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5. 연중 제23주간 월요일                                                                         1코린5,1-8 루카6,6-11


                                                                  사랑은 분별의 잣대

                                                              -‘법대로’가 아닌 ‘사랑따라’-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의 주제는 ‘안식일에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치시다.’인데, 안식일법의 잣대로 보면 분명 법에 저촉됩니다. 그러니 법대로라면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선 안 됩니다. ‘법대로’란 방식이 합리적이고 옳은 면도 있지만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법대로하면 사람 사정을 헤아리지 않고 별 고민할 것도 없이 그대로 실행하면 되니 참 편리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접근 방식은 율법학자들과 바리사이들과는 달랐습니다. 예수님은 결코 이들처럼 법지상주의자도 근본주의자도 아니었습니다. 협량하고 옹졸한 분이 아니라 참으로 너그럽고 자비로운 분이셨습니다. 차가운 법의 눈길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의 눈길을 지닌 분이셨습니다.


예수님의 분별의 잣대는 법이 아니라 사랑이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현실이 분별의 잣대였습니다. 예전 모 대선 후보의 ‘사람이 먼저다’라는 모토도 예수님의 사고와 일치합니다. 법이전에 살아있는 사람의 현실을 고려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율법의 근본정신 역시 사랑이며, 사랑은 율법의 완성입니다. 예전 사막교부들 역시 금식 규정에 충실하다가도 손님이 방문하면 금식을 해제했습니다. 사랑의 용기, 사랑의 지혜입니다. 예수님은 적대자들의 반응에 상관하지 않고 지체없이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회당 한 복판에 불러 세우고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묻겠다. 안식일에 좋은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하냐? 남을 해치는 일 하는 것이 합당하냐? 목숨을 구하는 것이 합당하냐? 죽이는 것이 합당하냐?”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 자명하기에, 질문 안에 이미 답이 들어있기에 이들은 대답하지 못합니다. 사랑의 잣대로 보면 너무 자명한데 이들은 안식일법의 잣대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고착화된 관점을 바꾸는 것은 이토록 힘든 것입니다. 


이들은 골이 잔뜩 나서 예수님을 어떻게 할까 서로 의논합니다. ‘골’에 해당하는 그리스 말은 본디 ‘비이성’을 뜻하며 ‘무의미한 분노’로 옮기기도 합니다. 바로 이들의 반응이 비이성적이자 무의미한 분노임을 뜻하는 것입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사랑 앞에 모든 것은 상대화됩니다. 물론 법은 준수되어야 하겠지만 사랑의 잣대로 볼 때 예외적 상황도 있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 코린토 1서는 ‘분별의 지혜’를 지니기 위한 방법을 알려 줍니다. 바로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악의와 사악이라는 묵은 누룩을 치워 버리는 것입니다.


“묵은 누룩을 깨끗이 치우고 새 반죽이 되십시오. 여러분은 누룩없는 빵입니다. 우리의 파스카이신 그리스도께서 희생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묵은 누룩, 곧 악의와 사악이라는 누룩이 아니라, 순결과 진실이라는 누룩없는 빵을 지니고 축제를 지냅시다.”


그대로 복음의 바리사이들과 율법학자들은 물론 미사축제에 참석한 우리들에게 주는 말씀같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축제를 통해 우리 안에 악의와 사악이라는 묵은 누룩을 깨끗이 없애주시고, 순결과 진실의 누룩없는 빵이신 당신과의 일치로, 분별의 잣대인 당신의 참 좋은 사랑과 지혜를 선사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손이 오그라든 사람을 고쳐주신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의 오그라든 몸과 마음을 활짝 펴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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