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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5.12.부활 제5주간 금요일                                                          사도15,22-31 요한15,12-17

 

 

“서로 사랑하여라”

-주님과 우정(友情)의 여정-

 

 

“내 영혼아 잠 깨어라,

 거문고야 기이타야 잠을 깨어라

 새벽을 흔들어서 나는 깨우리라.”(시편57,9)

 

화답송 시편이 좋습니다. 꼭 새벽을 흔들어 깨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기분입니다.

 

“나

‘소’씨라면

이름은  

무조건 ‘소나무’로 하겠다”

 

소나무 사랑을 고백한 짧은 시입니다. 예전 언제나 거기 그 자리의 아름드리 소나무를 껴안아보며 쓴 짧은 자작시 입니다. 한곳에 오래 정주하다 보면 정주의 산과 나무들에 대한 애정도 날로 깊어집니다. 그래서 제가 써온 시들을 보면 산과 나무가 소재인 경우가 참 많습니다.

 

요즘 5월 신록의 나무들이 장관입니다. 특히 날마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들 즐비한 수도원길 하늘길, 새벽길을 걸을 때면 나무들의 사열을 받는 듯 가슴을 활짝 펴고 하늘을 우러러 별들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똑바로 걷곤 합니다. 저절로 느껴지는 충만한 기쁨, 충만한 행복입니다. 2009년 심었던 애목들이 2023년 14년만에 이처럼 울창한 숲을 이룬 나무들이 되었습니다.

 

오랜시간이 흐른후 나무들은 모르지만 사람들은 나무의 성장을 알 듯, 우리의 내적 성장도 나무처럼 우리는 몰라도 하느님은 아실 거란 생각이듭니다. 얼마전 원장 강론중 아기가 얼마나 주변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모르듯, 사람도 얼마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모를거란 언급도 생각납니다.

 

사랑의 성장이요 성숙입니다. 육신은 날로 노쇠해가도 사랑은 날로 성장, 성숙해갔으면 좋겠습니다. 내적성장과 성숙을 상징하는 사랑의 성장과 성숙입니다. 우리 베네딕도회는 섬김의 학교로 정의하지만, 같은 규칙서를 사용하는 형제회인 시토회는 사랑의 학교로 수도공동체를 정의하기도 합니다. 누구나 공감하는 사랑의 학교, 인생에 대한 정의입니다. 졸업이 없는 평생학인이요, 아무리 공부해도 하느님 사랑에 비하면 사랑에는 언제나 영원한 초보자임을 깨닫습니다.

 

“추기경님은 고등학생 같습니다.”

 

예전 살아계실 때 도봉산을 산행하던 김수환 추기경이 도선사에 잠시 들렸을 때 장난기 가득한 젊은 스님이 던진말에 추기경님의 유머가 빛을 발하는 순간입니다.

 

“나 재수생입니다.”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다는 일화가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사랑의 학교를 졸업 못하고 여전히 재수생으로 머문다는 뜻이겠습니다. 아마 평생 사랑의 학교를 졸업 못하고 재수생으로 머물다 세상을 떠나는 이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사랑은 아무나 하나?”

 

만고불변의 진리입니다. 사랑도 보고 배워야 합니다. 사랑도 선택이요 배움이요 훈련이요 습관입니다. 평생 배우고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는 사랑입니다. 나이만 먹었지 사랑에 무지한 이들이, 여전히 사랑에 참으로 미숙한 철부지 어른들이 많습니다. 사랑의 학교, 사랑의 여정입니다. 과연 성장하는 나무처럼 날로 성장하는 사랑의 여정인지 묻습니다. 엊그제부터 오늘까지 3일간 요한복음의 주제는 사랑입니다. 오늘 복음 말씀도 금과옥조의 가르침입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어제는 ‘내 사랑 안에 머물러라’고 명하신 주님은 오늘은 ‘서로 사랑하라’고 명하십니다. 어떻게? ‘주님인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분명히 드러나는 사랑의 롤모델인 예수님입니다. 바로 예수님의 아가페 사랑을 배워 그렇게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순수한 사랑, 집착없는 사랑, 생명을 주는 사랑, 자유롭게 하는 사랑, 초연한 사랑, 목숨을 내놓는 사랑입니다. 산을 순식간에 불살라 버리는 ‘산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생명과 빛’의 ‘봄볕’같은 무사無私한 부드럽고 따뜻한 아가페 사랑입니다. 요즘 제 집무실옆 짧은 길, 꽃길이지만 순간 꽃들을 보며 아카시아꽃 그윽한 꽃향기를 숨쉬며 꽃길을 걸을 때는 주님의 사랑을 만끽하는 파스카의 꽃이된 듯 충만한 행복을 느낍니다. 계속되는 복음 말씀의 진리가 참 좋습니다.

