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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19. 연중 제29주간 수요일                                                                    에페3,2-12 루카12,39-48


                                                                            깨어있으라

                                                                        -늘 새로운 시작-


“너희는 기뻐하며 구원의 샘에서 물을 길으리라.” 


오늘 화답송 후렴이 참 아름답고 반갑습니다. 오늘 말씀의 요약이며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을 상징합니다. 구원의 샘에서 오늘 하루 필요한 생명의 물을 길으러 하루의 시작에 앞서 이 거룩한 미사축제에 참여하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루하루 살았습니다.’ 제 자전적 고백의 시 제목이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말마디입니다. 하루하루 산다는 의미는 하루하루 깨어 ‘오늘 지금 여기’를 산다는 것을, 더불어 늘 새로운 시작을 뜻합니다. 하여 오늘 강론 제목은 복음의 첫 단락 제목을 따라 ‘깨어있으라’로 했고 부제는 ‘늘 새로운 시작’으로 정했습니다.


무엇보다 자기를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도자는 무엇인가?’ 날마다 묻는 자가 수도자라합니다. 막연히 깨어있는 것이 아니라 제자리가 어디인지, 제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달아 알 때 깨어있을 수 있습니다. 깨달아서 깨어 살 때 깨끗한 마음입니다. 


수도자의 궁극 목표인 마음의 순수도 깨어있을 때의 현실입니다. 그러니 마음의 순수는 고정적 현실이 아닌 유동적 현실임을 깨닫습니다. 삶의 방향을 잃고 ‘무기력의 늪’에 빠져 있을 때 마음은 어둡고 무거워지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의 첫 단락에 이은 두 번째 소단락의 제목은 ‘충실한 종과 불충실한 종’의 비유입니다.


충실한 종은 제자리에서 제일에 충실했기에 깨어 준비할 수 있었지만 불충실한 종은 제자리를, 제일을 망각하고 태만했기에 주인을 맞이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주인이 자기 집 종들을 맡겨 제때에 정해진 양식을 내주게 할 충실하고 슬기로운 집사는 어떻게 하는 사람이겠느냐? 행복하여라, 주인이 돌아와서 볼 때에 그렇게 일하고 있는 종! 내가 참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주인은 자기의 모든 재산을 그에게 맡길 것이다.”


참 기분 좋은 오늘 복음의 핵심 말씀입니다. 비단 교회공동체 지도자들뿐 아니라 각자 제 삶의 집사직을 충실히 지혜롭게 수행하는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일’을 ‘제때’에 맞게 행하며 ‘제대로’ 깨어 살고 있는지 점검케 하는 말씀입니다.


구원의 행복은 멀리 있는게 아니라,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주님을 만나는 행복한 구원의 꽃자리임을 깨닫습니다. 참으로 주님을 신뢰하고 사랑할 때 종말론적 삶입니다. 며칠 전의 얼굴 빛, 눈 빛, 밝고 맑았던 음성을 잊지 못합니다. 결혼을 앞둔 서로 신뢰하고 사랑하는 예비부부와의 만남을 통한 새삼스런 깨달음입니다.


‘아, 사랑할 때 얼굴도, 눈도, 음성도 빛나는 구나. 얼굴도, 눈도, 음성도 생기가 넘치는 구나. 사랑은 빛이요 생명이구나’


참으로 주님을 사랑하고 신뢰하여 깨어 제자리에서 맡겨진 제일에 충실할 때 얼굴도 눈도 음성도 빛과 생명을 발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아마 모든 성인들의 삶이 이러했을 것입니다. 역시 깨어있음의 전제 필수 조건도 주님과의 사랑임을 깨닫습니다. 막연한 그리움이, 깨어있음이 아니라 주님을 기다릴 때의 그리움이요 깨어있음이기 때문입니다.


"그지없이 사랑하나이다. 하느님 내 힘이시여."(시편18,2).


새벽 성무일도 첫 후렴입니다. 이처럼 하느님을 사랑할 때 샘솟는 그리움에 늘 깨어있음입니다. 오늘 제1독서의 소제목은 ‘이민족들을 위한 바오로의 사도직’에 관한 것입니다. 언제나 주님께서 맡겨주신 제자리에서 제일인 ‘은총의 직무’에 충실했던 ‘복음의 일꾼’ 바오로였기에 늘 기쁨 충만한 삶을 사셨던 기쁨의 사도 바오로였습니다. 


놀라운 것은  오늘 제1독서인 에페소서가 필리피서, 콜로새서, 필레몬서와 함께 옥중서간이라는 것입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늘 주님 안에서 깨어 살았기에 옥중에서도 자유를 누렸던 기쁨의 사도 바오로였습니다. 바오로의 겸손한 고백이 감동스럽습니다.


“모든 성도들 가운데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나에게 그러한 은총을 주시어, 그리스도의 헤아릴 수 없는 풍요를 다른 민족들에게 전하게 하시고, 과거의 모든 시대에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춰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이 어떠한 것인지 모든 사람에게 밝혀 주게 하셨습니다.”


바오로의 서간들을 통해 밝혀지는 그리스도의 신비를 우리 또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깨닫습니다. 신비중의 신비가 파스카의 신비, 성체성사의 신비입니다. 하여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하느님께 담대히 나아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더욱 깨어 주님을 기다리며 기쁘게 제자리에서 제삶의 집사직에 충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넘치는 축복을 내려주시어 깨어 제자리에서 새 삶을 살게 하십니다. 


“주님, 거룩한 신비의 은총으로 저희를 가득 채워 주셨으니, 저희가 옛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살아가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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