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22.목요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                                                   1베드5,1-4 마태16,13-19

 

 

참 목자 영성

-“자비와 지혜, 온유와 겸손, 사랑과 섬김”-

 

 

"주님, 의인에게는 빛이 솟아 오르고,

 마음 바른 이에게는 기쁨이 샘솟나이다."(시편97,11)

 

지난 밤 초춘(初春)에 내린 흰눈이 온누리를 덮었습니다. 나무마다 설화(雪花)의 눈꽃들 만발한 초봄입니다. 은총의 사순시기,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을 맞이하여, 우리 가톨릭교회 신자 모두가 회개하는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 없는 순결한 영혼, 순결한 마음, 순결한 사랑으로 살라고 하느님께서 특별히 내려 주신 은총의 선물입니다.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시편23,1)

 

오늘 시편 화답송 후렴은 다음 오늘 감사송(하느님 백성의 목자인 사도)과도 잘 어울립니다. 영원한 목자이신 하느님 아버지를 닮은 사도들이요 오늘날의 주교들, 사제들이어야 함을 깨닫습니다. 우선적인 직무가 섬김의 목자직이라는 것입니다.

 

“영원한 목자이신 아버지께서는 양 떼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끊임없이 보호하며 지켜 주시려고, 복된 사도들을 목자로 세우시어, 성자를 대리하여 양 떼를 다스리게 하셨나이다.”

 

오늘은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 예수님께서 베드로를 제자들 가운데 으뜸으로 세우시고 교회를 이끄는 특별한 권위와 권한을 주신 것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본기도가 이를 분명히 합니다.

 

“전능하신 하느님, 베드로 사도의 신앙 고백을 반석으로 삼아 교회를 세우셨으니, 어지러운 이 세상에서 교회가 흔들리지 않게 하소서.”

 

베드로 반석 위에 세워졌기에 흔들리지 않는 교회요 우리 믿는 이들의 삶입니다. 오늘 축일의 유래를 간략히 살펴 봅니다. 로마시대에는 죽은 이의 기일에 무덤에 모여 추도하는 관습이 있었고, 2월22일 오늘은 가족들이 모여 음식을 나누며 죽은 이를 추모하는 가족 행사를 거행했습니다. 가톨릭 교회는 이 관습을 받아들여 4세기부터 베드로 사도 무덤을 참배하고 추모했으며 바로 오늘 축일은 여기서 유래합니다.

 

이어 바오로 4세(재위1555-1559) 교황이 6-7세기때 갈리아 지방에서 유래된 1월18일을 로마전례력에 수용해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로 정했으며, 1960년 성 요한 23세(재위1958-1963) 교황이 이 사도좌 축일을 2월22일에 지내도록 했습니다.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의 근거가 되는 교부들의 어록도 참 풍부합니다.

 

1.“그리스도의 교회는 베드로의 굳건한 반석 위에 세워져 있습니다.”(성 대 레오 교황)

2.“베드로는 반석을 뜻하는 말인데, 반석은 교회입니다. 그러므로 베드로라는 이름 안에 교회가 나타나 있는 것입니다.”(성 아우구스티누스)

3.“이 바위는 베드로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온 인류를 위해 주어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고백을 바위라고 표현하신뒤, 그 반석 위에 당신의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습니다.”(몹수에스티아의 테오도루스)

4.“참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반석 위에 집을 세웁니다. 이것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교회를 세우시는 방식입니다. 곧 반석 위에 세우시어 굳건함과 힘을 지니게 하십니다.”(오리게네스)

5.“사도들은 유일한 초석 예수님 안에 있는 초석들입니다. 설사 사도들이 없다해도 예수님만은 마땅히 초석으로 불리시지만, 사도들은 그리스도 없이는 결코 교회의 초석들이라고 불릴 수 없습니다.”(프리마시우스)

6.“‘교회가 베드로 위에 세워졌다(마태16,18)’고 말하지만, 모든 사도 위에 세워졌음을 알려주는 말씀도 있습니다(마태18,18). 그들 모두가 하늘 나라의 열쇠를 받았으며 교회의 힘도 그들 모두에게서 나옵니다. 그러나 열둘 가운데 하나가 선택된 것은 분열이 일어나지 않도록 머리가 지명된 것입니다.”( 성 예로니모).

