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9.15.수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히브5,7-9 요한19,25-27

 

 

 

부단한 자기비움, 자기초월의 삶

-축제인생을 삽시다-

 

 

 

 

“비통의 어머니시여, 기뻐하소서.

당신은 큰 고통을 겪으신후 천상영광으로 구원되시고

온누리의 여왕으로서 당신 아드님 곁에 좌정하셨나이다.”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아침성무일도 즈카르야의 노래 후렴이 은혜롭습니다. 죽음이 아닌 부활이 최종의 답이듯, 고통이 아닌 기쁨이 최종의 답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믿는 우리들의 기쁨은 고통이 없는 값싼 기쁨이 아니라 고통중에도 샘솟는, 피어나는 참된 기쁨, 바로 파스카의 기쁨입니다.

 

어제 예수님의 십자가 현양 축일에 이어 오늘 9월15일은 9월 순교자 성월 한가운데에 상징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성모님의 고통을 묵상하고 기억하는 신심은 아주 오래전부터 널리 퍼져 있었으며, 1688년 인노첸시오 11세 교황이 기념일로 정하였고, 1721년 교황 베네딕도 13세에 의해 보편교회 전례에 들어왔으며, 1908년 비오 10세 교황은 이 기념일을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날인 오늘 9월15일로 옮겨 예수님의 고통과 연계하여 기억하게 했습니다. 

 

역시 유서 깊은 성모 통고 신심임을 깨닫습니다. 성모 마리아가 생애 동안 겪었던 일곱 가지 큰 고통을 일컫는 성모 칠고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1.시메온이 아기 예수님을 보면서 훗날 마리아가 예리한 칼에 찔리듯 마음이 아플 것이라고 예언한 일, 2.헤로데의 눈을 피해 온갖 고생을 하며 이집트로 피난 간 일, 3.파스카 축제를 지내러 예루살렘에 갔다가 소년 예수님을 잃어버린 일, 4.십자가 지고 가는 예수님을 만난 고통, 5.예수님이 십자가상에서 숨을 거둔 것을 본 고통, 6.예수님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린 고통, 7.아들 예수님을 무덤에 묻은 고통 등 일곱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기록되지 않은 고통도 무궁할 것입니다. 화답송 후에 자유로이 할 수 있는 성모통고 부속가를 보십시오. 무려 20절까지 구구절절 고통과 슬픔 가득한 내용들입니다. 비단 성모님뿐 아니라 우리 옛 어머니들은 물론 오늘도 고통중인 어머니들은 얼마나 많은지요! 교회의 어머님, 성모 마리아가 계시다는 사실이 천군만마의 힘이 될 것입니다. 시편90장 10절 고통의 삶을 요약한듯한 성구도 생각납니다.

 

“인생은 기껏해야 칠십년, 근력이 좋아서야 팔십년,

그나마 거의가 고생과 슬픔이오니 덧없이 지나가고,

우리는 나는 듯 가버리나이다.”

 

요즘 세상이나 신문지면이나 인터넷을 봐도 전쟁과 고통의 바다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명과 희망, 기쁨과 평화보다는 온통 어둠과 갈등과 분열, 쟁투爭鬪의 불화한 현실은 그대로 인생고해라 할만 합니다. 때로는 미쳐 돌아가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불가에서는 인생고해라 하여 여덟가지 고통을, 소위 인생팔고를 말합니다. 1.태어남의 고통인 생고生苦, 2.늙어감의 고통인 노고老苦, 3.몸아픔의 고통인 병고兵苦, 4.죽어감의 고통인 사고死苦, 5.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것들과 헤어지는 애별리고愛別離苦, 6.미워하는 사람, 싫어하는 것들과 만나는 원증회고怨憎會苦, 7.구하고자 하나 적게 얻거나 전혀 얻지 못하는 구불득고求不得苦의 고통, 8.온갖 욕망이 불타오르는 오음성고五陰盛苦, 말그대로 인생고해입니다.

 

그리하여 고집멸도苦集滅道 사성제四聖諦의 진리를 말합니다. 즉 모든 고통은 집착에서 오는 것이니 집착을 멸하는 도의 경지에 이르도록 해야 구원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나 불교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일상에서 충분히 겪는 인생고해의 현실입니다.

 

몇 년전 선물받은 활짝 웃는 예수님 초상화를 잠시 집무실에 놨다가 곧 치운일이 생각납니다. 아무래도 정서상 예수님께 어울리지 않는다 생각된 까닭입니다. 고통과 슬픔에 찌든 예수님의 모습은 절대 아니었겠지만 그렇다 하여 늘 활짝 웃는 얼굴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복음서 어디를 봐도 예수님께서 우셨다는 말은 있어도 웃었다는 말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믿고 따르는 예수님은 죽으시고 부활하신 파스카의 예수님이십니다. 미리 전제하는 바 우리의 궁극의 답은 고통이 아닌 고통중에도 파스카의 기쁨입니다. 인생고해가 아닌 축제인생을 살아야 함이 답입니다. 우선 그에 앞서 고통의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는 것입니다. 수난과 죽음없이는 부활의 영광과 기쁨도 없기 때문입니다.

 

오늘 요한복음과 제1독서 히브리서는 아주 짧지만 고통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참 깊은 내용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선 성모님과 여인들, 그리고 사도 요한, 흡사 이등변 삼각형 같은 모습의 장면입니다. 십자가의 예수님 곁에 있는 분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입니다. 누구보다 큰 고통을 겪으셨을 성모님은 예수님처럼 완전히 자기비움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사도요한은 우리 믿는 이들 모두를 상징합니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바로 우리 모두가 성모 마리아의 아들, 딸이라는 말씀입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이제 성모 마리아는 우리 믿는 이들 모두의 어머니가 되었다는 말씀입니다.

