 변하니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 평생 규칙적으로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인 성무일도와 미사은총이 얼마나 큰 지 깨닫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확연히 드러나는 오늘 복음의 바리사이들과 율법교사의 문제점입니다. 누구보다 하느님 중심의 삶을 살았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기에 주님으로부터 불행선언의 대상이 됩니다.


조상들이 죽인 예언자들의 무덤을 만들면서 조상들이 저지른 악행을 반복하는 모순적이고 위선적 삶을 살아가는 바리사이들에겐 진실이 없습니다. 하여 주님은 세상 창조 이래 쏟아진 모든 예언자의 피에 대한 책임을 이 세대가 져야 한다고 단언하십니다. 이어 지식의 열쇠를 치워 버리고 자기도 남도 들어가기를 막아버린 심술사나운 심보를 지닌 율법교사들에 대한 불행선언입니다. 복음의 마지막 묘사에서 이들이 얼마나 사악한지 잘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그 집을 나오시자,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독한 앙심을품고 많은 질문으로 그분을 몰아대기 시작하였다. 예수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씀으로 그분을 옭아매려고 노렸던 것이다.’ 


예나 이제나 악순환의 반복의 역사같습니다. 악순환의 반복을 끊어버리는 단 하나의 방법은 하느님 중심의 삶으로의 끊임없는 전환뿐이요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회개입니다. 그러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시편성무일도와 미사를 끊임없이 마음을 다해 드리는 것이 하느님 중심의 삶의 정착에는 제일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느님 중심의 삶을 확고히 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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