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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5. 주님 공현 전 목요일                                                                          1요한3,11-21 요한1,43-51



성소聖召의 신비

-주님과의 만남, 참 나의 발견-



철학자 데칼트는 말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가 맞습니다.

“나는 존재한다. 그러므로 생각한다.”


유대의 랍비 신비주의자 아브라함 여호수아 헤쉘은 말합니다.

“나는 불림받았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바로 이 고백이 우리의 성소와 직결됩니다.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중 다음 대목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


누구나 지닌 성소의 갈망입니다. 누구나 그분의 사람이 되고 싶은 갈망을 지닙니다. 주님이 우리를 불러 주셨을 때 비로소 존재하기 시작하는 우리들입니다. 존재감 충만한 삶입니다. 


성소의 신비, 성소의 선물입니다. 주님 아닌 아무도 알 수 없는 성소의 신비입니다. 우리 경우만 봐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사람의 얼굴이 다 다르듯 성소의 계기도 다 다르고 결코 비교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각자 그만의 고유한 성소입니다. 나이나 출신지, 재능, 성격과 관계 없는 하느님만이 아시는 신비입니다.


어제 복음에 이은 오늘 복음만 봐도 성소의 신비를 짐작하게 됩니다. 세례자 요한을 통해 두 제자는 주님께 불림 받았고, 시몬 베드로는 동생 안드레아를 통해 주님께 불림받았습니다. 오늘 필립보는 주님께 직접 “나를 따라라.”불림 받았습니다. 이어 나타나엘은 필립보를 통해 주님께 불림을 받습니다.


참으로 좋은 분을 만나면 저절로 자랑하고도 싶고 누구에게 알리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주님을 만난 필립보가 그 좋은 경우입니다. 나타나엘을 만나자 지체없이 그가 만난 분을 소개합니다.


“우리는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고 예언자들도 기록한 분을 만났소. 나자렛 출신으로 요셉의 아들 예수라는 분이오.”


필립보의 감격에 벅찬 주님의 소개에 나타나엘의 반응은 반신반의 시큰둥합니다. 이처럼 선입견과 편견의 영향은 지대합니다.


“나자렛에서 무슨 좋은 것이 나올 수 있겠소?”


어제 예수님을 찾았던 요한의 두 제자에 대한 주님의 초대 말씀과 동일합니다.

필립보는 즉시 나타나엘을 주님께로 초대합니다. 이것이 진정 최고의 이웃 사랑입니다.


“와서 보시오.”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주님과의 참 만남만이 기존의 선입견이나 편견을 깰 수 있습니다. 한번 뿐이 아니라 매일, 날마다 새롭게 만나야 하는 주님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참 나의 발견이요, 이것이 바로 구원의 체험입니다. 주님과 나타나엘의 만남이 참 아름답습니다.


“보라, 저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이스라엘 사람이다. 저 사람은 거짓이 없다.”


이보다 더 좋은 찬사는 있을 수 없습니다. 주님은 한 눈에 나타나엘의 진면목을 알아 봅니다. 평소 진리 탐구에 항구했던 나타나엘임이 분명합니다. 주님은 필립보가 부르기 전에 이미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말씀 공부 삼매경에 빠진 나타나엘을 주목하셨음이 분명합니다. 주님을 만난 나타나엘의 반응도 전광석화 주님의 진면목을 알아봅니다. 감격에 벅찬 고백입니다.


“스승님, 스승님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이스라엘의 임금님이십니다.”


오매불망 말씀을 묵상하며 꿈에 그리던 스승 예수님을 만난 나타나엘입니다. 참사람과 참사람의 만남입니다. 주님과의 이런 아름다운 만남이 말 그대로 구원입니다. 주님을 만날 때 비로소 참나의 발견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평생을 살아도 자기가 누구인지 모릅니다. 참으로 주님을 만날 때 참나의 발견이요 순수한 마음입니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주님과 나타나엘의 사제관계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님은 이어 나타나엘은 물론 우리 모두에게 신비스런 천상체험까지 예고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는 하늘이 열리고 하느님의 천사들이 사람의 아들 위에서 오르내리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예수님이 바로 하늘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현존하심에 따라, 하늘이 활짝 열리고, 야곱의 꿈이 예고한 하느님과의 통교가 믿는 모든 이들에게 항구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주님을 만난 후의 하늘은 예전 하늘이 아닙니다. 하늘벽壁은 하늘문門이 되었습니다. 얼마전 써놨던 ‘이 기쁨에 산다’라는 자작시가 생각납니다.


-하늘/참 넓고 깊다

 하늘벽壁이 아닌/하늘문門이다

 임의 얼굴이다/임의 마음이다

 임 그리울 때/임 보고플 때

 바라보는 하늘/이 기쁨에 산다-


여기 요셉수도원에 30년째 정주하면서 가장 많이 바라보는 불암산 배경의 푸른 하늘입니다. 놀라운 신비가 주님의 부르심인 성소의 신비입니다. 성소의 신비는 사랑의 신비, 구원의 신비로 직결됩니다. 주님과 사랑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주님을 더욱 잘 알게 됨과 동시에 참나를 깊이 알아가게 됩니다. 저절로 자존감도 높아지고 정체성도 또렷해지며 자유로워집니다. 주님께서 나를 사랑하신 것처럼 이웃도 사랑하게 됩니다. 


주님과의 사랑은 이웃 형제사랑을 통해 환히 드러납니다. 주님 사랑과 함께 가는 이웃 형제 사랑입니다. 요한 사도를 통한 오늘 '요한 1서' 주님의 말씀이 구구절절 공감이 갑니다.


“우리는 형제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우리가 이미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갔다는 것을 압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죽음 안에 그대로 머물러 있습니다.---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당신 목숨을 내놓으신 그 사실로 우리는 사랑을 알게 되었습니다.---자녀 여러분, 말과 혀로 사랑하지 말고 행동으로 진리 안에서 사랑합시다. 이로써 우리가 진리에 속해 있음을 알게 되고, 또 그분 앞에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습니다.”


참으로 금과옥조의 말씀입니다. 사랑의 진리, 진리의 사랑입니다. 이런 형제사랑을 통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사랑의 주님을 만나고 주님과 사랑의 관계도 날로 깊어집니다. 이렇게 사랑에 항구할 때 마음이 우리를 단죄하지 않아 하느님 앞에서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성체성사의 신비는 바로 사랑의 신비입니다. 주님을 만남과 동시에 참 나를 만나고 이웃 형제를 만나는 참 은혜로운 시간입니다. 미사에 참석한 모든 이가 가난한 빈 손, 겸손한 마음으로 사랑의 성체를 받아 모실 때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장면도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당신과 일치의 친교를 깊게 하시며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주십니다.


“온 세상아, 주님께 환성 올려라. 기뻐하며 주님을 섬겨라. 환호하며 그분 앞에 나아가라. 주님은 참으로 좋으시고, 그분 자애는 영원하시며, 그분 진실은 대대에 이르신다.”(시편100장 참조).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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