 

오늘 제1독서 히브리서의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우리 이상으로 큰 고통을 겪으셨지만 예수님의 처신은 우리에게는 큰 가르침이자 깨우침이 됩니다. 히브리서 말씀대로 예수님께서는 아드님이셨지만 고난을 겪으심으로써 순종을 배우셨습니다. 그리고 완전하게 되신 뒤에는 당신께 순종하는 모든 이에게 영원한 구원이 되셨습니다.

 

바로 이것이 인생고해에 대한 답이자 축제인생을 살 수 있는 비결입니다. 일상의 모든 고통을 순종과 겸손을 배우는 계기로 삼는 것입니다. 이래야 쌓이는 스트레스로 병이 생기지 않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여 불통으로 생기는 병들이기에 이렇게 순종과 겸손의 소통으로 비워내면 분명코 쾌유의 은총이 뒤따를 것입니다. 

 

바로 끊임없는 케노시스! 자기비움을 통한 자기초월로 파스카의 예수님을, 역시 자기비움의 성모님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 자기비움에서 샘솟는 맑은 기쁨, 맑은 행복입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자기비움의 파스카의 기쁨과 평화를, 행복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우울과 심각함은 결코 영성의 표지가 아니며 하느님께 대한 모독입니다. 파스카의 예수님을 따라 살았던 모든 성인들이 평생 휴식없이 늘 고통중에 살았지만 부단한 자기비움, 자기초월로 주님을 닮았기에 기쁨과 유머, 희망과 평화중에 너그럽고 자비롭게 살 수 있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보십시오. 초인적 업무 수행중에도 늘 미소 띈 얼굴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부단한 자기비움의 파스카 영성으로 당신을 닮아 참 기쁨과 평화의 삶을 살게 하십니다. 파스카 영성의 대가, 기쁨의 사도 바오로의 말씀으로 강론을 마칩니다.

 

“항상 기뻐하십시오. 늘 기도하십시오. 어떤 처지에서든지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을 통해서 여러분에게 보여주신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6-18). 아멘.

 

 

 

 

 

 

 

 

 

 

 

  • ?
    고안젤로 2021.09.15 08:14
    "사랑하는 주님, 오늘 고통의 성모마리아 기념일을 맞이하여 성모님의 칠고를 생각하며
    지금 저희 삶 속에서 순종과
    겸손을 배움을 준비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74 공동체의 일치 -작아지기 경쟁의 공동체-2017.10.2. 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17.10.02 119
2973 슬기로운 삶-2016.11.2. 위령의 날 (All souls) 프란치스코 2016.11.02 119
2972 부활의 증인들, 믿음의 용사들-2017.4.22. 부활 팔일 축제 내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7.04.22 119
2971 무지의 병 -성령의 치유-2017.5.24. 부활 제6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7.05.24 119
2970 파스카의 참 행복한 삶 -사랑의 비움과 나눔-2017.8.10. 목요일 성 라우렌시오 부제 순교자(+258) 축일 2 프란치스코 2017.08.10 119
2969 아름다운 시詩같은 삶 -신망애信望愛의 삶-2017.9.6. 연중 제22주간 수요일 2 프란치스코 2017.09.06 119
2968 귀가歸家 준비 -“환영합니다”, “하루하루 삽시다”-2017.10.25.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7.10.25 119
2967 성전 정화 -성체성사의 은혜-2017.11.9. 목요일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 축일 프란치스코 2017.11.09 119
2966 항구한 기다림의 인내가 답이다 -인내와 희망-2018.7.13.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8.07.13 119
2965 주님의 전사戰士 -삶은 전쟁이다-2018.8.4. 토요일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사제(1786-1859)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8.04 119
2964 참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까? -찬미, 기억, 순종, 추종-2018.8.26. 연중 제21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8.26 119
2963 개안開眼의 여정 -날로 자유롭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2018.11.19. 연중 제33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1.19 119
2962 분별의 잣대는 사랑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2019.1.21.월요일 성녀 아녜스 동정 순교자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9.01.21 119
2961 사람을 깨끗하고 거룩하게 히는 것 -사랑의 찬미와 감사의 기도와 삶-2019.2.13.연중 제5주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19.02.13 119
2960 그리스도를 증언하는 증인證人의 삶 -성령聖靈과 환대歡待-2020.5.18.부활 제6주간 월요일 ​​​​ 프란치스코 2020.05.18 119
2959 온전한, 완전한, 원숙한 삶 -사랑밖엔 길이 없다-2020.6.16.연중 제11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6.16 119
2958 멋지고, 맛있고, 아름다운 삶 -말씀 예찬-2020.9.22.연중 제2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2 119
2957 하느님의 종 -믿음의 대가;예수님과 욥-2020.9.28.연중 제26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8 119
2956 지혜로운 삶 -찬양, 종말, 이웃-2020.10.1.목요일 한가위 1 프란치스코 2020.10.01 119
2955 주님 복음의 일꾼이자 전사로 파견된 우리들 -하느님 나라의 평화와 치유-2021.1.26.화요일 성 티모테오와 성 티토 주교 기념일 2티모1,1-8 루카10,1-9 1 프란치스코 2021.01.26 119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71 Next
/ 171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