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6.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월요일                                         1요한3,22-4,6 마태4,12-17.23-25

 

 

 

예수님처럼!

-경계에서 경계인境界人으로 삽시다-

 

 

 

역설적으로 세상의 변방邊方이자 세상의 중심中心인 수도원의 존재입니다. 세상의 경계에서 어느쪽에도 속하지 않고, 좌우로 분열된 양쪽을 다 아우르고 치유하면서 깨어 넓고 깊고 먼 시야로 세상의 경계인으로 살아가는 수도승의 신원입니다. 경계에서 경계인으로 사셨던 또 살고 계신 예수님처럼, 깨어 주위에 환히 열려있는 삶은 제가 간절히 바라는 삶입니다.

 

2박3일의 짧은 여정의 젊은 소수의 수녀님들 피정지도였지만 참 따뜻하고 순수했던 분위기의 긴 여운이 참 마음 흐뭇하게 했습니다. 책임 수녀님의 어머니처럼, 언니처럼, 선생님처럼, 친구처럼 깨어 섬기며 챙겨주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떠날 때는 역까지 배웅해 주며 수도형제들 갖다 주라 호도 과자도 선물하였습니다.

 

참 따뜻하고 친절한 환대였습니다. 다시 제자리의 수도원에 오니 좀 쌀쌀한 날씨에 청신한 불암산 분위기가 세상의 중심이자 변방에 온 느낌에 정신이 맑게 깨어나는 듯 했습니다. 잠시 휴가를 마치고 삶의 영적전쟁터에 귀대歸隊한 느낌이었습니다. 어찌 보면 여유 있어 보이는 수도원의 외적 환경 같지만 내적으로는 영적 전투 치열한 최전방에 살고 있는 주님의 전사戰士들인 여기 수도승들입니다.

 

문득 예수님처럼, 예수님과 함께 경계에서 경계인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도원 홈페이지의 강론에 대한 주고 받은 댓글과 피정후 수녀님들이 전해준 마음에서, 또 책상위 인형에 새겨진 말마디에서 경계인으로서의 저의 신원을 새롭게 확인했습니다. 

 

-“퍼내도 퍼내도 마르지 않는 우물,
첫 새벽 정갈한 물을 길어 알뜰살뜰 지어 놓으신 말씀의 식탁!
신부님, 감사 합니다.!!!

 

자매님, 감사합니다. 찬사 말씀이 시처럼 참 깊고 곱고 아름답습니다.

보석처럼 빛납니다. 큰 힘과 격려가 됩니다. 기회되면 그대로 강론에 인용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신부님, 주님께 대한 사랑과 정성이 가득한 강의와 말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신부님의 삶이 묻어나는 강의를 들으며 잘 살아보고 싶고, 잘 살고자 하는 열정이 마음에서 피어오릅니다.”

 

-“존재만으로 힘이 되는 당신 사랑합니다.”-

 

참으로 언제 어디서나 예수님과 함께 예수님처럼 경계에서 경계인으로 깨어 살 때 이런 모습일 것입니다. 예수님처럼 만나는 주변분들에게 하느님의 아름다우심에 이끌려 그리움을 느끼게 할 것입니다. 오늘 복음의 예수님이 바로 그러합니다.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

 

말씀의 선포와 더불어 치유의 구원이니 주변이 온통 빛으로 환해진 하늘 나라의 실현같습니다. 예수님처럼 경계의 자리에서 경계인으로 살 때 하늘나라의 실현입니다. 갈릴래아가 상징하는 바 바로 경계이고 우리가 몸담고 있는 오늘 지금 여기입니다. 

 

바로 이 갈릴래아 경계에서 예수님은 하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시며 병자와 허약한 이들을 모두 고쳐 주시니 주위에 드리워진 어둠을 거둬내시며 구원을 베푸시는 모습입니다. 예수님이야말로 움직이는 세상의 중심, 세상의 빛이시며 경계인이 모범이십니다.

 

어떻게 예수님처럼 경계의 경계인으로서, 세상의 빛으로서, 또 주님의 전사로, 주님의 치유의 현존으로서 살 수 있을까요? 바로 제1독서 요한 사도가 답을 줍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믿고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의 준수입니다.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그분 안에 머무르고, 그분께서도 그 사람 안에 머무르십니다.”

