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9.23. 금요일 피에트렐치나의 성 비오 사제(1887-1968) 기념일

                                                                                                                   코헬렛3,1-11 루카9,18-22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때를 아는 지혜, 때를 기다리는 믿음, 때를 받아들이는 겸손-


코헬렛은 신심깊은 가난한 자가 아닌 배부른 학자나 부자가 보아야 할 글입니다. 이들의 회개를 촉구하는 글입니다. 하느님 향한 신망애의 삶이, 기도가 빠졌을 때 코헬렛처럼 골수에 파고드는 허무라는 영혼의 질병입니다. 진정 하느님을 사랑하여 찬미의 감사의 삶을 사는 이에게는 이런 허무에 대한 사변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습니다. 어제 코헬렛은 허무로 시작해서 허무로 끝났는데 오늘은 때로 시작해서 때로 끝납니다. 아무도 이 때로부터 벗어나지 못합니다. 바로 때를 아는 것이 지혜요, 때를 기다리는 것이 믿음이요, 때를 받아들이는 것이 겸손임을 깨닫습니다. 또 때에 맞게 처신할 때 아름답습니다. 알고보면 모두가 하느님 은혜의 때요 하느님 선물의 때입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은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태어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긴 것을 뽑을 때가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기뻐할 뛸 때가 있다. 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의 때가 있고 평화의 때가 있다.”


마치 음악을 감상하는 기분입니다. 오늘 말씀 중 일부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생각나는 대로 예를 들기로 하면, ‘건강할 때가 있으면 병들 때도 있고, 젊음의 때가 있으면 노년의 때도 있고, 만날 때가 있으면 떠날 때가 있고, 자리에 오를 때가 있으면 자리에서 내려올 때가 있다.’ 등 무궁무진합니다. 봄의 꽃필 때가 있으면 가을의 열매 익어가는 때가 있어, 요즘은 배열매 수확에 분주한 수도원의 풍경입니다.


삶의 리듬은 때의 리듬이요 이 리듬따라 살아가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일희일비, 때에 휘둘릴 것이 아니라 때의 리듬 따라 충실히, 마치 파도타기하듯 살아가는 것이 지혜롭고 자유로운 삶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온갖 때를 길게 예로 든 코헬렛의 결론입니다.


“그분께서는 모든 것을 제때에 아름답도록 만드셨다. 또한 그들 마음속에 시간 의식도 심어 주셨다. 그러나 하느님께서 시작에서 종말까지 하시는 일을 인간은 깨닫지 못한다.”


오늘 여기 지금이 바로 살아야 할 제때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을 사랑하고 찬미하며 제때에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대로 살아갈 때 아름답고 행복한 삶입니다. 코헬렛에 결정적으로 빠진 것이 바로 이런 하느님 찬미의 삶입니다. 


너무 사변에 치우치다보니 인격적 하느님을 잊었고,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이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삶이 없었습니다. 살아계신 하느님을 믿고 희망하며 사랑하는 신망애信望愛의 삶이 통째로 빠져 있습니다.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지 못하면 누구나 저절로 허무주의자, 회의주의자가 될 수뿐이 없습니다.


“나의 반석 주님은 찬미받으소서.”


화답송 후렴처럼 찬미의 고백이 코헬렛엔 없습니다. 결정적으로 코헬렛에 결핍된 것이 기도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코헬렛에 대한 정답입니다. 코헬렛 주석의 마지막 일부를 소개합니다.


-코헬렛은 하느님에 대한 신뢰를 알지 못한다. 하느님에 대한 신뢰의 상실은 인간 자신을 포함한 모든 것에 대한 신뢰의 상실을 의미한다. 결국 결론은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코헬렛은 절대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품는다. 그는 자신의 전 존재를 투신하면서, 전통적 신앙이 거의 ‘학문적으로만’ 열어 둔 채 방치해 놓은 심연을 드러낸다. 오직 그리스도의 오심만이 그것을 메울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오늘 복음의 그리스도 예수님이 허무에 대한 유일한 처방임을 말합니다. 주님과 함께 할 때 ‘허무의 심연’은 ‘사랑의 충만’이 되며 여기서 끊임없이 샘솟는 찬미와 감사의 기도입니다. 


