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1.24.수요일 

성 안드레아 등락 사제(1785-1839)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다니5,1-6.13-14.16-17.23-28 루카21,12-19

 

순교영성과 참된 품위의 삶

-기도, 인내, 지혜, 겸손-

 

어제의 정주영성에 이어 오늘 강론 주제는 ‘순교영성과 참된 품위의 삶’입니다. 우리 베네딕도 수도회의 정주영성과 순교영성은 일맥상통합니다. 성규의 머리말 마지막 구절이 참 장엄합니다. 순교자적 삶은 그대로 평생 주님의 전사와 같은 수행자의 삶임을 깨닫게 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향한 지칠줄 모르는 열정과 순수의 삶을 살게 하는 순교영성입니다.

 

“주의 가르침에서 떠나지 말고, 죽을 때까지 수도원에서 그분의 교훈을 항구히 지킴으로서 그리스도의 수난에 인내로써 한몫 끼어 그분 나라의 동거인이 되도록 하자. 아멘.”

 

사고사, 객사, 병사가 아닌 싸우다 죽는 전사戰死야 주님의 전사戰士인 수도승이라 말한 기억이 새롭습니다. 순교영성의 참된 삶에 줄줄이 따라 오는 기도, 인내, 지혜, 겸손의 덕목입니다. 참으로 2000년 유구한 전통의 자랑스러운 가톨릭 교회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순교영성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우리 안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순교영성의 영적 ‘디엔에이DNA’요, 하느님 중심의 순교적 참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순교자들의 후예인 가톨릭 교회의 수도자들이요 신자들입니다. 우리 한국의 요셉수도원 형제들은 물론 왜관수도원의 형제들이 매일 끝기도후 바치는 ‘신 보니파시오와 김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 38위 시복 시성 기도문’ 일부를 그대로 인용합니다.

 

“인자하신 주님, 북녘 땅에서 굳은 신앙으로 당신 영광을 드러낸 하느님의 종 신상원 보니파시오 김치호 베네딕도와 동료 순교자들에게 시복 시성의 영예를 허락하시어 하느님 나라를 위한 그들의 헌신이 널리 현양되게 하소서.

 

저희도 죽음으로 신앙을 증거한 순교자들을 본받아 고난과 역경을 견디어 냄으로써 그리스도의 파스카 신비를 증거하고 마침내 하늘나라의 영광 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게 하소서.”

 

순교영성의 진수가 고스란히 함축된 주옥같은 기도문입니다. 수도생활 초창기 거의 40여년전 정하권 몬시뇰 신부님의 왜관수도원 연피정 강의때 들은 “수도원에 죽으로 온 수도자들이 살려고 하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한 대목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기념하고 기억하라고만 있는 순교성인들이 아니라 순교적 삶을 살라고 끊임없이 분발 자극하는 우리 가톨릭 교회의 살아 있는 보물들인 순교 성인들입니다.

 

서론이 길어졌습니다. 오늘은 베트남의 성 안드레아 등락 사제를 비롯한 116명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입니다. 참 강인하기가 우리 한반도의 한민족 사람들과 흡사한 베트남 사람들입니다. 중국, 불란서를 물리쳤고, 미국을 패퇴시킨 유일한 나라가 베트남입니다. 중국의 모택동처럼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호지명입니다. 이들 베트남 순교자들의 순교역사殉敎歷史도 우리와 흡사합니다. 아니 우리 이상으로 치열하고 처절했습니다.

 

베트남 교회는 1700년대 중반부터 시작해 1800년대 말까지 무려 150년 동안 53차례의 박해동안 약13만명의 순교자들이 하느님과 복음을 위해 자신들의 소중한 목숨을 바쳤고, 이분들중에서 117분이 1988년 6월19일 교황 성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시성됩니다. 성 안드레아 등락 사제와 36분의 베트남 사제들, 다양한 신분의 59분의 베트남 평신도들, 8분의 스페인과 프랑스 주교들, 그리고 13분의 유럽 출신 사제들입니다. 당시 감동적인 순교일화도 소개합니다.

 

‘1862년1월7일, 당시 베트남 왕의 박해 정책에 따라 붕따우 바리야의 한 감옥에 298명의 신자가 갇힌다. 그리고 “배교를 하면 살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 불을 지르겠다”는 유혹을 받는다. 하지만 298명중 단 한명도 배교하겠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298명은 모두 산화散華했다. 순교자들은 뜨거운 불길속에서도 신음소리, 비명소리 하나 내지 않고 묵주기도를 하며 죽어갔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새삼 순교자들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란 말이, 또 묵주는 천국에 들어가는 패스포드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오늘 말씀의 이해도 확연해 집니다. 주님은 ‘어떤 박해 상황중에도 의연하고 침착하게 증언할 기회를 놓치지 말라’ 하십니다. 또 ‘너희는 명심하여 변론할 말을 미리 준비하지 말것이니, 주님은 어떠한 적대자도 맞서거나 반박할 수 없는 언변과 지혜를 주시겠다’ 합니다. 그리고 결론처럼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너희는 머리카락 하나도 잃지 않을 것이다. 너희는 인내로써 생명을 얻어라.”

