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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5.28.부활 제6주간 토요일                                                         사도18,23-28 요한16,23ㄴ-28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기쁨 충만한 삶-

 

 

"하느님 내 주시여,

 온 땅에 당신 이름 어이 이리 묘하신고

 하늘 위 높다랗게 엄위를 떨치셨나이다."(시편8,2)

 

기도는 순수해야 합니다. 기도는 간절해야 합니다. 기도는 항구해야 합니다. 기도하는 대로 살고 사는 대로 기도합니다. 기도와 삶은 함께 갑니다. 나이 40을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나중에 남는 얼굴도 기도한 얼굴인가 기도하지 않은 얼굴인가 둘 중 하나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싶으면 잘 기도해야 합니다.

 

기도도 평생공부입니다. 기도도 배워야 합니다. 사랑에 영원한 초보자이듯 기도에도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정말 소원이 무엇이냐고 누가 저에게 묻는다면 주저함없이 기도 잘하는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참으로 겸손히 평생 배워야 할 기도요, 무엇보다 기도의 필수 전제 조건은 주님께 대한 한결같은, 열렬한 사랑입니다. 기도는 테크닉이 아니라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주님, 저희에게 언제나 옳은 일을 가르쳐 주시어, 저희가 날마다 더 옳은 일에 힘쓰며, 파스카의 신비를 온전히 실천하게 하소서. 성부와 성령과 함께 천주로서 영원히 살아계시며 다스리시는 성자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바로 오늘 본기도가 청원기도의 모범입니다. 얼마나 아름답고 순수한지요! 한마디로 잘 살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정말 이런 기도는 그대로 응답됩니다. 원하는 것을 청할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것을 청해야 합니다. 오래전 개신교 목사님과 주고 받은, 자주 인용했던 대화가 생각납니다.

 

“신부님의 소원은 무엇입니까?”

“잘 살다가 잘 죽는 것입니다!”

 

일언지하에 대답했고 내심 흡족했습니다. 지금도 묻는 다면 역시 이처럼 대답할 것입니다. 참 믿음의 삶이었는지, 참 성인의 삶이었는지, 참 행복한 삶이었는지는 죽음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죽음 앞에서 환상이나 거품이나 거짓은 말끔히 걷히고 진실만이 환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착한 자매들이 무엇을 좋아하느냐 물을 때는 답이 생각나지 않아 대답 못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먹을 것을 묻습니다만 저는 이런 경우 “자매님을 좋아합니다. 하느님을 좋아합니다.” 이렇게 에둘러 대답하곤 합니다. 언젠가는 꽃 한송이를 선물하며 부끄러워하는 분에게 주신 글도 생각납니다.

 

“꽃이 

 꽃을 가져 오다니요!

 

 그냥

 와도 되요

 

 당신은 

 꽃보다 더 예뻐요!”

 

사실 좋은 분은 빈손으로 와도 반갑고 좋은 분 자체가 참 좋은 선물입니다. 아마 하느님도 그러할 것입니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에 관하여 전해지는 전설적인 일화도 생각납니다. 한 수사가 문틈으로 경당에서 십자가의 예수님과 토마스 아퀴나스가 대화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토마스야! 너는 나에 대해서 참 잘 썼다. 무엇을 해주면 좋겠느냐?”

“당신 외는 아무 것도 원하지 않습니다. 당신만으로 족합니다!”

 

요지의 문답이요, 수차례 인용한 참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입니다. 저에게 청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신다면 저 역시 주님이신 당신을 한결같이 간절히 사랑할 수 있게 해달라는 청원 하나뿐이겠습니다. 당신의 전사戰士답게 죽는 그날까지 영적전투에 최선을 다하다가, 즉 전사戰士로 살다가 전사戰死하는 것뿐이겠습니다. 구체적으로 살아 있는 그날까지 하루하루 날마다 미사와 강론하는 것, 그리고 기도하며 걷는 것 하나뿐이겠습니다. 

