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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29. 연중 제30주일                                                                  탈출22,20-26 1테살1,5ㄴ-10 마태22,34-40



사랑이 답이다

-인생은 ‘사랑의 학교’이다-



얼마전 건강쌀 사랑의 선물에 감격했습니다. 50대 중반 초등학교 6학년 때 제자들 아홉명이 정성을 모아 건강쌀 여러 부대를 추석선물로 보내줬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사랑의 힘으로 사는 우리들입니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 내 당신을 사랑하나이다.”


우리는 방금 간절한 마음으로 화답송을 노래하며 하느님 사랑을 고백했습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사랑은 모두입니다. “늘 깨어 있어라!” 제 집무실에 붙어있는 경구입니다. 깨어있음 역시 사랑입니다. 사랑할 때 깨어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만병통치약이고 사랑 결핍은 만병의 근원입니다. 남편과 사별하기 전 세마디 ‘미안하다, 고맙다, 사랑한다.’세 유언중 마지막 말마디 ‘사랑한다’에 쌓인 모든 앙금이 풀렸다는 자매의 고백도 생각납니다.


“사랑하라, 그리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라(Dilige et fac quod vis)”


아우구스티누스의 ‘페르시아 사람들을 위한 요한 강해’에 나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십시오. 사랑해서 사람의 삶입니다. 사랑-사람-삶 모두 같은 어원입니다. 예언하는 능력이 있고, 모든 신비와 모든 지식을 깨닫고, 산을 옮길 수 있는 큰 믿음이 있다 하여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모든 재산을 나누어 주고 내몸까지 자랑스레 넘겨준다 하여도 사랑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사랑은 모두입니다. 그러나 저절로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도 배워야 합니다. 사랑도 공부해야 합니다. 인생은 사랑의 학교입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하느님 사랑의 선물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모두가 하느님 사랑을 배우는 배움터입니다. 평생 사랑의 배움터인 학교에서 사랑을 배워야 하는 평생학인인 우리들입니다. 


배워도 배워도 끝없는 사랑 공부입니다. 참으로 사랑엔 영원한 초보자임을 인정하는 겸손이 ‘사랑의 학도學徒’에겐 기본적 자세입니다. 사랑만 하기에도 너무 짧은 인생인데 미움, 증오, 다툼, 싸움, 음주, 도박, 불평, 불만, 원망등으로 아까운 시간을 탕진한다면 너무 어리석고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을 원하십니까?

사랑할 때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울 때 행복한 삶입니다. 참으로 사랑할 때 아름답고 행복한 삶입니다. 여러분은 가장 아름다운 계절, 가장 아름다운 날, 가장 아름다운 곳 수도원에, 가장 아름다운 미사전례를 통해 가장 아름다운 분 주님을 만나러 왔습니다. 아름다운 주님을 만날 때 우리 역시 아름다운 사람이 됩니다.


아름답고 행복한 삶은 우리의 궁극 목표입니다. 어떻게 아름다운 살아있는 주님을 만납니까? 사랑할 때 만납니다. 참으로 주님을 사랑할수록 주님을 만나 주님을 닮아감으로 아름답고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사랑하라 주어진 인생입니다. 사랑하라 태어 난 인생입니다. 우리의 진정한 영적성장과 성숙도 결국 사랑의 성장과 성숙으로 귀결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의 모상대로 지음받은 인간입니다. 


인간의 본질은 허무가 아니라 사랑입니다. 평생 하느님을 사랑함으로 하느님을 닮아 참 내가 되어가는 것이 우리의 거룩한 평생과제입니다.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간곡한 권고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 가는 계명이다.”(마태22,37ㄴ-38).


하여 우리 분도회의 영성을 하느님만을 찾는 영성이라 합니다. 하느님의 집에서 하느님의 일을 하며 하느님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우리 수도자들에게 하느님은 우리의 존재이유이자 모두입니다.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이야말로 삶의 목표, 삶의 방향, 삶의 중심, 삶의 의미입니다.


이런 하느님을 잊어 방황과 혼란이요 허무와 우울, 무의미의 삶입니다. 진정 믿는 이들에게 모든 삶이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바치는 찬미와 감사의 미사전례와 시편전례도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요 기도, 노동, 성독, 환대, 겸손, 순종, 섬김, 침묵 등 모든 수행도 하느님 사랑의 표현입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수행입니다. 이런 항구하고 한결같은 사랑의 수행이 있어 마음의 순수와 열정이요, 참으로 자유로운 삶입니다. 무엇보다 하느님의 참 좋은 축복의 선물, 기쁨과 평화를 받습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하느님의 참 좋은 선물이 기쁨과 평화입니다. 


이런 기쁨과 평화를 이웃과 나눌 때 꽃처럼 피어나는 이웃과의 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적 표현이 이웃사랑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구별될 수 있을지언정 분리할 수는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받는 자녀들이기에 하느님을 진정 사랑한다면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는 이웃 형제자매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느님은 살아있는 우리 모두의 한 뿌리이신 아버지이십니다. 참으로 하느님 사랑의 진정성은 이웃 사랑을 통해서 검증됩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두 번째 간곡한 당부말씀입니다.


