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5.15.수요일 성 파코미오 아빠스(290-346/347) 기념일         

사도20,28-38 요한17,11ㄷ-19

 

 

어떻게 살 것인가?

-거룩한 삶, 아름다운 떠남-

 

 

계속되는 파스카 축제시기이자 5월 성모성월이요, 다음 주일은 성령강림대축일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신록이요 신록과 꽃이 잘 어울어진 참 아름답고 신비로운 5월입니다. 5월의 한가운데 날인 오늘 5월15일이 참 각별합니다. 오늘은 세종대왕(1397.5.15.-1450.3.30)의 627째 탄일이자 스승의 날입니다. 민족의 위대한 스승인 세종대왕 탄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입니다. 

 

오늘은 불자들의 대축일인 부처님 오신 날인 석가탄일이고, 위대한 공주수도생활의 원조인 이집트의 성 파코미오 아빠스 기념일입니다. 또 오늘은 우리 요셉 수도원의 최종근 빠코미오 원장수사의 영명축일이기도 합니다. 세종대왕, 부처님, 성 파코미오, 세 분 모두 인류의 위대한 스승이라 할만합니다. 이어 오늘 복음의 예수님과 사도행전 제1독서의 바오로 사도 역시 위대한 인류의 스승입니다. 참 좋으신 하느님은 적절한 시기 위대한 스승들을 선물로 보내주시어 우리의 영원한 길잡이가 되게 해주셨습니다. 마침 스승의 날인 오늘 옛 어른의 말씀도 귀한 가르침이 됩니다.

 

1.“참된 스승은 제자를 통해 다시 배운다. 고전의 가르침을 통해 제자와 스승은 함께 자란다.”<다산>

늘 제자를 통해, 고전을 통해,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을 통해, 겸손히 배우는 자가 참 스승임을 깨닫습니다. 눈만 열리면 온통 삶의 스승들로 가득한 세상입니다. 배움의 기쁨을 능가할 수 있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런 참스승의 자세는 삶의 자세이기도 합니다.

2.“옛것을 익혀 새것을 알게 되니 스승은 할 만하다.”<논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에서 새것을 깨달아 알아가는 일에 힘쓰는 이가 또한 참된 스승입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예수님, 바오로, 부처님, 세종대왕, 파코미오, 옛 어른으로 소개된 다산 정약용, 논어의 공자 등 우리의 스승들이 좋은 모범이 됩니다. 거룩한 삶, 아름다운 떠남으로 요약되는, 길이길이 향기로 남아있는 스승들의 삶입니다. 자취없이, 흔적없이 사라져간 무명의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이들은 영원히 살아 있어 창공의 별처럼 빛을 발합니다. 모두가 거룩하게 사시다가 아름답게 떠나심으로 우리에게는 영원한 삶의 좌표가 되신 분들입니다. 비록 거룩하게 아름답게 살지는 못해도 부끄럽게, 사악하게, 거짓되이, 남을 아프게 하며 살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역사 무대에서 자기의 배역을 놀랍게 훌륭히 해내신 스승들입니다. 과연 인생 순례 여정의 무대에서 나의 배역은, 역할은, 소명(召命)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됩니다. 결코 유일무이한 선물로 받은 인생을 무의미하게, 허무하게, 무지의 어둠속에 보낼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은 상구보리 하화중생(上求菩提 下化衆生), 위로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 중생을 교화하며 대자대비의 삶을 사셨고, 성 파코미오는 은수자로 시작하여 임종시 그의 수하에는 약 3천명의 수도자와 2개의 수녀원도 있었지만 사제로 서품되지 않았습니다. 성인은 전염병이 창궐하던 지역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전염되어 346년경, 9월5일 56세로 선종했습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존경과 사랑을 받는 두분은 광화문 두 동상에서 보다시피 성군(聖君) 세종대왕(제가 전주 이씨 영해군파인데 영해군은 세종대왕의 17남)과 성웅(聖雄) 이순신입니다. 오늘 탄생일을 맞이하는 세종대왕의 애민사상과 한글창제는 너무나 유명합니다. 세종 평전에서 일부 내용을 소개합니다.