 

새삼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의 계명을 지킬 때 주님과의 상호내주의 일치로 언제 어디서나 경계에서 경계인으로 살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바로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닌 하느님께 속한 사람이 되어 사는 사람이 경계인입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우리를 치유하시고, 각자 삶의 자리에서 세상의 경계에서 경계인으로 하늘 나라를 살게 하십니다. 참으로 믿는 모든 이들이 예수님처럼 경계에서 세상의 빛으로 살아가는 경계인들입니다.

 

“우리는 보았네. 아버지의 외아드님,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분의 영광을 보았네.”(요한1,14).

 

우리의 경계인의 영원한 모범이신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외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우리 역시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아멘.

 

 

 

 

 

  • ?
    고안젤로 2020.01.06 14:41
    사랑하는 주님, 저희가 매일의 말씀을 통해 세상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주님을 향한 항구한 믿음으로 살게 하소서. 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64 신비관상체험-사랑, 기도, 말씀, 침묵-2016.8.6. 토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프란치스코 2016.08.06 280
1863 신비체험의 일상화 -주님과의 끊임없는 만남-2018.8.6. 월요일 주님의 거룩한 변모 축일 1 프란치스코 2018.08.06 166
1862 신의 한 수 -성 요한 세례자와 우리들- ​​2019.6.24.월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6.24 166
1861 신정神政이냐 왕정王政이냐? -제3의 길; 하느님의 나라-2018.1.12. 연중 제1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18.01.12 140
1860 실행이 답이다 -회개의 은총과 말씀의 실행-2017.9.16. 토요일 성 고르넬리오 교황(+253)과 성 치프리아노 주교 순교자(+258)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7.09.16 131
1859 십자가가 답이다 -구원의 길-2017.9.14. 목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2 프란치스코 2017.09.14 174
1858 십자가의 그리스도 예수님 -삶의 중심-2019.9.14. 토요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1 프란치스코 2019.09.14 305
1857 십자가의 주님의 사랑 -관상, 공부, 추종-2020.4.10.주님 수난 성금요일 주님 수난 예식 1 프란치스코 2020.04.10 214
1856 씨뿌리는 사람 -절망은 없다-2016.7.20. 연중 제16주간 수요일 프란치스코 2016.07.20 166
1855 아, 어머니! -교회의 어머니, 마리아 -2021.5.24.월요일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교육주간) 1 프란치스코 2021.05.24 121
1854 아, 어머니! 고통의 성모 마리아님! -관상, 연민, 비움, 초월-2020.9.15.화요일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0.09.15 195
1853 아, 어머니! 성모 마리아 -교회의 어머니, 신앙의 어머니-2022.8.15.성모 승천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2.08.15 260
1852 아나뷤(anawim)의 영성 -본질에 충실한 삶; 가난,겸손,순종-2020.12.15.대림 제3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12.15 150
1851 아나빔(anawim)의 영성 -노래와 삶-2021.12.14.화요일 십자가의 성 요한 사제 학자(1542-1591)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21.12.14 160
1850 아나빔(anawim)의 영성-성서의 가난한 사람들-2015.12.15. 대림 제3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5 759
1849 아나빔anawim의 영성 -신뢰와 겸손, 찬미와 감사의 기쁨-2018.12.22.대림 제3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2.22 128
1848 아름다운 고별사 -사랑, 아름다움, 감동-2018.5.15. 화요일 성 빠코미오 아빠스(292-346) 기념일 1 프란치스코 2018.05.15 183
1847 아름다운 귀가歸家준비 -하늘에 보물을 쌓는 삶-2017.10.4. 수요일 한가위(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기념 없음) 2 프란치스코 2017.10.04 149
1846 아름다운 사람 -자비의 아이콘-2016.9.4. 연중 제23주일 프란치스코 2016.09.04 233
1845 아름다운 사람들이여! -깨어나라, 감사하라, 찬미하라- 자비하신 주님을!2024.4.7.부활 제2주일(하느님 자비의 주일) 프란치스코 2024.04.07 122
Board Pagination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 173 Next
/ 173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