“둘째는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


사랑은 감상이나 낭만이 아닙니다. 생각이나 말로 사랑하지 말고 진실한 행동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사랑은 추상명사나 관념이 아니라 실천동사입니다. 탈출기의 주님 말씀이 구체적 이웃사랑의 실천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 줍니다.


“너희는 이방인을 억압하거나 학대해서는 안 된다.---너희는 어떤 과부나 고아도 억눌러서는 안 된다.---너희 곁에 사는 가난한 이에게 돈을 꾸어 주었으면, 그에게 채권자처럼 행세해서도 안 되고, 이자를 물려서는 안 된다. 너희가 이웃의 겉옷을 담보로 잡았으면, 해가 지기 전에 돌려 줘야 한다.”


‘---안 된다.’가 연속되는 주님의 단호한 명령입니다. 이런 곤궁한 약자들이 부르짖을 때 하느님은 반드시 들어 주십니다. 바로 요즘 회자되는 갑질이 이에 해당됩니다. 곤궁한 이들을 지칭하는 ‘을’들에 대한 ‘갑’의 무자비하고 몰인정한 횡포가 바로 갑질입니다.


김치kimchi, 비빔밥bibimbab은 외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한국 고유문화입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재벌chaebol, 갑질gapjil, 개저씨gaejeossi 와 같은 단어들이 영국 파이낸션 타임지와 인디언펜던트지와 프랑스 르몽지를 비롯한 세계 유력 신문에 한국문화로 소개되어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 합니다. 서양에서는 재벌과 갑질과 개저씨와 같은 사회현상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에 해외토픽감이 되는 것입니다. 이또한 적폐청산과 더불어 조만간 사라질 과도기적 현상이라 생각하며 자위합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부끄럽기 짝이 없는 천박한 행위가 갑질입니다. 


바로 여기서 간과하기 쉬운 자기 사랑에 대해 간단히 언급합니다. 하느님 사랑-이웃사랑-자기사랑은 하나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자기사랑을 잊을 수 있습니다. 이기적 자기사랑이, 병적인 자기연민의 사랑이 아니라 자기존엄을, 자존감을 지키는 자기사랑입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말씀에서 보다 시피 이웃사랑의 전제가 자기사랑입니다. 자기도 사랑하지 못하는 자가 누구를 사랑합니까? 자기가 자기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인정하고 다독거리지 않으면 누가 해 줍니까? 자기를 무시하여 소홀히 방치하면 이웃도 나에게 그렇게 합니다. 하느님은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십니다. 진정 나를 사랑하고 존중할 때 남도 나에게 그렇게 합니다. 진정 나를 사랑해야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하느님도 사랑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할 때 압니다. 사랑과 앎은 함께 갑니다. 사랑함으로 하느님을 알고 나를 알고 너를 알 때 공동체의 일치이고, 비로소 무지로부터의 해방이요 자유인으로서 참나의 실현입니다. 


하느님 사랑-이웃 사랑-자기 사랑의 삼위일체 사랑을 실현한 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바로 얼마전 돌아가신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 김 아멜리아 수녀님입니다. 신문기사 ‘친형 최종길 교수 의문사 진상 수기 숨겨준 의인’ 제하 내용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수녀님은 1974년 지학순 주교 구속을 비롯해 민청학련 사건, 인혁당 사건 피해자에 대한 옥바라지는 물론, 가족들의 아픔까지 껴안아 주신 민주화운동의 유공자이셨다. 하지만 한번도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신 적도, 조명을 받은 적도 없으셨다.--- 수녀님의 마지막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말기암 진단을 받고도 항암치료는 물론 아무런 생명 연장 노력을 하지 않고 계셨다. 그저 조용히 주님의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다고 하셨다. 맑고 깨끗하게, 아름답고 품위있게, 죽음 앞에 서는 모습에 옷깃을 여미며 경건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제게 죽음을 맞는 자세까지 가르쳐주신 김아멜리아 수녀님, 이제는 주님 곁에서 행복하옵소서.”(한겨레2017.10.27.일 19면).


사랑이 답입니다. 사랑밖엔 길이 없습니다. 사랑은 모두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자신처럼 사랑하고 내 자신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인생 사랑의 학교는 졸업이 없습니다. 죽어야 졸업입니다. 늘 새롭게 노력하는 사랑의 학도로써 삽시다. ‘사랑!’ 바로 이것이 세상에 목숨 받아 태어난 유일한 이유입니다. 마지막 주님의 심판의 잣대도 사랑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사랑 충만한 인생을 살게 하십니다.


“영원한 사랑에 불타는 빛이신 주님, 저희도 당신 사랑으로 불타게 하시어, 모든 것 위에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하여 같은 사랑으로 형제들을 사랑하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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