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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2.4. 연중 제4주간 토요일                                                                            히브13,15-17.20-21 마르6,30-34



지옥地獄에는 한계限界가 없다

-관상과 활동-



제가 강론중에 괄호를 하고 한자나 영어를 덧붙이는 경우는 그 말뜻을 깊이 새기고자 하는 의도입니다.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 오늘 강론 제목은 전에도 수차 인용했던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깊은 통찰이 함축된 말마디입니다. 새삼 지옥은 장소 개념이기 보다는 관계 개념임을 깨닫습니다. 


관계의 균형과 조화가 깨져 혼돈으로 무질서해질 때 바로 거기가 지옥이라는 것입니다. 새삼 분별의 지혜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습니다. 하여 우리의 사부 성 베네딕도는 ‘분별력(discernment)’을 모든 덕행의 어머니라 일컫곤 합니다. 


오늘 복음 말씀을 묵상하면서 문득 떠오른 것이 괴테의 ‘지옥에는 한계가 없다’는 말마디입니다. 이 진리를 며칠전 공마리아 작가의 글에서 발견했고 그대로 공감하여 전문을 인용합니다.


“나는 지옥이 유황불이 타는 곳도 쇠사슬이 철렁거리고 몽둥이를 든 괴수가 보초를 서는 곳도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는 지옥은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곳’이란 것을 깨달았다. 모든 독재자들이 왜 마지막에 정신 착란으로 가는지도 얼핏 알 것 같았다. 아, 선악과는 그래서 반드시 낙원에 있어야 했던 것이다. 만일 선악과가 없었다면 신성한 금기가 없었다면 그건 이미 지옥이리라. 그래서 그 금기가 범해진 이후 아담과 하와는 낙원에서 살지 못했다. 하느님은 그들을 내쫓으신 게 아니었다. 그것은 장소의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이래서 한계를 뜻하는 계명이나 규칙이 있고 법이 있습니다. 수도자들의 모든 수행도 한계의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단한 한계의 훈련을 통해 참자유에 이릅니다. 죄로 인해 옥고를 치르는 이들은 한계의 수련을 받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우리의 정주서원의 삶은 제자리에서 균형과 조화가 갖춰진 일과표에 따라 하느님을 찾으며 한계의 수행에 충실한 삶입니다. 삶의 균형과 조화가 깨진 혼란하고 무질서한 삶이라면 바로 거기가 지옥입니다. 그렇다면 반대의 말마디도 그대로 통합니다. ‘천국에는 한계가 있다.’ 


하여 분별의 지혜가 절실합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은 분별의 대가입니다. 예수님은 결코 활동과 관상의 균형과 조화를 깨지 않았습니다.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자 곧 관상적 휴식을 권합니다.


“너희는 따로 외딴 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예수님은 활동에 단호히 한계를 긋고 외딴 곳에서의 관상을 통해 주님 안에서 심신을 충전시킬 것을 명하십니다. 사실 예수님의 매일 일상은 낮의 활동과 밤의 외딴 곳에서의 관상의 리듬으로 이루어졌음을 봅니다. 결코 활동의 유혹에 빠져 이 한계를 무너뜨린 경우는 거의 없으셨습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모토가 바로 관상과 활동의 원리를 말해 줍니다. 오늘 히브리서 역시 관상과 활동의 조화를 가르쳐줍니다.


“형제 여러분, 예수님을 통하여 언제나 하느님께 찬양 제물을 바치십시오. 그것은 그분의 이름을 찬미하는 입술의 열매입니다. 선행과 나눔을 소홀히 하지 마십시오. 이러한 것들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제물입니다.”(히브13,15-16).


신약의 찬미제사는 마음으로부터 하느님을 찬미하는 ‘입술의 열매(호세14,3)’와 선행과 나눔의 거룩한 ‘삶의 열매(시편50,14.23)’를 바치는 것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삶의 리듬 역시 이러했습니다. 선행과 나눔의 활동을 통해 삶의 열매를 바친 후 외딴곳에서 관상적 휴식을 취하며 하느님 찬미의 입술의 열매를 바쳤음이 분명합니다.


관상과 활동의 균형과 조화를 통해 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때로 한계를 벗어나고 싶은 유혹은 얼마나 많은지요. 일상의 한계에 충실한 것이, 또 서로의 영역의 한계를 지켜주는 것이 지혜요 겸손입니다. 공존의 평화와 일치를 가능하게 해줍니다. 


그러나 예외적인 상황이 있습니다. 사랑은 분별의 잣대입니다. 예수님은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자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외딴곳에서의 제자들과의 관상적 휴식을 포기하시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과 같았기 때문입니다. 새삼 예수님의 분별의 지혜가 빛을 발하는 장면입니다. ‘제자리’에서 ‘제때’에 ‘제일’을 하는 것이 바로 분별의 지혜입니다.


관상과 활동, 기도와 일은 영적 삶의 원리이자 리듬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목자이신 주님은 매일 거룩한 성전의 ‘외딴곳’에서의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관상적 휴식을 선사해 주시고 각자 활동의 자리로 파견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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