 

이 모든 교부들의 말씀은 오늘 복음에 근거합니다. 그러니 신앙의 모범인 베드로를 본받아 예수님과 우정의 관계를 날로 돈독히 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사랑할 때 압니다. 사랑과 앎은 함께 갑니다. 

 

“스승님은 살아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 그리스도이십니다.”

 

누구보다 예수님을 사랑했기에 예수님의 정체를 정확히 고백함으로 주님의 극찬과 더불어 전권을 위임 받을 정도로 축복을 받습니다. 예수님이 얼마나 베드로를 신뢰했는지 깨닫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오늘 복음에 이어지는 말씀을 보면 반석이라 극찬을 받던 베드로가 순식간 사탄의 걸림돌이 되어버립니다. 세 번 주님을 부인했던 베드로에게 세 번 사랑의 확인을 받아낸 일화(요한21,15-19)를 기억하실 것입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예, 사랑합니다!”

“내 양들을 돌보아라.”

 

요지로 주님과 베드로 사이에 세 번 오고 간 문답입니다. 베드로가 이 체험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지요! 베드로가 순교에 이르기까지 항구할 수 있었던 믿음도 이런 사랑 고백 체험의 은혜일 것입니다. 새삼 이런저런 시행 착오를 겪으며 깊어지는 믿음의 여정이요 깊어지는 주님과 우정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이런 베드로의 면모는 믿음 약한 우리들에게는 얼마나 위로와 힘이 되는지요! 

 

바로 오늘 제1독서 주님의 사도이자 목자인 베드로의 고백에는 참목자 예수님을 닮은 목자의 사랑이 녹아있음을 봅니다. 교회지도자들은 물론 믿는 모든 이들에게 큰 가르침과 깨우침을 주는 금과옥조의 말씀입니다. 

 

“여러분 가운데에 있는 하느님의 양 떼를 잘 치십시오. 그들을 돌보되, 억지로 하지 말고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자진해서 하십시오. 부정한 이익을 탐내서 하지 말고 열성으로 하십시오. 여러분에게 맡겨진 이들을 위에서 지배하려 하지 말고, 양 떼의 모범이 되십시오. 그러면 으뜸 목자께서 나타나실 때, 여러분은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을 받을 것입니다.”

 

목자뿐 아니라 양떼 신자들이 으뜸 목자 예수님께 보고 배워야 할 영성이요 삶의 자세입니다. 참으로 자비와 지혜, 온유와 겸손, 사랑과 섬김의 자세가 하나로 녹아 있는 참 목자 예수님을 닮은 아름답고 거룩한 영성이요 삶의 자세입니다. 오늘의 다산 어록과 논어의 공자 말씀도 주님의 평생 배움의 학인(學人)들인 우리를 격려합니다. 세월과 함께 쌓여 드러나는 ‘공부의 주름’, ‘연륜의 나이테’이길 소망합니다.

 

“공부란 세월과 함께 쌓이는 주름과 같으니, 배웠다면 몸에 새겨 일상에 드러내야 한다.”(다산)

“시 삼백편을 외워도, 사방이 사신으로 나가서 일을 잘 해내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배웠다고 하더라도 무슨 소용이 있는가?”(공자)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이런 참목자 예수님을 닮아 주님과 사도들과 함께 교회의 반석이 되게 합니다. 또 하나의 베드로 반석인 우리를 향한 주님의 황송스럽고 영광스런 말씀입니다.

 

“너는 베드로이다.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저승의 세력도 교회를 이기지 못하리라.”(마태16,18).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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