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2.3. 토요일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선교의 수호자; 1506-1552) 축일

신명10,8-9 마르16,15-20



복음 선포의 사명

-세상의 중심, 세상의 빛-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사명을 부여하시다.’ 오늘 복음의 소제목입니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사명’이란 말마디입니다. 과연 사명감을 지니고 살아가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요? 사명은 우리의 존재이유입니다. 왜 사느냐에 대한 대답입니다. 사명감使命感이, 소명감召命感이 충일할 때 역동적인 삶입니다. 삶의 목표가, 삶의 중심이, 삶의 방향이, 삶의 의미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바로 복음 선포의 사명이 그러합니다.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믿는 이들 누구나 복음 선포의 사명을 지닌 선교사들입니다. 흔히 분도 수도자들을 ‘안으로는 수도승修道僧’ ‘밖으로는 선교사宣敎師’라 하는데 일리가 있는 정의입니다. 신자들을 정의하여 ‘안으로는 주님의 제자弟子’, ‘밖으로는 주님의 사도司徒’라 칭할 수 있는 이유와 흡사합니다. 


수도원의 앞문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수도원의 뒷문은 사막의 하느님께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는 진리도 이와 일맥상통합니다. 관상觀想과 활동活動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교회에겐 한 실재의 양면입니다.


교회에 속한 믿는 이들은 주님의 제자들임과 동시에 복음 선포의 사명을 지닌 주님의 사도들입니다. 교회는 닫힌 폐쇠적 이기적 섬같은 존재가 아니라 사방에 활짝 열린 세상의 중심입니다. 복음 선포의 사명에 빛나는 세상의 살아있는 중심입니다. 수도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밖에서 볼 때는 섬같아 보이지만 수도원 안에 살면 세상의 활짝 열려 있는 세상의 중심임을 확인합니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바로 오늘 주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복음 선포의 사명입니다. 온 세상 모든 피조물이 예외 없이 복음 선포의 대상입니다. 이 말씀 곧이 곧대로 복음 선포의 사명에 매진했던 예수님의 제자들이었고, 오늘 축일을 지내는 예수회의 첫회원중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사제입니다. 바오로 사도에 버금가는 위대한 선교사로 46년 짧은 생애가 불꽃같이 치열했던 복음선포의 삶이었습니다.


예수회 회원이 된 이후 인도에 이어 일본으로 파견되어 파란만장한 여정을 통해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세례를 주고 하느님께로 이끌었는지요. 마지막 중국 선교를 위해 중국으로 향하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는 1552년 12월 중국 땅이 바라 보이는 산첸 섬에서 열병중에 선종합니다. 흡사 요르단 건너 약속된 땅을 바라보며 죽어 모압땅에 묻힌 모세를 연상케 하는 선종장면입니다. 


세상의 빛과 같은 선교사들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복음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사들입니다. 어찌보면 오늘 제1독서 신명기에 나오는 레위인과도 같은 선교사들입니다.


“레위인에게는 동족과 함께 받을 몫도 상속재산도 없다. 그 대신에 주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신 대로, 주님께서 친히 그들의 상속재산이 되신다.”


주님의 선교사인 우리는 모두 영적 레위인입니다. 주님 친히 우리의 상속재산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사실 오늘 복음에서 보다시피 제자들이 곳곳에 복음을 선포할 때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을 확증해 주셨습니다. 바로 주님 친히 그들의 상속재산이 되어 주심에 대한 생생한 증거입니다.


믿는 이들 모두가 언제 어디에 살던 그 삶자체가 세상의 빛이요 복음 선포의 삶입니다. 각자 몸담고 있는 삶의 자리가 세상의 중심이요 복음 선포의 자리입니다. 저는 이를 일컬어 ‘존재론적 복음선포의 삶’이라 칭합니다. ‘정주定住’ 서원의 삶을 사는 우리 분도수도회 수도자들에게는 특히 그러합니다. 


주로 ‘환대歡待를 통한 복음선포’의 사명에 전념하는 여기 요셉수도원 수도자들입니다. 언제나 세상에 활짝 열려 있어 찾아오는 모든 이들에게 주님의 사랑과 평화를 나누는 존재론적 복음 선포의 삶을 사는 수도자들입니다. 어찌 분도수도자들뿐이겠습니까? 믿는 이들 모두가 복음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선교사들이요 각자 삶의 자리가 복음선포의 장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각자 삶의 자리에서 복음 선포의 사명에 충실하고 항구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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