 

“세종은 비굴한 사대주의자도 아니고, 배타적 민족주의자도 아니다. 국제주의와 민족주의를 배합시킨 지혜로운 분으로, 우리의 민족적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국제사회와 개방적인 자세로 교류하여 공동번영을 꿈꾼 이상주의자이면서 현실주의자 였다는 것이 바로 세종의 진실이요 위대함이다. 

 

세종은 토론과 여론을 존중하는 소통정치의 달인이고, 신분과 국적을 초월하여 인재를 발탁한 개방적 인사정치의 달인이고, 사회적 약자인 노비, 서얼, 죄수, 노인, 고아, 여성의 인권을 높인 복지정책의 달인이고, 천문, 역법, 수학등 과학기술문화를 진작시킨 과학의 달인이고, 중국음악과 민족음악을 조화시킨 음악의 달인이다.

 

경학과 역사학에 통달한 인문학의 달인이고, 법률에 정통한 법학의 달인이고, 집현전을 통해 인재를 길러낸 교육의 달인이고, 우리의 농업을 개발한 농학의 달인이고, 우리 땅의 약초를 개발한 의약의 달인이었다. 세종이 10학에 통달했다는 것은 굳이 비유하자면 오늘날 종합대학의 박사학위를 10개쯤 가졌다는 것과 비슷하다.”

 

세종실록에 나오는 인품도 정말 놀랍습니다.

“영민하고 총명했으며 강인하고 과감했다.

침착하고 굳세며 너그럽고 후덕했다.

관대하고 부드러우며 어질고 자애로웠다.

공손하고 검소하며 효도하고 우애함은

타고난 천성이었다.”

 

타고난 천재에다 전인적 인품에 한결같이 백성을 내몸처럼 사랑했기에 이뤄낸 기적같은 현실입니다. 오늘 말씀에서 소개되는 예수님의 제자들을 위한 고별기도와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주신 고별사도 감동적입니다. 두분 다 거룩한 삶과 아름다운 떠남이 압축적으로 드러납니다. 다음 두 대목이 우리의 삶에도 귀한 가르침이 됩니다. 당대의 제자들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의 우리를 위한 기도입니다.

 

“이들을 세상에서 데려가시라고 비는 것이 아니라, 이들을 악에서 지켜주십사고 빕니다. 제가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처럼, 이들도 세상에 속하지 않습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세상속에 살면서도 악으로부터 보호받으며 세상에 속화되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성화할 수 있는 비결은 단 하나 진리로 거룩해지는 거룩한 삶 하나 뿐입니다. 거룩한 삶에 아름답고 향기로운 떠남이요 바로 날마다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입니다. 바오로의 고별사도 일맥상통하며 감동적입니다.

 

“내가 삼년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여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여러분을 하느님과 그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거룩하게 할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구의 은이나 금이나 옷을 탐낸 일이 없습니다. 나와 내 일행에게 필요한 것을 이 두 손으로 장만하였다는 사실을 여러분 자신이 잘 알고 있습니다. 나는 모든 면에서 여러분에게 본을 보였습니다.”

 

고별사를 마친후 무릎을 꿇고 기도한후 원로들은 흐느껴 울면서 바오로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니 고별사는 물론이고 고별장면도 감동적입니다. 47년전  6학년 제자들의 졸업식때 울던 모습에 울컥하던 제 모습이 생각납니다. 매해 스승의 날 전후로 저를 찾는 지금은 60세의 제자들 몇명이 다음 5월19일 주일 오후에 저를 찾는다 했습니다. 스승의 은혜, 어린이날 노래, 과수원길 세 노래를 준비해오라 당부도 했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합니까?

거룩한 삶을 살다가 아름답게 떠나야 합니다. 바로 지금까지 소개한 스승들의 삶이 그러했습니다. 특히 예수님과 바오로의 가르침이 우리에게는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진리로 거룩해지는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합니다. 주님의 말씀이 바로 진리입니다. 말씀의 진리로 부단히 정화되고 성화될 때, 모든 죄악으로부터 보호될 것이며 아름다운 떠남도 이뤄질 것입니다. 예수님은 물론 바오로 사도, 그리고 모든 성인들의 삶이 그 모범입니다. 무엇보다 날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주님과 깊어지는 우정과 더불어 우리를 날로 거룩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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