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3.28.사순 제4주간 토요일                                                            예레11,18-20 요한7,40-53

 

 

 

무지의 편견에서 벗어나는 일

-주님과의 만남-

 

 

 

얼마전 무지와의 전쟁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우리의 근원적 적은 무지입니다. 무지의 죄, 무지의 악, 무지의 병입니다. 무지에서 자유로울 사람은 예수님 빼놓고는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 믿는 이들의 삶의 여정은 깨달음의 여정이자 무지에서의 해방의 여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강론 제목은 ‘무지에서의 해방-주님과의 만남-’입니다. 말씀 자체이신 예수님입니다. 무지의 어둠을 몰아내는 말씀의 빛입니다. 주님과의 관계가 무지에 대한 근본적 처방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알아갈 때 나를 알아감으로 무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이것은 평생 과정입니다.

 

우리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에 관한 두 가지 생각들이 대립하고 있음을 봅니다. 과연 어느 쪽이 맞는지 분별의 지혜가 요구됩니다. 

 

“저분은 참으로 그 예언자시다.”, “저분은 메시아시다.” 분명 이들은 주님을 만난 사람들로 비교적 편견에서 자유로운,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반면 편견이란 무지에 눈먼 완고한 이들의 반응도 있습니다. 똑같은 현실을 두고도 극과 극의 판단은 오늘 날도 정치계의 여와 야의 대변인 성명을 통해서도 그대로 재현됩니다.

 

“메시아가 갈릴래아에서 나올 리가 없지 않은가? 성경에 메시아는 다윗의 후손 가운데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는가?”

 

이들의 편견과 맥을 같이하는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입니다. 빈손으로 돌아온 성전 경비병들을 혹독하게 몰아칩니다.

 

“너희도 속은 것이 아니냐? 최고의회 의원들이나 바리사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그를 믿더냐? 율법을 모르는 저 군중은 저주받은 자들이다.”

 

식자우환識字憂患이란, 아는 것이 병이란 말도 생각납니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이란 말이 있듯이 편견없는 순수한 군중들의 판단이 옳을 수도 있습니다. 바리사들의 완고한 편견은 니코데모에 대한 반응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당신도 갈릴래아 출신이라는 말이오. 성경을 연구해 보시오, 갈릴래아에서는 예언자가 나오지 않소,”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백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합니다. 실제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야 합니다. 성전 경비병들이나 니코데모는 주님을 만난 사람들로 참으로 편견에서 많이 자유로워진 사람들입니다.

 

“그분처럼 말하는 사람은 지금까지 하나도 없었습니다.” 주님을 만난 성전 경비병들의 고백이요, 예수님을 밤에 찾아 와 만났던 예수님께 호의적이었던 니코데모는 먼저 본인의 말을 들어보고 그가 하는 일을 알아보고 난 뒤에 판단하는 것이 온당한 일임을 밝히지만 이들의 반응은 막무가내 완고합니다. 

 

참으로 편견으로 굳어진 무지의 벽은 얼마나 두터운지요! 비단 예전에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 오늘 날도 그대로 재현되는 현실입니다. 지역감정에, 이념들에, 잘못된 프레임에 빠져 판단이 마비됐을 때 고착된 편견의 ‘무지의 늪’에서 탈출하기는 거의 불가능해 보입니다. 분명 수석사제들과 바리사이들이 예수님을 실제 만났다 해도 무지의 편견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오늘 제1독서 예례미사야서는 예레미야의 첫 번째 고백입니다. 무지의 악인들에 포위된 사면초가의 고립된 예레미야의 하느님께 대한 호소요 간절한 기도입니다. 무지와의 싸움은 얼마나 힘들고 외롭고 고독한지 바로 예언자들의 운명이라할 수 있습니다. 복음의 예수님이나 독서의 예레미는 참 외롭고 힘들었을 것입니다. 역시 답은 궁극의 배경이자 힘의 원천이신 하느님과 만남의 기도뿐입니다.

