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1.10. 목요일 성 대 레오 교황 학자(400-461) 기념일

                                                                                                                              필레7-20 루카17,20-25


                                                                          하느님의 나라

                                                           -“이미 already”와 “아직 not yet”-


사람만이 꿈과 비전, 희망을 지닙니다. 꿈과 비전, 희망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궁극의 영원한 꿈이자 비전은, 희망은 하느님의 나라뿐입니다. 요즘 만추晩秋가 깊어지면서 단풍의 아름다움도 절정입니다. 곳곳에서 깊고 그윽한 ‘만추의 향기香氣’를 맡습니다. 바로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느님의 나라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표지입니다.


하루하루가 하느님의 선물이요 하느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눈만 열리면 함께 사는 형제들, 만나는 모든 이들, 주변에 주어진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하느님의 선물이라는 자각에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이미already’ 왔습니다. 굳이 하느님의 나라를 찾아 나설 것도 기다릴 것도 없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을 만나며 하느님의 나라를 살면 됩니다.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한 주님의 치유와 위로가 이미 하느님의 나라가 도래했음을 보여 줍니다. 예수님도 이 점을 오늘 복음에서 분명히 밝힙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오지 않는다. 또 ‘보라, 여기에 있다.’ 또는 ‘저기에 있다.’하고 사람들이 말하지도 않을 것이다. 보라, 하느님의 나라는 너희 가운데 있다.”


바로 함께하는 형제들의 공동체 지금 바로 여기 하느님의 나라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지 못하면, 하느님을 만나지 못하면 어디서도 하느님의 나라를 살지도, 만나지도 못합니다. 


이미 하느님의 나라는 왔지만 결정적으로 ‘아직not yet’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헛되이 찾아 나서거나 방황하지 말고 제삶의 제자리에 충실하고 항구하라는 주님의 가르침입니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날을 하루라도 보려고 갈망할 때가 오겠지만 보지 못할 것이다. 사람들이 ‘보라, 저기에 계시다.’, 또는 ‘보라, 여기에 계시다.’할 것이다. 그러나 너희는 나서지도 말고 따라가지도 마라.”


부화뇌동, 경거망동 하지 말고 주님 안에 굳건히 자리잡고 정주의 삶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아직은 하느님의 나라가, 사람의 아들이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때는 하느님 아닌 아무도 누구도 모릅니다. 


특히 요즘같이 시국이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때일수록 뜨거운 열정熱情과 더불어 냉철冷徹한 지혜가 필수입니다. 더구나 미국에서 뜻밖의 인물이 대통령에 당선됨으로 많은 이들이 혼란해 합니다. 오늘 모든 일간신무 1면도 ‘미국이 뒤집어지다. 전세계 충격, 전세계 패닉’ 대서특필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선자는 보호무역은 물론 주한미군의 철수까지 거론합니다. 미국의 국격國格까지 실추失墜된 느낌입니다. 어쨌든 냉철히 지켜보면서 지혜를 모아 대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위기는 기회입니다.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주님은 하느님의 나라의 도래를 말씀하시면서 완전한 실현을 다음과 같이 묘사합니다. 


“번개가 치면 하늘 이쪽 끝에서 하늘 저쪽 끝까지 비추는 것처럼, 사람의 아들도 자기의 날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이 날에 앞서 많은 고난과 더불어 세대에게 배척 받을 것을 예감하십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자세로 언젠가의 그날을 대비하면서 하느님의 나라를 사셨던 예수님이셨습니다. 


오늘 바오로의 옥중서간인 필레몬서가 감동적입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느님의 나라를 살아가는 바오로의 평온한 심정이 잔잔히 기술되어 있습니다. 몇 아름다운 구절을 나눕니다.


“나는 그대의 사랑으로 큰 기쁨과 격려를 받았습니다.”

“나 바오로는 늙은이인 데다가 이제는 그리스도 예수님 때문에 수인까지 된 몸입니다. 이러한 내가 옥중에서 얻은 내 아들 오네시모스의 일로 그대에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나는 내 심장과 같은 그를 그대에게 보냅니다.”

“이제 그대는 그를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종 이상으로, 곧 사랑하는 형제로 돌려 받게 되었습니다.”

“형제여! 나는 주님 안에서 그대의 덕을 보려고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내 마음이 생기를 얻게 해 주십시오.”


얼마나 겸손하고 예모있고 따뜻하고 사랑이 넘치는 필레몬 서간의 내용인지요. 옥중의 엄혹한 상황안에서도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는 바오로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오늘 우리는 성 대 레오 교황학자를 위한 기념미사를 봉헌합니다. 성인들 역시 하느님의 선물이자 하느님 나라의 표지들입니다. 성인들의 기념미사나 축일미사를 드릴 때마다 반드시 확인하는 생몰生沒연대입니다. 


저보다 짧게 산 성인들을 대하면 ‘이미already’를 생각하며 분발奮發하게 되고, 저보다 오래 살았던 성인들을 보면 ‘아직not yet’을 생각하며 희망과 여유를 갖게 됩니다. 대 레오 교황님은 61세까지 사셨으니 저는 '이미' 성인의 나이를 넘어섰습니다.


‘이미’와 ‘아직’ 사이의 긴장緊張중에 하느님의 나라를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이미’와 ‘아직’이 우리를 깨어 오늘 지금 여기 제삶의 자리에 충실하고 항구하게 합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하루하루 깨어 성실誠實히 하느님의 나라를 살게 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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