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5.대림 제1주간 목요일                                                     이사26,1-6 마태7,21.24-27

 

 

 

반석磐石 위에 인생 집

-주님의 뜻을, 말씀을 실행實行하는 슬기로운 삶-

 

 

 

마태오의 산상설교와 루카의 평지설교는 집짓는 사람들의 비유로 끝맺습니다. 집짓는 자들의 비유가 너무 생생하여 실감있게 마음에 와 닿습니다. 과연 나는 어느 쪽에 속하는지요?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지은 슬기로운 사람입니까, 혹은 모래 위에 인생 집을 지은 어리석은 사람입니까? 그 누구도 모래 위에 인생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시 실감나는 두 비유를 나눕니다.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들이쳤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반석 위에 세워졌기 때문이다.”

 

너무 자명하여 군더더기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여기서 주목되는 말마디가 ‘실행’입니다. 주님 말씀을 듣고 실행하는 언행일치의 삶입니다. 참으로 묵묵히 항구히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이들이야 말로 진정 주님의 수행자修行者라 할 수 있습니다.

 

단번에 지어지는 말씀 실행에 의한 인생 집이 아니라 평생과정의 영원한 현재 진행형의 인생 집임을 깨닫습니다. 오늘 복음 서두 말씀 역시 실행을 강조합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 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주님, 주님!” 하고 말하는 자체가 나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필요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입으로 하는 고백에는 필히 실천이 따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은 무엇입니까? 인간의 일상적인 행동과 관련하여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 전체입니다. 

 

바로 아버지의 뜻은 주님의 말씀 공부를 통해서 깨달아 알게 됩니다. 참으로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사람은 말씀 공부에 이어 말씀 실행에 항구한 사람임을 깨닫습니다. 우보천리牛步千里, 소걸음으로 뚜벅뚜벅 천리란 말도 있듯이 평범한 일상에서 하루하루 충실히 말씀을 실행하는 사람이 정말 반석 위에 인생집을 짓는 슬기로운 수행자입니다. 

 

우공이산愚公移山이란 고사성어도 생각납니다. 어리석은 노인이 뭇사람의 비웃음에도 묵묵히 항구히 실행하며 노력한 결과 산신山神이 감동하여 도와 줘 산도 옮기게 됐다는 일화입니다. 실상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 슬기로운 사람입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도 있듯이 항구히 주님의 뜻을, 말씀을 실행하는 노력이 있을 때 주님도 감동하여 도와 주십니다.  

 

반면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와 반대입니다. 태만이나 무책임으로 말씀을 실행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지 않는 자는 모두 자기 집을 모래 위에 지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다. 비가 내려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 그 집에 휘몰아치자 무너져 버렸다. 완전히 무너지고 말았다.”

 

아무리 기도 많이 하고 말씀 공부 많이 해도 실행이 없는 표리부동의 위선적 삶을 사는 자는 사상누각砂上樓閣모래 위에 집을 짓은 어리석은 사람과 같습니다. 사실 머리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손과 발의 실행에 이르기까지는 얼마나 가깝고도 멀고 먼 길인지요. 

 

실행이 없는 공부는 말그대로 헛기도, 헛공부입니다. 참으로 허무하고 덧없는 인생입니다. 말씀을 실행하지 않아 내적으로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삶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누구도 도와 줄 수 없습니다. 참된 회개의 삶이라면 즉각 사랑의 실천으로 입증되어야 할 것입니다.

 

불신불립不信不立이라 했습니다. 이런 실행이 없는 삶이라면 하느님은 물론 이웃 사람들의 신뢰도 받기 어려우니 설 수가 없는 것입니다. 신뢰라는 자산을 잃어 무너져 내리면 거의 회복 불가능합니다. 너무 늦어 무너지기 전에 심기일전心機一轉 수습하여 말씀 실행의 수행자로서의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집을 짓는 것은 평생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입니다. 서서히 알게 모르게 무너지지 않도록 늘 깨어 다시 새롭게 세우는 것이 필수입니다. 영성생활에 요행이나 우연, 지름길의 첩경은 없습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 매일 평생 끊임없이 말씀 실행의 노고勞苦가 필수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습니다. 이런 이들은 인생 위기나 시련이 와도 주님 친히 도와주시어 무너지지 않고 잘 통과합니다. 주변에서 자주 목격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결국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삶을 살 것인가, 모래 위에 인생 집을 짓는 어리석은 삶을 살 것인가는 순전히 우리의 선택과 결단에 달렸습니다. 주님의 뜻을, 말씀을 단호히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깨어 실행하는 것입니다. 답은 너무 간단하고 분명한데 너무 잊고 소홀히 지내는 것이 문제입니다.

 

참으로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짓는 슬기로운 삶을 살고 싶습니까? 주님을, 말씀을 항구히 열렬히 사랑하는 것입니다. 항구히 열렬히 사랑할 때 항구하고 간절한 기도요 말씀공부입니다. 그러나 기도와 말씀 공부만으로 부족합니다. 정말 주님을 사랑하여 기도와 말씀 공부에 정진했다면, 말씀의 실행이 필수입니다. 

