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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20.부활 제5주간 금요일                                                         사도15,22-31 요한15,12-17

 

 

 

주님과 우정의 여정

-사랑은 발견, 배움, 노력이다-

 

 

 

어제 사랑에 대한 강론을 힘껏 써놓고 오늘 말씀은 무엇일까 펴본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독서도 복음도 어제와 대동소이한 사랑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저절로 ‘아, 무얼 써야 하나? 오늘 사랑에 대해 할 말은 다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녔습니다. 새롭게 마음에 와닿은 복음 말씀에 아침 수도원 경내 산책중 발견한 것들이 생각났습니다. 말그대로 사랑의 발견, 사랑의 기적이었습니다.

 

“이것이 나의 계명이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바로 오늘 복음의 서두 말씀은 제가 고백성사 보속시 처방전 말씀으로 많이 써드리는 성구중 하나입니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한 것처럼 나도 너희를 사랑해 왔다’ 말씀하신 예수님께서 오늘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 말씀하십니다. 

 

역시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이 사랑의 잣대요, 그처럼 주님과 같은 순수한 아가페 사랑으로 서로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씀중 주님의 ‘친구’라는 말마디에서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친구를 위하여 목숨을 내놓는 것보다 더 큰 사랑은 없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을 실천하면 너희는 나의 친구가 된다.”

 

얼마나 놀랍고 고마운 말씀인지요.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을 참으로 충실히 실천하면 우리 모두 예외없이 예수님의 친구가 된다니 복음중의 복음입니다. ‘예수님의 친구’, 얼마나 영예롭고 자랑스런 호칭인지요.

 

하느님은 아브라함, 모세를 당신의 친구라 하셨는데, 예수님은 우리를 당신의 친구라하십니다. 그러고 보니 예수님의 사랑을 받고 예수님을 사랑하는 우리 수사님들 하나하나 모두 예수님의 친구들처럼 생각됩니다. 

 

친구간의 사랑을 우정이라 합니다. 그래서 오늘 강론 제목을 ‘주님과 우정의 여정’이라 정했습니다. 날로 깊어지는 주님과 우정의 사랑으로 날로 주님을 닮아가는 삶의 여정이라면 이보다 기쁘고 행복한 삶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이것이 우리 삶의 유일한 목표입니다.

 

‘사랑은 발견이자 배움이요 노력이다’ 역시 오늘 강론 소제목입니다. 아침 산책중 사랑의 발견, 사랑의 기적이 감동스러웠습니다. 그 넓은 배밭의 풀들이 요즘 시작된 배들의 적과에 앞서 며칠사이 말끔히 베어져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사랑의 기적이었습니다. 아브라함 수사의 살아 있는 사랑의 강론처럼 느껴졌습니다.

 

채소밭에서 예쁘게 자라나는 잘 모종된 파, 고추, 야콘, 상추들 그대로 하느님 사랑과 수사님들 사랑의 합작 예술 작품이었고 이또한 새로운 사랑의 발견이었습니다. 평화의 집 피정집 앞 빨갛게 익어가는 예쁜 앵두열매들 역시 하느님 무상의 사랑의 선물이요 이 또한 새로운 사랑의 발견이었습니다. 새들이 먹이도 되는 앵두열매들입니다.

 

감사도 기쁨도 발견이듯 사랑도 발견임을 깨닫습니다. 사랑의 발견과 동시에 사랑의 감동이요 사랑을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눈만 열리면 모두가 은총의 선물, 사랑의 선물, 사랑의 기적임을 깨닫습니다. 여기서 저절로 솟아나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의 기도요, 순수해지고 자유로워지는 마음입니다. 

 

살 줄 몰라 불행이요 살 줄 알면 행복의 진리를 새롭게 깨닫습니다. 사랑은 발견이자 배움에 이어 사랑의 노력입니다. 지칠줄 모르는 노력의 사랑, 책임을 다하는 사랑이요 바로 이런 우리 수사님들 사랑의 모습이 흡사 담쟁이를 닮았습니다. 1998년 써놓은 담쟁이란 시인데, 올해 2022년까지 24년동안 해마다 수녀원쪽 담을 이때쯤이면 줄기차게 타고 오르는 담쟁이입니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작년 가을 

붉게 타오르다 사라져 갔던 담쟁이

어느새 다시 시작했다

 

초록빛 열정으로

힘차게 하늘 향해

담벼락, 바위, 나무 타오르기 시작했다

 

마침내

붉은 사랑으로 타오르다

가을 서리 내려 사라지는 날까지

또 계속이다

 

해마다 반복되는 

제자리 정주의 삶에도

지칠 줄 모르는 초록빛 열정

 

다만 오늘 지금 여기

하늘 향해 타오를 뿐

내일은 모른다

 

타오름 자체의 과정이

행복이요 충만이요 영원이다

오늘 하루만 사는 초록빛 영성이다”-1998.6.3.

 

바로 지칠줄 모르는 노력의 사랑을 상징하는 담쟁이들, 그대로 우리 수사님들을 닮았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복음을 참 멋지게 마무리 짓습니다. 우리 모두 우연한 존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특별히 당신의 사랑하는 친구로 뽑은, 선택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너희가 나를 뽑은 것이 아니라, 내가 너희를 뽑아 세웠다. 너희가 가서 열매를 맺어 너희의 그 열매가 언제나 남아 있게 하려는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시는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것은 이것이다. 서로 사랑하여라.”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복음인지요. 사랑의 열매를 맺으라 뽑아 주신 우리들입니다. 요즘 산책중 발견되는 다닥 매달린 무수한 매실열매들, 앵두열매들, 배열매들 한결같이 사랑의 열매를 맺으라는 상징적 가르침을 줍니다. 우리 역시 친구의 청은 웬만해선 거절하지 못합니다. 예수님의 친구들인 우리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을 아버지께서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지요.

 

예수님의 친구들이자 사랑의 대가들인 예루살렘 교회의 사도들과 원로들이 안티오키아 교회에 보낸 편지 내용도 감동적입니다. 사랑은 지혜의 어머니입니다. 혼란한 상황을 말끔히 정리한 분별의 지혜, 바로 사랑에서 기인함을 봅니다. 몇부분 인용합니다.

 

“바르나바와 바오로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하여 목숨을 내놓은 사람들입니다.---성령과 우리는 다음의 몇가지 필수 사항 외에는 여러분에게 다른 짐을 지우지 않기로 하였습니다. 곧 우상에게 바쳤던 제물과 목졸라 죽인 짐승의 고기와 불륜을 멀리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것들만 삼가면 올바로 사는 것입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이렇듯 사랑도 배워야 올바른 사랑입니다. 안티오키아 교회 공동체는 이 편지를 읽고 그 격려 말씀에 크게 기뻐하였다니 말그대로 사랑의 기쁨입니다. 사랑할 때 아름답습니다. 사랑하면 예뻐진다는 옛 대중가요도 생각납니다. 하느님 사랑은 5월의 신록과 온갖 열매와 꽃들의 아름다움으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얼마후 이어질 6월은 예수성심 사랑의 달입니다. 

 

사랑할 때 주님을 닮습니다. 우리 삶은 ‘주님과 우정의 여정’이요 새삼 ‘사랑은 발견이자 배움이요 노력임’을 깨닫습니다. 하루하루 날마다 새롭게 발견하고 배우고 노력해야 하는 사랑입니다. 바로 주님의 매일 미사은총이 이런 지칠줄 모르는 사랑을 실천하게 하십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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