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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4.13.성주간 수요일                                                                       이사50,4-9ㄴ 마태26,14-25

 

 

삶의 중심

-영원한 도반, 주님과의 관계-

 

 

봄꽃위에 살폿이 봄비가 내립니다.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를 맞으며 봄꿈을 꾸며 새벽 봄길을 걷습니다. 더불어 생각나는 수차례 인용했던 ‘봄비’라는 자작 애송시입니다.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봄비!

하늘 은총

하늘 위로

 

내 딸아이 하나 있다면

이름은

무조건

‘봄비’로 하겠다”-2005.4

 

 

이런 봄비를 내려 주시는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평생 도반으로 삼아 우정 관계를 깊이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와 회개와 더불어 하느님 공부입니다.

 

내 평생 삶의 우선 순위는 매일 강론입니다. 내 삶의 마지막 보루요 하루하루 삶의 의미입니다.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날이 되지 않도록 날마다 새하늘, 새땅의 하루를 살기위한 노력입니다. 내적으로 무너지지 않고 늘 새로운 시작의 하루를 뜻하는 강론입니다. 

 

강론중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강론 제목입니다. 쓰다 보면 반복되는 제목도 많지만 개의치 않습니다. 몸에 눈처럼 강론이란 몸에 눈같은 제목이요, 강론 속을 드려다 보는 “창문(窓門)”과 같은 제목입니다. 요즘 삼일째 복음에 등장하는 배신자 유다요, 오늘 복음은 유다의 배신이 노골적으로 시작됩니다. 여기 유다의 삶에서 착안한 강론 제목이 “삶의 중심-영원한 도반, 주님과의 관계”입니다.

 

유다는 제자공동체의 돈과 직결된 살림꾼으로 수도공동체로 말하면 당가(재무)와 같습니다. 참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소임으로 믿음 좋고 유능하며 신뢰를 받는 정직한 사람이 당가(재무)를 맡습니다. 참으로 내적으로 메말라지기 쉬운 소임이라 누구보다도 기도도 많이 해야 되고 하느님과 공동체를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리 수도공동체에서 33년 당가(재무)를 맡고 있는 안마르코 수사가 전형적인 재무의 모범입니다. 참으로 당가 소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면 그 삶의 진정성은 저절로 검증된 것입니다. 베네딕도 규칙, “제31장 수도원의 당가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항목을 보면 당가의 자질과 위상은 공동체의 지도자 아빠스의 역할에 필적합니다. 몇절을 그대로 인용합니다. 

 

“수도원의 당가로 선정될 사람은 공동체에서 지혜롭고, 성품이 완숙하고, 절제있고, 많이 먹지 않고, 자만하지 않고, 부산떨지 않으며, 욕을 하지 않고, 느리지 않으며, 낭비벽이 없고, 오히려 하느님을 두려워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는 전체 공동체를 아버지처럼 해야 한다.

 

형제들을 슬프게 하지 말 것이다. 만일 어떤 형제가 무엇을 부당하게 청하더라도, 무시함으로써 그를 슬프게 하지 말고, 부당하게 청하는 사람에게 겸손되이 이치에 맞게 거절할 것이다.

 

사도의 말씀을 항상 기억하여 자기 영혼을 보살필 것이다. 온갖 염려를 다하여 병자들과 어린이들과 손님들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 줄 것이니, 이 모든 일에 대하여 심판의 날에 헴바치게 되리라는 것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어지는 전 장도 구구절절 감동입니다. 1500년전 이런 규칙이 나왔다는 자체가 불가사의의 신비입니다. 베네딕도 성인의 깊은 사랑과 지혜를, 영성을 배울 수 있는 장입니다. 이런면에서 유다는 이런 당가직에 많이 못 미쳤던 듯합니다. 마침내 결정적 유혹에 빠져 잠시 탐욕의 무지에 눈이 멀어 예수님을 팔아 넘깁니다.

 

‘“내가 그분을 여러분에게 넘겨주면 나에게 무엇을 주실 작정입니까?” 하고 물었다. 그들은 은돈 서른 닢을 내주었다. 그때부터 유다는 예수님을 넘길 적당한 기회를 노렸다.’(마태26,15-16)

 

유다의 소행을 알아챈 주님의 말씀이 충격적입니다. 예수님은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갈 것이지만 유다 역시 결코 책임을 면할 수 없음을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은 자기에 관하여 성경에 기록된 대로 떠나간다. 그러나 불행하여라, 사람의 아들을 팔아넘기는 그 사람!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

 

얼마나 유다가 딱했으면 이런 불행선언일까요! 유다야 말로 우리의 반면교사가 됩니다. 유다의 불행에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요? 삶의 중심,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이신 예수님과의 우정 관계가 대단히 빈약했다는 것입니다. 스승을 보고 배우는 것이 제자입니다. 예수님께 보고 배우는 것에 정말 소홀했던 유다같습니다. 

 

바로 오늘 제1독서 이사야서의 ‘주님의 종의 셋째 노래’에 나오는 주인공은 그대로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자 도반이시며 주님이신 예수님을 지칭합니다. 초대교회 신자들을 그렇게 읽었습니다.

 

“주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제자의 혀를 주시어, 지친 이를 말로 격려할 줄 알게 하신다. 그분께서는 아침마다 일깨워 주신다. 내 귀를 일깨워 주시어, 내가 제자들처럼 듣게 하신다.---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주시니, 나는 수치를 당하지 않는다.---나를 의롭다 하시는 분께서 가까이 계시는데, 누가 나에게 대적하려는가? 보라, 주 하느님께서 나를 도와 주시는데, 나를 단죄하는 자 누구인가?”

 

바로 이런 '주님의 종' 예수님의 하느님과의 관계를 보고 배워야 했을 유다입니다. 무엇보다 유다는 영원한 도반이자 주님을 모범으로 삼아 사랑과 신뢰의 우정 관계를 날로 깊이했어야 했습니다. 주님의 종처럼 하느님께 간절히 항구히 기도하며 늘 하느님과 깊은 사랑과 신뢰중에 살아야 했습니다. 

 

바로 이것이 유다의 결정적 실패인생의 원인이었습니다. 공동체 형제들 누구보다도 당가인 유다는 더 많이 기도하고 주님을 사랑하며 주님과의 우정을 날로 깊이해야 했습니다. 바로 삶의 중심인 우리의 평생 도반이자 주님과의 우정을 깊이하는 데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보다 큰 도움이 되는 수행은 없을 것입니다.

 

2년전 6월달 예수성심성월 주님과의 깊은 우정을 소망하며 신록 짙었던 수도원 하늘길 가로수곁에서 써놨던 “당신 곁에 서면” 이란 시로 강론을 끝맺습니다. 늘 푸른 가로수는 영원한 도반인 주님을 상징합니다. 

 

“당신곁에 서면

하늘 높은 줄 알겠다

하늘 향내가 난다

하늘 향해 우뚝선 아름드리 침묵의 나무가 된다

늘 설렌다

늘 새로워진다

늘 푸르른 정신이 된다

누군가의 그늘이 되고 싶어진다

혼자가 아닌 둘이 된다

늘 푸른 가로수같은 당신 곁에 서면!

어제도 오늘도 날마다 당신과 함께 걷는 하늘길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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