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5.31. 수요일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 

스바3,14-18 루카1,39-56



참 좋은 도반(道伴)

-일일시호일, 매일이 축제의 날-



오늘은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방문 축일입니다. 참 아름다운 축일입니다. 복음의 두 도반 마리아와 엘리사벳의 만남이 참 아름답고 감동스럽습니다. 하여 강론 제목은 ‘참 좋은 도반’이라 정했습니다. 제 좋아하는 말마디가 불자(佛者)들이 즐겨 쓰는 도반인데 우리말로 하면 ‘길벗’, ‘길동무’가 되겠습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거니와 살아서도 안됩니다. 혼자 살기도 어렵고 함께 살기도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살아야 합니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인디언 속담도 있듯이 긴 인생순례여정에 함께 할 도반은 필수입니다. 이것은 제가 산티야고 순례중 절감한 사실입니다. 최소한 둘의 공동체입니다. 혼자서 미사하는 것과 둘이 하는 것은 천지차이입니다.


그러니 스스로 자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에게는 도반이라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나? 내 부인은, 내 남편은 도반이라 할 수 있나? 기쁜 일이나 힘든 일을 언제나 나눌 수 있는 친구는 있나? 가슴 답답할 때 언제나 찾아갈 친구는, 전화할 친구는 있나? 나 세상을 떠난다면 슬퍼할 친구는 몇이나 되겠나? 등 수없이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마리아가 엘리사벳을 찾은 시점이 중요합니다. 마리아가 주님 천사의 예수님 탄생예고를 기꺼이 수락했습니다만 마음속 충격과 답답함은 여전했을 것이며 무엇보다 보이는 도반의 인정과 확인을, 위로와 격려를 받고 싶었을 것입니다. 이때 마리아에게 떠오른 도반은 믿음과 공감, 존중과 배려의 사람, 엘리사벳이었음이 분명합니다. 과연 마리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엘리사벳의 환대입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의 인사말을 들을 때 그의 태 안에서 아기가 뛰놀았다하니, 엘리사벳과 마리아의 만남은 동시에 태중의 세례자 요한과 예수님과의 도반관계가 시작됨을 알려주는 길조입니다. 두 도반의 만남을 통해 이상적인 태교(胎敎)도 이뤄짐을 봅니다. 엘리사벳이 마리아를 환대하며 성령에 가득 차 외친 말은 마리아의 마음속 어둠을 말끔히 거둬버렸습니다. 


“당신은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시며 당신 태중의 아기도 복되십니다. 내 주님의 어머니께서 저에게 오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보십시오, 당신의 인사말 소리가 제 귀에 들리자 저의 태 안에서 아기가 즐거워 뛰놀았습니다. 행복하십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이 이루어지리라고 믿으신 분!”(루카42ㄴ-45).


세상에 마리아에게 이보다 위로와 격려가 되는 말도 없을 것입니다. 엘리사벳의 환대를 통해 주님을 만났고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 마리아에게서 즉각 터져 나온 그 유명한 감사찬미가, ‘성모의 노래’ 마니피캇입니다. 교회가 2000년 동안 성모 마리아와 함께 저녁성무일도때마다 노래한 ‘빈자(貧者)의 기도’입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 참으로 ‘성령의 여인’이자 ‘믿음의 여인’임을 깨닫습니다. 말그대로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 아나뵘입니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산상설교중 참행복의 첫째 항목은 그대로 아나뵘에 대한 축복을 말합니다. 바로 우리 수도자들은 물론 진정 주님을 믿는 이들 역시 아나뵘의 후예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새삼스럽게 깨닫는 진리는 사람 도반에 앞서 영원한 도반 주님이라는 것입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가 도반이 될 수 있었던 공통분모는 두분 다 성령의 여인들로서 주님과의 돈독한 도반관계가 전제되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주님 도반과의 우정과 함께 가는 형제자매 도반과의 우정임을 알게 됩니다. 끊임없는 기도를 통해 주님 도반과의 소통이 원활해야 형제 도반과의 소통도 원활함을 깨닫습니다.


엘리사벳과 마리아는 주님을 믿는 모든 이들의 이상적 관계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믿는 이들의 공동체 일치의 원리도 보여줍니다. 공동체의 중심에 계신 주님 도반과 깊어가는 우정과 함께 가는 공동체 형제들 도반과의 깊어가는 우정이라는 것입니다. 


하여 형제들이 함께 성전에서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규칙적으로 온맘을 다해 바치는 주님 찬미와 감사의 공동전례기도가 얼마나 절대적이고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과 더불어 형제들과의 우정을 동시에 깊이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스바니야 예언자를 통해 당신의 도반인 마리아와 엘리사벳은 물론 우리 모두를 위로하시고 격려하십니다. ‘딸 시온과 이스라엘, 예루살렘’이 상징하는바 성서의 가난한 사람들 아나뵘인 우리들입니다.


“딸 시온아, 환성을 올려라. 이스라엘아, 크게 소리쳐라. 딸 예루살렘아, 마음껏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시온아, 두려워 하지 마라. 힘없이 손을 늘어 뜨리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 승리의 용사께서 네 한가운데 계시다. 그분께서 너를 두고 기뻐하며 즐거워하신다. 당신 사랑으로 너를 새롭게 해주시고, 너 때문에 환성을 올리며 기뻐하시리라. 축제의 날인 양 그렇게 하시리라.”(스바3,14.16ㄴ-18ㄱ)


우리의 참 좋은 영원한 도반이신 주님이 늘 함께 하시니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매일의 축제의 날입니다. 주님은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으로 우리 모두 영원한 도반이신 당신과는 물론 형제 도반들과의 우정도 날로 깊게 하십니다. 매일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를 위로하고 치유하시며 기쁨을 가득 선사하시는 우리의 참 좋은 영원한 도반 주님이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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