 

“주님께서 저에게 그들의 악행을 보여 주셨습니다. 저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순한 어린양 같았습니다. 저는 그들이 저를 없애려고 음모를 꾸미는 줄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그러나 정의롭게 판단하시고 마음과 속을 떠보시는 만군의 주님, 당신께 송사를 맡겨 드렸으니, 당신께서 저들에게 복수하시는 것을 보게 해 주십시오.”

 

결국 무지의 악에 대한 근본적 처방은 하느님께 의탁하는 기도와 믿음뿐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간절하고 항구한 기도로 주님의 도움을 청하며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살아 갈 때 겸손과 지혜요 비로소 점차 무지의 어둠에서 벗어나 주님의 빛 속에 살 수 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안에 내재한 무지의 어둠을 몰아 내시어 주님의 빛 속에 편견없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3.28 08:54
    사랑하는 주님, 주님을 알았기에 주님을 사랑하고
    주님을 향한 믿음이 있었기에 지금 이 순간 행복합니다
    남은 사순시기 더욱 정진하여 얼마남지 않는 참 부활의 영광을 누리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587 은혜로운 영적훈련 사순시기 -회개, 기도, 단식, 자선-2022.3.2.재의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2.03.02 161
1586 하느님 중심의 삶 -"기도, 사랑, 지혜, 용기"-2022.1.5.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수요일 1 프란치스코 2022.01.05 161
1585 주님의 전사, 사랑의 전사 -탈속脫俗의 아름다움-2021.11.11.목요일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316- 397)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11.11 161
1584 하늘 나라의 삶 -오늘 지금 여기, 내 삶의 자리에서-2021.9.21.화요일 한가위 ​​​​​​​ 1 프란치스코 2021.09.21 161
1583 주님의 초대, 주님의 환대 -영원한 안식처-2021.7.15.목요일 성 보나벤투라 주교 학자(1217/18-1274)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1.07.15 161
1582 온 누리의 임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2020.11.22.주일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20.11.22 161
1581 회개와 구원 -무지에 대한 답은 회개뿐이다-2020.7.31.금요일 성 이냐시오 데 로욜라 사제(1491-1556)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07.31 161
1580 평생 화두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2020.5.29.금요일 복자 윤지충 바오로(1759-1791)와 123위 동료 순교자들 1 프란치스코 2020.05.29 161
1579 "걱정하거나,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모두가 하느님 손안에 있습니다-2019.11.26.연중 제34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9.11.26 161
1578 믿음의 여정 -시험, 침묵, 순종, 축복, 치유-2019.7.4.연중 제1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9.07.04 161
1577 성령충만한 삶 -위에서 태어난 사람들-2018.4.10.부활 제2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8.04.10 161
1576 영원한 반려자伴侶者 주님과의 행복한 삶 -깨어있음, 회개, 따름-2018.1.21. 연중 제3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1.21 161
1575 복음 선포의 사명-세상의 중심, 세상의 빛-2016.12.3. 토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1506-1552) 축일 프란치스코 2016.12.03 161
1574 기도의 힘-2016.10.28. 금요일 성 시몬과 성 유다(타대오) 사도 축일 프란치스코 2016.10.28 161
1573 공동생활의 축복祝福 -빛과 어둠이 공존共存하는 공동체-2016.9.6.연중 제2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6.09.06 161
1572 하느님 중심의 삶`-2016.6.8. 연중 제10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6.06.08 161
1571 “행복하여라, 수평선水平線의 바다가 된 사람들!” 프란치스코 2016.05.04 161
1570 “내 말을 들어라(Listen to my voice)” -예수님파냐 사탄파냐?-2016.3.3. 사순 제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6.03.03 161
1569 떠남의 여정-2016.2.4. 연중 제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6.02.04 161
1568 하느님 믿음-2015.10.29. 연중 제30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0.29 161
Board Pagination Prev 1 ... 89 90 91 92 93 94 95 96 97 98 ... 173 Next
/ 173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