때를 아는 지혜와 때를 기다리는 믿음에, 때를 받아들이는 겸손에 살아계신 하느님과 사랑의 소통인 기도보다 더 좋은 수행은 없습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그 좋은 본보기입니다. 기도를 통해 질문의 때를 깨달은 예수님의 제자들을 향한 질문입니다.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느님의 그리스도이십니다.”


베드로의 대답에 이어 즉시 이어지는 주님의 첫 번 째 수난예고입니다.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 자신의 고난과 배척, 죽음과 부활의 때를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며, 제자들에게 지금이 바로 제자들에게 말해야 할 때임을 깨달았음이 분명합니다. 


하느님의 때와 하느님의 뜻이 늘 일치되었던 예수님의 삶임을 깨닫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 모든 하느님의 때에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 수 있는 분별의 지혜를 주십니다.


“주님,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보살피시나이까? 인간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헤아리시나이까? 사람이란 한낱 숨결같은 것, 그 세월은 지나가는 그림자 같사옵니다.”(시편144,3-4).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64 주님과의 사랑 -참 아름다운 사랑의 사람들-2017.2.10.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축일 프란치스코 2017.02.10 256
663 구원의 기쁨 -구원은 선물이자 과제다-2018.3.11. 사순 제4주일(Laetare 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3.11 256
662 그리스도인의 자유 -영원한 참 표징 파스카의 예수님-2018.10.15.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1515-1582)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8.10.15 256
661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절망은 없다-2022.7.20.연중 제16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22.07.20 256
660 바다같은 가장 큰 믿음의 사람 -환대, 겸손, 관대-2022.9.26.연중 제26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09.26 256
659 참 고마운 천사들 -하느님의 심부름꾼들-2022.9.29.목요일 성 미카엘과 모든 거룩한 천사 축일 프란치스코 2022.09.29 256
658 성전 정화 -은총의 강, 생명수의 강-2023.5.30.수도원 성전 봉헌 축일(2006년) 프란치스코 2023.05.30 256
657 회개의 삶 -자유의 길-2015.7.12. 연중 제15주일 프란치스코 2015.07.12 257
656 현재주의자-2015.9.16. 수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5.09.16 257
655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2015.11.6. 연중 제31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5.11.06 257
654 허리를 펴고 머리를 들어라 -평범한 일상에의 충실-2015.11.26.연중 제34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6 257
653 하느님의 자녀다운 삶을 삽시다 -꿈. 공부, 찬양, 회개-2022.12.4.대림 제2주일 프란치스코 2022.12.04 257
652 개안(開眼)의 여정 -“주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2023.6.1.목요일 성 유스티노 순교자(100-165)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6.01 257
651 누가 참 행복한 사람인가? -행복하여라, 하느님께 희망을 둔 사람!-2023.9.13.수요일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학자(349-407)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9.13 257
650 하느님 섭리와 믿음 -내 삶의 성경의 Lectio Divina-2015.11.25. 연중 제34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5.11.25 258
649 주님을 찬미하라 -생명의 빵이신 그리스도-2016.5.29. 주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청소년 주일) 프란치스코 2016.05.29 258
648 우리 삶의 궁극 목표 -성인이 되는 것-2017.11.1. 수요일 모든 성인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7.11.01 258
647 하느님이 사람이 되시다 -은총과 진리의 인간-2018.12.25.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1 프란치스코 2018.12.25 258
646 주님과 늘 함께 하는 삶 -참 부요하고, 자유롭고, 행복한 삶-2019.11.25.연중 제3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1.25 258
645 사랑의 교회 공동체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공동체-2023.5.25.목요일 성 베다 베네라빌리스 사제 학자(672/673-735)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3.05.25 258
Board Pagination Prev 1 ... 135 136 137 138 139 140 141 142 143 144 ... 173 Next
/ 173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