 

원하는 것을 청할 것이 아니라 정말 필요한 것 하나를 청해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다 아시는데도 청하는 까닭은 참으로 무엇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알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간절히 항구히 기도하다 보면 필요한 것 한가지는 주님뿐임을 깨달아 알 것이며, 사랑의 눈만 열리면 다 받은 것을 깨달아 알 것입니다.

 

“주님, 눈이 열리니

온통 당신의 선물이옵니다 

당신을 찾아 어디로 가겠나이까

새삼 무엇을 청하겠나이까

오늘 지금 여기가 하늘 나라 천국이옵니다.”

 

여기서 저절로 샘솟는 하느님 찬미와 감사이겠습니다. 그러니 주님을 항구히 간절히 사랑하는 것 하나만이 참 필요한 소원이겠습니다. 오늘 복음도 참 은혜롭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분께서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청하여라.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너희 기쁨이 충만해질 것이다.”

 

얼마나 좋습니까! ‘주님의 이름으로’ 아버지께 청하라 하십니다. 이래서 기도는 주님의 이름으로 끝을 맺습니다. 제멋대로, 제생각대로의 기도가 아니라 주님의 뜻에 맞는 기도요, 그러기에 주님을 사랑할수록 주님의 이름에 맞는 기도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청하는대로 받을 것이며 무엇보다 충만한 기쁨이란 참 좋은 선물을 받습니다.

 

제가 볼 때 사도행전의 혜성같이 등장한 신비의 인물, 아폴로도 성령께서 교회에, 바오로에게 보내 주신 뜻밖의 기쁨의 선물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으로 이미 신자가 된 이들에게 큰 도움을 주며 성경을 바탕으로 예수님께서 메시아이심을 논증하며 공공연히 확고히 유다인들을 논박하니 교회에, 바오로에게 천군만마의 역할을 하는 참 좋은 주님의 선물임을 깨닫습니다.

 

모든 것을 다 지녔어도 기쁨이 없다면, 평화가 없다면, 희망이 없다면 복자福者도 부자富者도 자유인自由人도 아닙니다. 마음은 참 어둡고 허전할 것입니다. 참으로 꼭 필요한 주님만을 청할 때 기쁨과 평화, 희망의 참 좋은 선물을 받습니다. 주님 자체가 기쁨이자 평화요 희망이기에 기쁨 충만한, 희망찬 평화의 삶이겠습니다. 그러니 내 이름으로 청하라하는 것은 바로 주님을 청하라는 말씀입니다. 이어지는 주님의 말씀도 은혜롭습니다.

 

“아버지께서 너희를 사랑하신다. 너희가 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하느님에게서 나왔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참으로 우리가 해야 할 바 모습이 환히 드러납니다. 참으로 예수님을 사랑하고 믿을 때 아버지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며 우리 역시 예수님처럼 하느님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하느님께 가는 복福된 운명의 인생 여정임을 깨닫게 될 것이니 바로 이것이 복음입니다. 며칠전 나눈 짧은 시를 또 나누고 싶습니다.

 

“꽃은 

 다 예쁘다

 

 사람도 

 다 예쁘다

 

 웃는 얼굴은 

 다 꽃이다

 

 주님은

 다 예뻐하신다.”

 

그러니 용기를 내시고 주님 사랑에 더 박차를 가하시기 바랍니다. 분투의 노력을 다하시기 바랍니다. 사랑도 평생 배움에 평생 노력이요 평생 훈련입니다. 무엇보다 참 필요하고 참 좋으신 주님을 사랑하여 우리 삶의 중심에 모시고 섬기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참 좋은 선물이신 주님을 모시는 은혜 충만한 미사시간입니다. 

 

“주님을 찬미하라 좋으신 하느님을, 

 그 이름 노래하라 꽃다우신 이름을.”(시편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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