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8.연중 제31주간 금요일                                                           로마15,14-21 루카16,1-8

 

 

 

참 좋은 ‘주님의 집사執事’가 됩시다

-끊임없는 회개의 삶-

 

 

 

어제 수도원 배경의 단풍 물든 장엄한 불암산을 보며 쓴 ‘여여如如한 삶’이란 시를 나눕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늘 거기 그 자리 한결같은 정주의 모범인 불암산은 제 삶의 스승입니다. 

 

-“하늘 배경背景한/언제나/거기 그 자리

정주定住의/단풍 물든 장엄莊嚴한 가을 불암산佛巖山

크고도 깊고 고요한 산

언제 봐도/늘 좋고 새롭고 놀랍고 한결같다

오늘 지금 여기/그 자체로

우주宇宙요, 세계世界요, 전부全部요, 중심中心이요, 

충만充滿이요, 행복幸福인데

누구를 기다리겠는가/누구를 그리워하겠는가/누구를 찾아나서겠는가

내가 그렇다”-

 

끊임없는 회개의 삶이 참 좋은 주님의 집사가 되어 하느님을 배경한 언제 봐도 늘 좋고 새롭고 놀랍고 한결같은 삶을 살게 합니다. 오늘 강론 주제는 ‘참 좋은 주님의 집사가 됩시다–끊임없는 회개의 삶-’입니다. 누구나 주님의 집사로 불림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참 좋은 주님의 집사, 삶의 집사로 살 수 있을까요?

 

오늘 복음은 ‘약은 집사의 비유’입니다. 집사는 청지기라 부르기도 합니다. 이 비유에 대한 주석입니다. 이 비유는 협잡꾼을 본보기로 제시하는 것 같아, 이해하는데 더러 어려움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다른 비유들에게서도 서슴없이 하느님을 의롭지 못한 판관에 비기기도 하시고(18,1-8), 제자들에게 뱀처럼 슬기로우라고 권유하기도 하십니다(마태10,16).

 

예수님께서 당신을 믿는 이들에게 불의하거나 사악해지리라고 권유하지 않으신다는 것은 명백합니다. 그런데 이 비유에서 집사는 분명 불의한 집사로 사기꾼으로 규정됩니다(8절). 그렇다면 불의한 집사의 무엇이 우리 삶의 본보기가 되는 지요?

 

집사의 ‘행위action’가 아니라 그가 보여준 위기 대처의 민첩하고 슬기로운 ‘반응reaction’입니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는 법입니다. 이 때를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해고의 순간에 집사는 전광석화, 살길을 마련합니다. 

 

주인에게 빚진 이들을 과감하고 신속하게 탕감해 줌으로 앞날을 대비합니다. 자비하신 하느님으로 상징되는 주인은 오히려 이 불의한 집사를 칭찬합니다. 그가 영리하게 대처하였기 때문입니다. 주인도 내심 만족하며 그의 불의한 행위를 묵인했을 것입니다. 

 

집주인이 손실을 입었다지만 그 손실은 그에게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한 반면 여러 사람들에게 살 길을 열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라고 불의한 집사에게 말할 수는 없고 그가 스스로 알아서 잘 해결해 주었으니 자비로운 주인은 내심 고마워했을 지도 모릅니다. 속으로는 '허허' 웃었을 것입니다. 결론같은 복음의 주님 말씀입니다.

 

“사실 이 세상의 자녀들이 저희끼리 거래하는 데에는 빛의 자녀들보다 영리하다.”

 

세상의 자녀들 못지 않은 영리한 빛의 자녀들이 되기를 바라는 주님의 소망이 담긴 말씀입니다. 우리는 빛의 자녀들입니다. 불의한 집사처럼 위기시 민첩하고 지혜롭게 대처하는 참 좋은 주님의 집사, 영적 집사가 되라는 것입니다. 

 

바로 지체없는 회개의 삶을 살라는 것입니다. 유비무환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의 은총이 끊임없이 깨어 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참으로 회개하여 오늘 지금 깨어 있을 때 매사 잘 대처하며 민첩하고 슬기롭게 주어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습니다. 이 결정적인 회개의 때를 놓치면 절망의 늪, 무기력한 삶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릴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회개하는 자에게 선사되는 성령의 은총입니다. 성령의 빛이 무지의 어둠을 몰아냄으로 신속하고 슬기로운 삶의 분별이요 결단입니다. 바로 제1독서의 이방인들의 사도, 바오로가 그 빛나는 모범입니다. 

 

주님의 참 좋은 집사 바오로 사도입니다. 복음의 불의한 집사의 민첩함과 슬기로움에다 항구하고 충실한 덕목까지 구비한 주님의 참 좋은 집사 바오로 사도입니다. 위의 ‘여여한 삶’의 시에 소개된 불암산 같은, 늘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 정주한 바오로 사도입니다.

 

“이 은총은 내가 다른 민족들을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님의 종이 되어,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는 사제직을 수행하기 위한 것입니다.---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 일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깁니다.---그 일은 말과 행동으로, 표징과 이적의 힘으로, 하느님 영의 힘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배경한 주님의 종이자 집사인 바오로 사도의 확신에 넘치는 고백입니다. 분명 끊임없는 회개의 은총이 이런 민첩하고 슬기롭고 항구하며 충실한 주님의 종이자 집사인 바오로가 되게 했음을 봅니다. 참으로 끊임없는 회개의 은총이,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안으로는 주님의 제자로, 밖으로는 주님의 사도로 그 직분에 충실하며 주님의 집사직을 잘 수행할 수 있게 해 주십니다. 

 

“주님, 저에게 생명의 길 가르치시니, 당신 얼굴 뵈오며 기쁨에 넘치리이다.”(시편16,11).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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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안젤로 2019.11.08 10:09
    유비무환입니다. 끊임없는 회개의 은총이 끊임없이 깨어 있는 삶을 살게 합니다. 참으로 회개하여 오늘 지금 깨어 있을 때 매사 잘 대처하며 민첩하고 슬기롭게 주어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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