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2.2.19.연중 제6주간 토요일                                                              야고3,1-10 마르9,2-13

 

 

늘 새로운 삶의 시작

-끝은 시작이다-

 

 

어제로서 4박5일의 제주도 성지 순례 여정은 끝났고 오늘 2월19일부터는 또 새로운 삶의 시작입니다. 끝은 시작입니다. 어제 순례 여정 끝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강정마을 평화센터를 떠나기 전 예정에 없던 그 유명한 민주투사로서 명망을 떨쳤던 문규현 신부의 형인 문정현 신부를 만났습니다. 1940년생 83세 백발의 머리에 하얀 긴 수염의 노령에도 불구하고 우렁찬 목소리에 쾌활하고 순수한 청년처럼 느껴지는 문정현 신부님 모습이 참 인상적이라 즉시 함께 사진도 찍었습니다. 소문에 듣던 바와는 달리 강인하면서도 45각도로 인사할 만큼 부드럽고 겸손한 분이었습니다. 귀한 손님인 수도자들이 왔다고 참 반가워하였습니다. 

 

이어 오전 순교복자 수도회 면형의 집에 잠시 들렸습니다. 뒤에 병풍처럼 한라산을 배경으로 한 수도원이었고 안내한 강홍림 사도 요한 형제는 여기가 제주도에서 최고의 명당이라 극찬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약 250년 수령의 한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로 추정되는 거대한 녹나무였습니다. 척박한 땅이나 바위틈에서도 잘 자라는 녹나무는 제주도민의 기질과 신앙을 닮았다 합니다. 이어 성전에서 본 제주도 천연의 바위 제단이 신비로웠습니다. 

 

눈덮인 설경을 배경으로 한 한라산을 드라이브 하며 한라산을 감상했습니다. 입춘을 지난 제주도에서 눈덮힌 잡목 우거진 한라산의 설경이 참 정답게 느껴졌습니다. 제주도 중심에서 사방으로 넓게 완만한 경사로 펼쳐진 거대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라산(해발1947m, 불암산508m)은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는 안내자의 설명이었습니다. 한라산을 감상으로 4박5일의 순례 여정을 끝내고 무사히 수도원에 귀원했고, 하느님께서 함께 해 주셨음에 감사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의 산위에서의 영광스러운 변모 장면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의 길 도상에서 최측근 제자들인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산에 오르시어 특별 피정 지도를 하십니다. 당신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케 하심으로 사기를 붇돋워 주심을 의도했음이 분명합니다. 

 

흡사 4박5일의 제주도 성지 순례 피정 분위기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리 제주도 순례 피정이 좋다해도 평생 머물수는 없고 내 삶의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듯 제자들 역시 예수님의 변모 신비 체험에 집착하지 않고 십자가의 길, 제자리로 돌아왔어야 했지만 베드로는 순간 착각하여 이에 집착했음이 분명합니다.

 

“스승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초막 셋을 지어 하나는 스승님께, 하나는 모세께, 또 하나는 엘리야께 드리겠습니다.”

 

베드로의 간청에 앞서 엘리야가 모세와 함께 그들 앞에 나타나 예수님과 대화를 나눴다는 장면에서 ‘아. 예수님은 시공을 초월하여 이분들과 영적친교를 나누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사실 베네딕도 16세 교황도 성 아우구스티누와 성 보나벤투라를 스승으로 모시고 영적 친교중에 산다는 내용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습니다. 잠시 뜻밖의 황홀한 신비체험에 흥분한 베드로에게 천상에서 들려 오는 하느님의 음성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

 

다시 십자가의 길, 제자리로 돌아가 주님 말씀에 순종하며 새롭게 살라는 말씀이겠습니다. 예수님은 물론 나머지 세 제자들은 분명 하느님의 특별 은총으로 산상에서 신비로운 부활의 영광을 앞당겨 체험함으로 용기백배했을 것입니다. 

 

이런 피정을 통한 신비체험이, 매일의 이 거룩한 미사 신비 은총이 우리를 알게 모르게 정화하고 성화합니다. 특히 수도원 입회후 40년만에 처음이었던 이번 수도형제들과 함께 한 제주도 성지 순례 여정 피정 은총은 알게 모르게 수도 공동체를 정화하고 성화했음을 믿습니다. 

 

참으로 중요한 것이 우리의 모든 수행을 통한 주님의 정화은총, 성화은총이요, 이런 은총이 우리의 말도 글도 행동도 습관도 공동체도 정화하고 성화합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야고보 사도의 말조심, 혀의 위험에 대한 열렬한 경고 말씀이 깊은 울림을 줍니다.