 

“친구들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나는 너희를 더 이상 종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종은 주인이 하는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나는 너희를 친구라고 불렀다.”

 

아, 우리에게 주어진 최고의 영예로운 칭호가 주님의 친구입니다. 목숨을 내놓는 사랑이 감동입니다. 주님의 친구답게 주님 사랑에 목숨을 건 수도자들입니다. 저 역시 주님의 절친(切親)답게 날마다 한밤중 일어나 주님 사랑에 목숨을 걸고 강론을 씁니다. 하루하루 주님 사랑에 목숨을 걸고 절실하고 절박하게 주님과 우정의 여정을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입니다. 

 

소수의 엘리트에 속한 것이 아니라 세례 받아 하느님의 자녀가 된 누구에게나 주어진 영예로운 칭호, 주님의 친구입니다. 과연 여러분은 종이 아니라 주님의 친구답게 품위있게 사랑하며 살아갑니까? 날로 성장 성숙하는 주님과 우정의 여정입니까? 주님의 친구답게 살아간다면 결코 함부로 되는대로 생각없이 막 살 수는 없습니다. 

 

주님의 친구답게, 참 맑고 향기로운 사랑에 사람입니다. 사랑할 때 사람이니 우리말의 묘미가 기막힙니다. 이렇게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과 함께 가는 형제 도반들과의 우정입니다. 참으로 주님과 우정의 여정과 더불어 함께가는 형제자매들과의 깨끗한 사랑의 우정입니다. 

 

이의 빛나는 모범이 사도행전의 바오로와 바르나바입니다. 예루살렘 사도회의 원로 사도들이 인정한 두 제자의 사랑입니다. 유다와 실라스를 이들과 동행시키며 안티오키아 교회에 전한 서간문 일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을 뽑아 우리가 사랑하는 바르나바와 바오로와 함께 여러분에게 보내기로 뜻을 모아 결정하였습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 이보다 행복한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주님의 절친인 제자들입니다. 제가 볼 때, 바르나바와 바오로뿐 아니라 예루살렘 사도회의의 베드로, 야고보를 위시한 모든 사도들과 원로들 역시 주 예수님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입니다. 

 

순교의 피는 교회의 씨앗입니다. 주님 사랑에 목숨을 내놓았던 무수한 주님의 절친들인 순교자들 덕분에 이렇듯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2000년 유구한 살아 있는 전통을 살아가는 가톨릭교회입니다. 마지막 복음 말씀도 결정적이요 은혜롭습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게 하려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우리 하나하나 주님께서 친구로 뽑았으니 풍성한 사랑의 열매로 친구답게 살아야 함을 깨닫습니다. 주님의 절친들이 되어 주님을 날로 닮아감으로 주님의 뜻에 정통하기에 이들이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그대로 받아들일 것임은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꽃향기보다 더 깊고 그윽한 향기가 열매 향기입니다.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익어가는 사랑의 열매 향기는 얼마나 마음을 설레게 하는지요! 저는 날마다 주님 뵈올 기쁨에 한밤중 설레는 마음으로 일어납니다. 설렘하니 생각나는 기사가 있어 그대로 인용합니다. 참 곱고도 아름다운 ‘설렘’이란 순수한 우리말입니다. 25년 이상 한국적 성화를 그려온 심순화 가타리나 화백의 아름다운 고백입니다(가톨릭신문 2023.5.7.11면).

 

“제 작품활동의 원동력은 설렘입니다. 하느님과 성모님을 만나는 설렘입니다. 저는 이 설렘 때문에라도 아마 죽을 때까지 붓을 놓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여 첫사랑의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의 모든 수행에 임한다면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삶이겠습니다. 참으로 ‘설렘의 사람들’인 주님의 절친들인 사도회의 원로들의 결정은 얼마나 멋지고 지혜로운지 사랑은 분별의 잣대임을 입증합니다. 

 

“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 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곧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피와 목 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불륜을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것을 삼가면 올바로 사는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품위있는 편지의 전범을 보여줍니다. 안티오키아 교회 공동체는 편지를 읽고 그 격려 말씀에 기뻐하였다 합니다. 참으로 주님과 우정의 여정에 충실할수록 날로 깊어지는 우정의 사랑에, 형제들 서로간의 사랑의 우정도 깊어져 기쁨의 향기 가득한 삶이 될 것입니다. 바로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하늘 닿도록 당신 사랑 크옵시기에,

 구름에 까지 당신 진리 미치시기에,

 

 높직이 하늘 위에 주여 나타나소서,

 온땅에 빛나소서 당신의 영광”(시편27,11-12).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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