 

순교영성의 핵심은 주님을 위해, 복음을 위해 끝까지 버텨내고 견뎌내는 인내의 믿음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이런 ‘사랑의 인내, 희망의 인내, 믿음의 인내, 겸손의 인내’의 영혼은 하느님 안에 있어 그 누구도 다치지 못한다는 주님의 확약 말씀입니다. 정주영성의 핵심 또한 인내의 믿음입니다. 

 

성규 72장 “육체나 품행상의 약점들을 지극한 인내로 참아 견디며”란 대목도 기억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 참된 정주의 수도자들은 ‘인내의 대가’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규 7장 겸손에 대한 35-36절도 인내의 겸손을 강조합니다.

 

“겸손의 넷째 단계는, 순종에 있어 어렵고 비위에 거슬리는 일 또한 당한 모욕까지도 의식적으로 묵묵히 인내로써 받아들이며, 이를 견디어 내면서 싫증을 내거나 물러가지 않는 것이다.”

 

말그대로 주님께서 주시는 순교적 인내요 영웅적 인내의 은총입니다. 이런 살아있는 순교영성의 모범이 제1독서 다니엘서의 주인공 다니엘입니다. 순교영성에 항구할 때 이런 인내와 지혜, 겸손의 덕목임을 깨닫습니다. 정말 정신적, 영적 임금은 바빌론의 벨사차르가 아닌 다니엘임을 깨닫습니다. 

 

왕궁 석고 벽에 글자를 풀이하는 다니엘의 추호의 두려움이 없는, 침착하고 용기있고 지혜로운 겸손한 모습이 참 실감나게 전달됩니다. 말 그대로 유배중 절망상태에 있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희망의 별’같은 다니엘의 위상입니다. 이처럼 순교 성인들 역시, 약함과 한계, 두려움을 지니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무한한 용기와 힘을, 백절불굴의 믿음을, 샘솟는 희망을 선물합니다.

 

“임금님의 선물을 거두시고 임금님의 상도 다른 이에게나 내리십시오. 임금님께서는 하늘의 주님을 거슬러 자신을 들어 높이셨습니다. 그리고 보지도 듣지도 못하며 알지도 못하는 신들을 찬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임금님의 목숨을 손에 잡고 계시며 임금님의 모든 길을 쥐고 계신 하느님을 찬송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손을 보내셔서 저 글자를 쓰게 하신 것입니다.”

 

“므네 므네 트켈 파르신” 말마디중 특히 “트켈”이란 말마디 뜻이 이채롭고 흥미롭습니다. ‘임금님을 저울에 달아 보니 무게가 모자랐다’. 과연 하느님께서 우리를 저울에 달아 볼 때 무게는 모자라지는 않을지 생각하게 합니다. 과연 무게가 뜻하는 바가 무엇인지 깊은 묵상감입니다.

 

바로 이런 다니엘의 인내, 겸손, 침착함, 용기, 지혜는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요! 오늘 화답송 찬양 시편은 바로 다니엘서 3장 불가마 속에서 네 청년이 열렬히 바쳤던 하느님 찬양과 감사의 기도중 일부입니다. 무려 다니엘서 3장24절부터 90절까지 지속되는 하느님 찬양과 찬미, 감사기도입니다. 우리가 매주일과 대축일이나 축일 때 마다 부르는 이스라엘 다니엘과 세 청년의 기도입니다. 

 

참으로 이렇게 우리 수도자들이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바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순교 영성의 배경이자 기반임을 깨닫습니다. 여기서 줄줄이 주어지는 인내, 지혜, 겸손, 용기, 침착함이란 성령의 선물들입니다. 주님은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항구히 ‘순교 영성과 참된 품위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 주십니다.

 

"너희는 죽을 때까지 충실하여라. 내가 생명의 화관을 너에게 주리라."(묵시2,10).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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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21.11.24 09:21
    사랑하는 주님,
    지금 저희 세상속에서 일어나는 많은 번뇌와 고민등의 인내속에서 조상들이 목숨으로써
    지켜온 신앙을 생각하며 슬기롭게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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