 

“누가 말을 하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으면, 그는 자기의 온몸을 다스릴 수 있는 완전한 사람입니다. 말의 입에 재갈을 물려 복종하게 만들면, 그 온몸을 조종할 수 있습니다. 혀도 불입니다. 혀가 우리의 지체 가운데에 들어앉아 온몸을 더럽히고 인생행로를 불태우며, 그 자체도 지옥 불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사람의 혀는 아무도 길들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이 혀로 주님이신 아버지를 찬미하기도 하고, 또 이 혀로 하느님과 비슷하게 창조된 사람들을 저주하기도 합니다. 같은 입에서 찬미와 저주가 나오는 것입니다. 나의 형제 여러분 이래서는 안됩니다.”

 

이래서 혀끝, 손끝을 조심하라는 말도 있습니다. 혀를 다스려 말 잘 하기는 얼마나 힘든지요! 이래서 아가톤 사막교부는 침묵을 배우기 위해 3년동안 입에 재갈을 물고 살았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마음이 좋아야 말도 글도 행동도 좋습니다. 혀의 말에 앞서 우선적인 것이 마음의 정화와 성화입니다. 그러니 주님의 말씀을 사랑하여 맛들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주님 말씀을 사랑하여 맛들일수록 우리 마음과 말의 정화와 성화도 저절로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매일의 미사 신비 은총으로 우리의 마음을 정화하시고 성화하시어 우리 모두 깨끗하고 거룩한 삶을 살게 하십니다. 다음 화답송 시편 말씀이 적절하고 은혜롭습니다.

 

“주님의 말씀은 순수한 말씀, 흙도가니 속에서, 일곱 번이나 정제된 순은이어라. 주님, 당신이 저희를 지켜 주시고, 이세대로부터 영원히 보호하소서.”(시편12,7-8).아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668 말씀의 환대와 회개 -회개의 일상화-2019.10.8.연중 제27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0.08 185
2667 말씀의 힘 -끊임없는 회개-2018.9.30. 연중 제26주일 1 프란치스코 2018.09.30 145
2666 말씀이 답이다-영이며 생명이며 빛이신 주님의 말씀 -2017.5.6. 부활 제3주간 토요일 프란치스코 2017.05.06 251
2665 말씀이 사람이 되신 예수님 -인간이 물음이라면 예수님은 답이다-2019.12.25. 주님 성탄 대축일 낮미사 1 프란치스코 2019.12.25 175
2664 말씀찬가, 말씀예찬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2022.12.31.토요일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프란치스코 2022.12.31 240
2663 맛과 빛 -맛있는 인생, 빛나는 인생-2018.6.12.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6.12 126
2662 매력적인 삶 -소금과 빛의 삶-2015.6.9. 연중 제10주간 화요일 프란치스코 2015.06.09 249
2661 매일의 최고의 선택 -경천敬天, 경인敬人, 경물敬物의 사랑-2021.10.31.연중 제31주일 1 프란치스코 2021.10.31 122
2660 매일이 첫날이자 새날이다-2016.1.1.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세계 평화의 날) 프란치스코 2016.01.01 438
2659 멋지고, 맛있고, 아름다운 삶 -말씀 예찬-2020.9.22.연중 제25주간 화요일 1 프란치스코 2020.09.22 120
2658 명품名品 인생을 삽시다 -이탈의 삶-2020.12.30.수요일 성탄 팔일 축제 내 제6일 1 프란치스코 2020.12.30 124
2657 명품名品인생을 삽시다 -사랑의 봉헌-2020.12.29.화요일 성탄 팔일 축제내 제5일 1 프란치스코 2020.12.29 128
2656 모두가 ‘하느님의 선물’이다 -찬미와 감사의 응답-2018.11.5.연중 제31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8.11.05 129
2655 모두가 “신(神)의 한 수(手)”이다 -성소, 주님과의 관계, 훈련-2023.6.24.토요일 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프란치스코 2023.06.24 316
2654 모두가 다 성자聖者다 -오그라든 마음과 몸을 활짝 펴라-2018.1.17. 수요일 성 안토니오 아빠스(251-356) 기념일 프란치스코 2018.01.17 148
2653 모두가 섭리攝理다-2015.12.17. 대림 제3주간 목요일 프란치스코 2015.12.17 238
2652 모두가 하느님 사랑의 섭리다 -우연은 없다-2019.12.23. 대림 제4주간 월요일 1 프란치스코 2019.12.23 174
2651 모두가 하느님 손안에 있다 -의연毅然히, 묵묵히默默히, 충실充實히, 항구恒久히-2018.8.2. 연중 제17주간 목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8.02 157
2650 모두가 하느님의 수중에 있다 -기도하라, 감사하라, 최선을 다하라-2018.3.24. 사순 제5주간 토요일 1 프란치스코 2018.03.24 192
2649 모두가 하느님의 은총이다 -늘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성령충만한 삶-2023.7.14.연중 제14주간 금요일 프란치스코 2023.07.14 338
Board Pagination Prev 1 ...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173 Next
/ 173
©2013 KSODESIGN.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