 

머리로, 마음으로 아는 것은 참으로 아는 것이 아닙니다. 온몸과 맘으로 주님의 뜻을, 말씀을 실행할 때 비로소 체험을 통해 주님을 깨달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이래야 비로소 예수님을 닮는 예닮의 여정이 가능합니다. 제1독서 다음 말씀도 오늘 복음과 관련되어 은혜롭습니다.

 

“너희는 길이길이 주님을 신뢰하여라. 주 하느님은 영원히 반석이시다.”

 

참으로 항구히 한결같이 주님을 신뢰하여 주님의 뜻을, 말씀을 실행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평화를 선물하시고 우리의 반석이 되어 주십니다. 이런 주님 반석 위에 인생 집을 짓고 정주할 때 주님은 우리의 영원한 안식처, 피신처가 되어 주십니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 모두 주님의 뜻을, 말씀을 부단히 실행하게 하시어 반석위에 인생집을 짓는 슬기로운 삶을 살게 하십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19.12.05 13:35
    사랑하는 주님, 주님 주신 말씀대로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깨어 실행하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23 주님의 애제자 -사랑의 사도, 성 요한-2022.12.27.화요일 성 요한 사도 복음 사가 축일 프란치스코 2022.12.27 205
2922 사랑의 첫 순교자 성 스테파노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봅시다”-2022.12.26.월요일 성 스테파노 첫 순교자 축일 프란치스코 2022.12.26 209
2921 로고스(말씀) 찬미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2022.12.25.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프란치스코 2022.12.25 197
2920 오늘 우리 구원자 주 그리스도 태어나셨다! -하느님께 영광, 사람들에게 평화-2022.12.25.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이사9,1-6 독서기도 성경독서;이사11,1-10 교부독서;레오 대교황의 성탄강론1-3 이사9,1-6 티토2,11-14 루카2,1-14 프란치스코 2022.12.24 153
2919 내 삶의 성경 ‘렉시오디비나’ 하기 “참나로 사는 방법” -회개, 겸손, 감사, 찬미-2022.12.24. 토요일 12월24일 프란치스코 2022.12.24 199
2918 세례자 요한의 출생 -“우연은 없다, 모두가 하느님의 섭리 은총이다”-2022.12.23.금요일 12월23일 프란치스코 2022.12.23 308
2917 빈자(貧者;아나뷤anawim)의 영성 -시의 힘, 노래의 힘-2022.12.22.목요일 12월22일 프란치스코 2022.12.22 211
2916 영적 우정 -주님과 나, 나와 너-2022.12.21.수요일 12월21일 프란치스코 2022.12.21 219
2915 우리 삶의 영원한 모범이신 성모 마리아 -성모 마리아 예찬禮讚-2022.12.20.화요일 12월20일 프란치스코 2022.12.20 339
2914 하느님 중심의 삶 -사랑의 ‘신비가神祕家’로 삽시다-2022.12.19.월요일 12월19일 프란치스코 2022.12.19 222
2913 영원한 롤모델 성 요셉 -배려와 존중, 침묵과 경청, 겸손과 순종-2022.12.18.대림 제4주일 프란치스코 2022.12.18 157
2912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하느님은 우리와 늘 함께 하시는 ‘영원한 순례자’이시다-2022.12.17. 토요일 12월17일 프란치스코 2022.12.17 182
2911 진리의 증언 -주님의 반사체(反射體)로 살고 싶다-2022.12.16.대림 제3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2.12.16 195
2910 "꿈꾸라! 희망하라!" -하느님을, 하느님의 나라를-2022.12.15.대림 제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22.12.15 213
2909 "오, 하느님!" -인간이 물음이라면 하느님은 답이다-2022.12.14.수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1542-1591) 기념일 프란치스코 2022.12.14 212
2908 “빛나라!” -루멘체치스(Lumen Caecis;맹인에게 빛을!)- -만나라! 초연하라! 기뻐하여라!-2022.12.13.화요일 우리 연합회의 수호자 성녀 오딜리아 동정(660-720)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12.13 212
2907 하느님의 참 좋은 은총의 선물 -분별력의 지혜-2022.12.12.대림 제3주간 월요일 프란치스코 2022.12.12 228
2906 주님을 기다리는 우리들 -기뻐하여라, 두려워하지 마라, 기다려라, 만나라-2022.12.11.대림 제3주일(자선주일) 프란치스코 2022.12.11 206
2905 예수님은 참 메시아이시다 -우리가 기다리는 분-2022.12.10.대림 제2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22.12.10 259
2904 참 스승이자 인도자, 구원자이신 주님 -신뢰와 경청-2022.12.9.대림 제2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2.12.09 231
Board Pagination Prev 1 ...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 173 Next
/ 173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